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민족공조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타령에 능하다. 돈타령, 운타령, 불경기타령, 부모타령, 형제타령, 조상타령, 산소타령, 나라타령, 음모타령, 남타령 ... 곧 죽어도 자기타령은 않는다. 어리석음타령, 게으름타령, 얇은귀타령, 똥고집타령, 이렇게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면, 우선 맨몸으로 한 달에 50만원을 벌어도 20만원을 저금하고, 100만원을 벌면 70만원을 저금하고, 200만원을 벌면 170만원을 저금하여 2년이나 3년이면 사업자금을 마련하고, 그것은 스스로 악착같이 모은 돈인 만큼, 그 다음부터는 한 푼도 새나가지 않게 하여 크게 성공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며 살 수 있다.

자기타령이 아니라 남타령하는 것이 국가 단위가 되면, 국민 대부분의 고통지수가 해마다 높아진다. 이것이 관습헌법 제1조가 된 땅이 바로 북한이다. 자립과 자주를 입에 달고 살지만, 자립과 자주가 신기루처럼 60년 동안 아롱거리기만 하는 땅이 북한이다. 한국과 중국과 미국과 일본의 무상 원조가 없으면, 1년도 안 되어 핵은 무슨 핵, 미사일은 무슨 미사일, 생화학탄은 무슨 생화학탄, 땅굴은 무슨 땅굴, 110만 인민군은 무슨 110만 인민군, 북한은 무조건 항복한다.

북한 주민이 하루 세 끼 밥이라도 먹게 하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하다. 김정일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면 된다. 김정일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려면, 공돈과 공쌀, 공비료, 공전기, 공옷은 북한 정부에게 절대 주면 안 된다. 김정일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인 한국 전체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지난 10여년간처럼 인도적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매년 북한 예산보다 더 많은 무상원조를 아낌없이 퍼 올려도 꿈에도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맡겨 놓은 것 중에서 눈곱만큼 돌려 받는다고 생각할 뿐이다. 상납으로 생각하지 원조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은 또한 북한 주민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다시 말해서 '남조선 아해'들이 안 주면 당장이라도 전쟁이 날까 봐 벌벌 떨면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천출장군'이 무서워서 바치는 것이니까, 김정일 자신이 홀로 번 것이니까, 자기 맘대로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만경대 김씨 가문과 공산당과 인민군을 위해서 쓰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200만kw 준다고, 누구 마음대로! 200만kw 발전 용량의 경수로도 당장 완공해라!

줄 때는 반드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 --협동농장 해체하라, 강제수용소 폐쇄하라, 탈북자 잡아가지 마라, 국경을 개방하라,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라, 무한정의 핵사찰을 수용하라, 남북이산가족들이 한 달에 최소한 10만 명 만나게 하되 반드시 가정방문을 하게 하라 등등.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들어주면, 쌀 3만 톤, 비료 1만 톤 식으로 조금씩 주어야 한다.

줄 때는 투명성도 요구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직접 갈라 주어야 한다. 혹 밤에 빼앗길지도 모르니까, 그것까지 감시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아예 주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이제 주민은 살아남게 되어 있다.

돈도 북한 주민에게 직접 건네주어야 한다. 합작 회사의 노동자에게 주는 월급도 마찬가지고, 관광 대금도 마찬가지이다. 한 달에 월급으로 55달러(한국 돈으로 55,000원) 주면, 한국의 사장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아무 데서나 철퍼덕 주저앉아 큰절을 한다. 특히 관광대금은 현재보다 최소한 10분의 1로 확 줄여야 한다. 전세계 모든 관광은 현지 물가로 계산한다.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한 달에 1달러, 2달러(북한 돈으로 2000원, 3000원) 하는데, 어떻게 한 자에 가로세로 수 미터 되는 낙서가 새겨진 상처투성이 금강산 쳐다보는데 그 100배에 해당하는 100달러(한국 돈으로 10만원)를 주는가. 이건 서울역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가 기차에서 사람들이 내리면 내리는 족족 '서울 구경'하는 값으로 물가를 고려해서 100만원씩 받아 서울시와 관광공사가 몽땅 챙기는 것보다 더한 희대의 사기행각이다.

정부 차원에서 주는 것은 무상은 일체 없애고 전액 차관으로 하되, 분식회계를 못하게 막고 상세한 지출 내역을 받아내야 한다. 달러가 얼마나 귀한지 가르쳐 줘야 한다.

평생을 자기 마음대로 살아온 '태양신의 아들'이 김정일이다. 이미 나이도 환갑진갑 다 지났다. 이런 고집불통의 노인이 아무 조건 없이 달라는 대로 주면 개혁개방을 해? 소련의 스탈린에게, 중공의 모택동과 4인방에게 개혁개방을 바라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이다. 호랑이가 풀 뜯어먹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이다. 10년을 당하고도 10년을 지켜보고도 모른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꿀맛을 평생 즐긴 한국의 정치인들도 태반이 지난 10여년간 누구 덕에 그렇게 잘 살게 되었고 누구 덕에 권력을 잡게 된지 모르고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헌법과 대한민국의 고액 세금납부자에게 적개심을 갖고 있다. 집요하고 교묘하게 언론을 탄압하고 일이 잘 안 풀리면 그 때마다 잘 나가는 대기업을 매도한다. 대학 1학년 때 각인된 사상 때문이다. 그 때 선배들로부터 얻어들은 정치와 경제에 대한 공식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조리 부정하고 사악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대사에서 반칙과 부정과 부패만을 찾던 사람들이, 미국이라면 남몰래 자기들끼리 이를 갈던 사람들이,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혹하여 북한의 고통은 오로지 한국의 역대 정부와 미국 때문이라고 믿던 사람들이 언제 한 번이라도 생각을 바꾸는 것을 보았는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성취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그들은 이를 개혁이라고 확신한다.

김정일과 그 아래 핵심 인물들은 지배복종의 역학관계밖에 모른다. 주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자신들만 호의호식하면 된다.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자들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수천 년간 지배했다. 그게 봉건주의요, 전체주의요, 전제정치다. 전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이들이 물러난 것은 하나같이 외부의 힘에 의해서였다. 스스로 물러난 게 아니다. 외부의 힘이 평화적으로 작용하느냐, 강압적으로 작용하느냐, 하는 것은 독재가 얼마나 가혹했느냐에 달렸다. 독재가 가혹할수록 외부의 힘도 강압적이었다. 또는 그 힘을 가하는 집단이 얼마나 현명하느냐, 얼마나 선량하느냐에 달렸다. 악의 제국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너뜨린 레이건은 솔로몬처럼 현명했고 사마리아인처럼 선했다. 나는 부시가 솔로몬처럼 현명하고 호금도가 사마리아인처럼 선하길 바란다. 한국의 지도자가 그러면 얼마나 좋으련만!

중공과 소련에는 어떤 독재자도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독재자가 죽으면, 권력을 민중을 위해 사용할 훌륭한 지도자가 나올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바로 등소평과 고르바초프였다. 그러나 북한에는 그런 바탕이 전혀 안 되어 있다. 김일성이 유일사상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갑산파를 비롯한 실용파마저 뿌리뽑고 절대권력을 누리다가 이를 큰아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북한주민은 99.999999% 김정일을 마음속으로는 싫어하지만, 이들을 이끌 잠재적 지도자조차 없다는 말이다.

철저히 대가를 요구하면서 필수품을 제공하되 쌀과 의복과 돈은 주민에게 직접 나눠 주면, 북한으로 봐서는 천문학적인 5억 달러 등의 현금은 지출내역을 낱낱이 확인하면, 김정일 체제는 공갈과 협박만 일삼다가 그 힘이 극도로 약화되어 와르르 무너진다. 그 사이에 북한 주민에게 개혁과 개방을 꿈처럼 선사할 제2의 등소평이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다. 이런 지도자가 나오면 적극 도와 주어야 한다.

1980년대 순진한 대학생들의 민족주의 감상에 젖어, 한국의 위정자들이 김정일의 민족공조에 맑고 밝은 웃음을 머금고 제꺽제꺽 화답하면, 2천만 북한 주민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그 기간이 자꾸만 늘어난다. 그러다가 그 노예의 고통이 한국의 5천만 국민에게도 도둑같이 엄습할지 모른다.

(2005.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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