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대학살 전시회

미치더라도 전시회는 해야 한다


움푹 파인 눈과 삐져 나온 광대뼈, 도무지 몇 살이나 되었을까. 아마도 3살 4살이 넘지 않았을텐데. 이 어린 아이들의 눈동자에는 생명이 없다. 먹을 것이 없어서 이제 일렬로 드러누어 죽기만을 기다리는 이 아이들에게는 빛도 생명도 희망도 아무 것도 없다. 인권이란 너무 거창하고 거추장스러운 말이다. 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다. 이 아이들이 자유를 알고 인권을 알고 하나님을 알까?

새둥지같이 헝크러진 머리에 젖가슴은 납작하게 말라붙어서 여자라고 보이지 않는 이 여인은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왜 이 여자의 사진을 찍었을까? 만주땅 땅굴 속에서 굶어죽게 내버려 두지, 왜 사진을 찍었을까? 이 여인은 이렇게 되기 전에 몇 놈에게 팔려 다녔을까. 이제는 지치고 지쳐서 공포조차 보이지 않는 동물의 눈동자가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네가 무슨 인권운동을 한답시고 뛰어 다니는가? 이 여인이 나를 비웃고 있다. 네가 나를 살려? 이 여인은 이 사진을 찍힌 뒤 사흘만에 저 세상으로 갔다 한다.

4 살 5살로 보이는 10살 짜리 어린 여자 아이가 비니루 봉다리를 하나 들고 흘러나오는 꾸정물을 드려다 보고 있다. 남자 아이들은 사람들이 먹다 진 흙바닥에 흘린 국수 한 가락이라도 집어 먹으려고 이리 저리 찾아 다니는데, 이 여자 아이는 혼자서 꾸정물을 드려다 보고 있다. 너 그 물 먹으면 안 되! 여자 아이가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를까? 아니면 꾸정물을 먹고 차라리 죽겠다는 것일까. 여자 아이는 대답이 없다. 회색 하늘을 배경으로 이 여자 아이의 새까만 얼굴과 새까만 손과 발이 내 가슴을 도려 낸다. 이 여자 아이가 인권을 알고 자유를 알고 하나님을 안 단 말인가?

북경 중국외교부 앞에서 망명 신청을 하면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이란 배너를 펼쳐보이던 7인의 탈북자들이 나란히 벽에 붙어서 나를 쳐다 보고 있다. 네가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지금 너는 여기에서 뭐하니? 우리들은 북한 지옥 땅으로 돌아와서 지금 지하의 넋이 되었는데, 지금 너는 고작 전시회 한다고 돌아다녀? 김미영, 고대장, 안철수, 김정남, 김홍, 김재곤, 조성혜들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2002년 8월 26일 북경 중국외교부 앞에서 이들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다. 저 세상에서 이들을 만나면 무어라고 말해야 하나? 찾고 찾다가 지쳐서 잊었다고? 무어라고 말해야 하나?

인공위성이 찍은 죽음의 수용소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요덕 관리소, 개천 관리소, 북창 관리소… 이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도무지 몇 명인가? 홀로코스트보다도 더 지독하고 아우슈비츠보다도 더 지독하다. 가스 실에 들어간 유태인들은 순식간에 죽어갔다. 북한 땅 죽음의 수용소에 보내진 사람들은 6개월이고 1년이고 2년이고 한 끼 강냉이 40알로 연명하면서 하루에 14시간 중노동을 하다가, 굶어 죽고 맞아 죽고 미쳐서 죽었다. 세상에 이런 형벌과 이런 고문은 없다. 이들에게 인권이 어쩌고 자유가 어쩌고 민주주의가 좋다는 말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꼬리없는 짐승들의 눈빛”이 나를 노려보고 있다. 빨리 죽는 것이 차라리 자유를 찾는 길이고 빨리 죽는 것이 차라리 평안을 찾는 정치범 수용소의 짐승들이다. 우리 동포들이다.

북한의 참상을 아는 척 하지 말라! 상상에 상상을 더해도 우리는 북한의 참상을 짐작조차 못한다. 김문수 의원이 다섯 번 북한을 다녀온 뒤, 눈물을 흘리면서 한 말씀이다. 공포조차 자유롭게 느낄 수 없는 데가 북한 땅이다. 자애스러운 장군님이 계신데, 무슨 공포냐? 로동자의 지상천국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무슨 기아와 공포와 비극이 있나? 오로지 웃기만 하고 오로지 배부른 척 하고 오로지 충성만 하라! 민족의 태양 천출장군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이 저토록 우리를 사랑하시는데, 고작 일주일 굶었다고 한 달 굶었다고 배고픈 타령이냐?

그래도 전시회를 계속해야 하나? 그래도 전시회는 계속해야 한다. 저 굶어죽은 어린 아이들 때문에, 저 말라붙은 가슴의 여인 때문에, 저 중국외교부 7인 탈북자들 때문에, 수용소에서 말없이 죽어간 저 꼬리없는 짐승들 때문에, 나는 이 “김정일의 대학살 전시회”를 계속해야 한다. 전시회조차 안 하면, 내가 미칠 것 같아서 전시회라도 해야만 한다.

2005년 8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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