'전두환 없는 노태우는 없다'
김성익 記
全斗煥 전 대통령은 1988년 4월3일 오전 9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휴양지인 미국 힐튼 헤드 아일랜드 휴양소에서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 주었다.
친형제보다 소중한 관계
全 전 대통령: 盧 대통령과 나와의 관계는 친형제보다도 소중한 관계이다. 지금까지 그런 관계가 지속되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내가 사관학교 생도 시절부터 많은 친구가 있었지만 盧 대통령과는 뜻이 맞았고 성장해서는 정치노선과 이념이 딱 맞는다. 서로 우정이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군에 있을 때도 상부상조하며 살아왔고 내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누구보다 盧 대통령을 대통령 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내가 남모르게 키운 것이다. 키웠다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盧 대통령도 인내심을 가지고 겉으로 나타나지 않고 주의를 하면서 내가 지시한 것을 잘 지켜왔고 그래서 오늘날 대임을 인수할 수 있었다. 나를 돕는 사람들은 이러한 관계를 알고 일을 해야 한다.
우리 두 사람의 관계는 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관계고 정치노선이나 우정의 면에서나 누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관계가 되어있다. 몰라… 대권을 잡으면 변한다고 하니… 내가 아는 盧泰愚는 대권이 아니라 천하 없는 것을 잡아도 변할 수 없는 사람이야.
盧 대통령은 내가 얘기를 하면 다 알아듣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 두 사람이 막연하게 친하다는 것은 알지만 깊은 관계는 모른다. 盧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충성을 한다는 측면에서 나를 격하시키려고 한다든지 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盧 대통령이 아직은 그런 것을 잘 모를 것이다. 1년이 걸려야 알지 모른다.
盧 대통령으로서는 지금 국회의원 총선거도 있고 매우 바쁠 텐테 밑에 있는 사람들이 충성을 한다고 장난을 친다고 해도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얘기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시기가 지나면 盧 대통령도 자연히 알게 될 것이다.
몰라… 대권을 잡으면 변한다고 하니…
全 전 대통령: 盧 대통령 측근에서는 나한테 무슨 짓을 하면 안 돼. 그건 盧 대통령을 욕먹이는 짓이야.
全斗煥 없는 盧泰愚는 있을 수 없어. 5공과 6공의 단절은 있을 수 없어. 盧 대통령이 5공화국 민정당에서 큰 사람이 아닌가. 3,4공화국과 5공화국의 단절은 당연하게 볼 수 있지만 6공화국은 민정당이 재집권한 것이다. 盧 대통령이 5공화국을 대표해서 나섰다고 보아야 될 것이다. 민정당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것이고 정책도 그대로 연속되는 거야. 5공, 6공을 단절하는 개념으로 하면 자승자박이 돼. 한 발 앞을 못 내다보는 근시안적 태도야.
새마을회장의 사건도 나만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을 책임진 사람의 타격이 더 클 수 있어. 盧 대통령이 내무부 장관을 했기 때문에 새마을과 뗄 수가 없어. 만약 야당에서 이 사건을 盧 대통령과 연결시키면 어떻게 되겠나. 역대 내무부 장관이 다 새마을에 대한 감독, 예산, 사업 허가 등을 했는데 왜 철저히 안 했느냐고 따지면 책임을 지게 돼. 내무부에서 새마을을 지원해 준 것을 물고늘어져서 盧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공격을 하면 발뺌을 할 수가 없어. 잘못하면 盧 대통령이 피해를 보게 돼. 나는 그것을 염려하고 있다.
盧 대통령 밑에 있는 사람들이 5공화국의 일을 들추면 정권이 흔들거린다는 것을 모르고 장난을 하는 경우도 있는 모양인데 그런 식으로 정국을 보는 것이 얼마나 가겠나. 盧 대통령에게만 피해를 주고 자리를 물러나겠지. 나야 권력을 다 내놓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왔는데 이런 소리 들어도 어떻겠나. 불쾌하기는 하지만 4천만 인구를 다 만족스럽게 해줄 수는 없어. 하다보면 미흡한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고 시행착오도 많았겠지만 잘 못한 것만 들춰내서 따지면 어떻게 되겠나. 그런 일들은 현 정권과 바로 연결이 되는 거야.
나라가 잘 되기 위해서는 현 정부가 힘 있는 정부가 되어야 하고 야당이 모두 단합해서 정치가 안정되어야 돼. 그래야 사회가 안정되고 그 바탕위에서 국민들이 생업에 종사해서 경제가 발전되고 국민화합을 이루어 안보가 잘 되는 거라고 나는 봐. 나는 정치의 원리를 거기에 두고 있어. 그게 나라 발전의 핵심이야. 경제발전에도 정책을 잘 선택해야되고…
내가 새 정부를 도와주어야 돼
全 전 대통령: (중략)
나는 대통령을 그만두고 나왔으니 盧 대통령이 빨리 국민들한테 먹혀들어 가야 되고 그렇게 되도록 내가 도와주어야 돼. 2년 정도 지나면 그 정권도 잘했다 하는 평가가 그 때의 현실에 대한 반동으로서 인간 본성에는 대두되게 되어있어. 그 때는 나라의 어려운 일이 있다든지 할 때 내가 전직 대통령으로서 얘기하면 현직에 있을 때보다도 국민들이 더 경청해줄 것으로 봐. 내가 다음에 대통령을 하겠나, 수상을 하겠나. 권력이나 자리에 욕심이 없이 초연하게 얘기하면 나라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평화적인 정권 이양 뿌리내리는 진통
욕하는 것도 실컷 하다가 1년만 지나면 신물이 나는 거야. 속 시원한 맛도 있겠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들이야. 나쁜 점이 있다면 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니 이런 재주, 저런 재주를 피워야 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봐야 돼. 일제 36년을 빼고 우리 문화를 보존하면서 수천 년을 살아왔는데 수백 배나 큰 강대국들의 침략에도 살아남고 역사를 유지한, 이렇게 훌륭한 민족도 없을 거야.
미국에 와 보니 레이건 대통령의 임기가 1년도 채 안 남으니 언론에서 공격하고… 어느 나라든지 지저분한 것은 똑같아. 레이건 대통령의 어떤 보좌관은 백악관을 나가자마자 대통령 내외의 욕을 하고 한때는 낸시 여사가 제일 인기있는 여성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제일 형편없는 사람으로 얘기를 하고 있지 않나.
우리 나라도 대통령이 처음으로 임기를 끝내고 나왔으니 별소리를 다하는 데 평화적인 정권 이양의 전통이 뿌리내리는 진통이라고 보면 돼. 우리가 관용하고 포용할 줄 아는 민족인데 끝난 사람을 보호해주고 부담없이 지낼 수 있는 좋은 전통을 확립했으면 하는 게 희망이야.
측근들이 설치다가 잘못된 것까지 언론이 치고 하면 비겁한 거야. 다 끝난 사람, 힘 없는 사람을 짓밟는 것은 비겁한 거야. 권력을 가지고 있었을 때 그렇게 해야지… 내가 초대 단임 대통령이니 전통을 세우면 앞으로는 정부 이양도 순조롭게 될 것이고 이 다음에는 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안 건드리는 것을 전통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걸로 봐요. 이런 것을 우리의 전통적인 미풍양속과 함께 계속해가면 우리 나라도 세계에서 존경받고 각광받는 나라가 될 수 있어.
다섯 번이나 공직을 인수인계
이 대목에서 全 전 대통령은 자신과 盧 대통령은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운 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全 전 대통령과 盧 대통령은 1952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 동기생으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이래 40년에 걸쳐 우정을 지속해 온 인간관계 이외에도 30년이 넘는 공직생활 중 3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서로 공직을 인수인계한 전·후임자 관계였다. 다섯 차례 모두 全 전 대통령이 전임자였다. 첫번째는 70년말 대령 때 육군참모총장의 수석 부관직을 인수인계한 것이고 두 번째는 장성으로서 1978년 1월 청와대 경호실 작잔 차장보, 세 번째는 80년도 국군보안사령관, 네 번째는 87년 민정당 총재직, 다섯 번째가 88년 2월의 대통령직의 인수 인계였다.
이 때는 일부 외신에서 全·盧간 권력 투쟁으로 보도하고 있었으나 全 전 대통령은 盧 대통령의 측근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盧 대통령은 그런 사정을 모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전두환 없는 노태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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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8-02, 2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