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독살에 대표적 신경작용제인 VX가 쓰였다고 말레이시아 경찰이 24일 밝혔다.
말레이시아 보건부 화학국은 부검 샘플을 분석한 결과 신경작용제 VX가 사망자의 눈과 얼굴에서 검출됐다는 잠정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다. 앞서 일본의 NHK 방송은 최근 한국정부 관계자들을 인용, 김정남 암살에 VX 등이 사용됐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신경작용제 VX는 무색 혹은 옅은 갈색을 띠고 있으며, 냄새가 없는 액체이다. 피부에 닿거나 들이마시면 몇 분 이내에 신경계통에 작용해 호흡이 멈추는 독성을 지니고 있다.
[관련기사] 북한의 화학무기 실태/김필재
인간이 개발한 3대 대량파괴무기(WMD)는 핵무기, 화학무기, 생물무기가 대표적이다. 이들 무기는 영문 이니셜을 따서 ‘ABC 무기(Atomic, Biological, Chemical Weapon)’로 불리는데, 이 가운데 가장 非인간적인 것이 생화학무기다.
‘生化學(생화학) 무기’는 ‘약소국의 핵무기’ 또는 ‘가난한 자의 핵무기’로 불린다. 개발비용이 저렴하면서도 핵무기에 버금가는 군사적 위협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화학무기는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못지않게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이나 미국 어느 쪽도 북한의 생화학무기를 규제하기 위한 구체적 시도를 하지 않았다.
다만 9·11테러 발생 이후 미국이 테러지원국들의 생화학무기 개발을 중시함으로써 우리 정부와 언론도 문제의식을 느끼기 시작했을 뿐이다. 북한은 1954년 중국과 소련으로부터 일부 화학작용제와 防護(방호) 수단을 도입했으며, 생산능력은 平時에 연간 4500톤, 戰時에 1만2000톤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500~5000톤 정도의 화학작용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화학무기는 휴전선 인근에 전진 배치된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그리고 단거리 미사일 등을 통해 수도권을 공격할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브루스 베넷은 1999년 11월 美 랜드연구소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40mm 방사포의 로켓 1발에는 8kg의 사린가스를 적재할 수 있다. 한 번에 22개의 로켓이 발사되므로 176kg의 사린가스를 투하할 수 있고, 100문이 동시에 불을 뿜으면 무려 17t의 사린가스를 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높은 인구밀도를 감안할 때 최소한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유사시 서울·경기이남 지역에 대해서는 장거리 미사일에 화학탄두를 장착해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화학무기 운반수단은 장거리 미사일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상대 적에게는 더욱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에버딘 대학의 북한 전문가인 Michael Sheehan 교수는 1994년 <북한의 화학·생물학·독소전(毒素戰)>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을 때 여기에 탑재할 화학탄두를 이미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98년 한국의 국방부는 스커드 및 노동-1호 미사일 650여 발 가운데 60퍼센트 가량이 화학탄두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국방부는 1999년 발간된 《국방백서》에서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과 항공기 등으로 원거리 목표지점까지 화학무기로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화학무기 제조공장 8곳, 화학무기연구소 4곳, 저장시설 6곳을 보유하고 있으며, 1990년부터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방어훈련을 중점적으로 시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화학무기 확산 실태는 그동안 공개된 자료가 많지 않다. 다만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 등 해외 언론들이 북한과 이란, 그리고 시리아 사이의 대량파괴무기 커넥션을 보도하면서 그 존재가 조금씩 수면에 드러났다.
존 볼튼 前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2003년 9월 청문회에 참석해 “1970년 이래로 시리아가 아랍 지역의 고급 화학무기 보유 능력 국가 중에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가) 비행기나 탄도미사일로 운반될 수 있는 신경가스 사린을 비축해 왔으며, V-X 같은 독성이 강한 약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해 왔다”며 “장거리 미사일인 스커드-D 미사일을 북한의 도움을 받아 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2007년 9월26일자 보도에서 “시리아의 알레포에 위치한 비밀 군사시설에서 7월26일(2007년) 신경가스를 장착한 단거리 미사일(Scud-C)의 연소 실험 도중 폭발이 일어나 시리아 軍 관계자 15명과 이란 기술자 수십 명이 숨지는 등 50여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잡지는 시리아 軍 소식통을 인용, 폭발사고로 신경가스인 V-X, 사린, 머스터드 가스를 포함한 화학물질이 군사시설 안팎으로 확산돼 이처럼 대량의 인명 피해를 냈다고 보도했다. 폭발은 당초 시리아를 강타한 섭씨 50도를 넘은 폭음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발표됐으나, 잡지는 사고가 기온이 오르기 훨씬 전인 새벽 4시30분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와 이란은 2005년 화학무기 개발에 양국이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란은 당시 시리아에서 5곳의 화학무기 관련 시설 건설과 운영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