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의 YS와 DJ

1975년 동아일보는 金大中씨와 金泳三 신민당총재의 인터뷰 기사를 같은 크기로 나란히 실었다. 金大中씨는 강성재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유신체제를 고집하는 현정부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늘은 국민적 민주혁명을 성취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과제가 주어진 시대라고 본다. 작금 우리 국민은 신문을 거꾸로 볼 줄 아는 슬기마저 터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는 金泳三총재의 신민당이 '헌정회복이란 목표를 정한 것은 옳은 일이다'라고 평가한 뒤 '정권교체라는 정당의 본래적 의미에 투쟁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金泳三총재는 崔時仲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올해는 기필코 유신헌법의 개헌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金大中씨가 신중한 표현을 쓴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는 직설적으로 朴정권을 비판했다.
'朴정권이 비극적으로나 폭력적으로 쓰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모든 국민의 비극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朴대통령은 스스로 개헌을 하고 하야를 하도록 촉구할 것이며, 이를 위해 신민당은 모든 민주세력들의 선두에 설 것이다. 朴대통령은 자신을 위해서도 개헌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金총재는 金大中씨와의 관계를 '동지적 라이벌'이라고 표현하면서 '언제나 대승적 차원의 利害가 우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金총재는 '정부측이 내 주변 인사들이 자금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각서를 받는 등 나를 질식시켜 항복을 받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무렵 朴정권은 정보부를 동원하여 정권에 가장 비판적이던 동아일보에 대한 광고탄압을 진행하고 있었다. 1974년12월 중순부터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넣어 동아일보에 광고를 내지 못하게 하더니 12월26자에는 8면중 3개 면의 광고란이 백지로 발행되었다. 분노한 시민들이 작은 돈으로 광고를 내주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신민당은 1월14일 이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 보고를 듣고는 각 지구당에 성금 및 광고보내기 운동을 벌이도록 지시했다.
30년 전의 이런 기사를 읽어보니 유신시대가 언론의 암흑기였다는 표현이 얼마나 과장인지 알 수 있었고 당시 야당과 언론이 朴정권과 맞서 용감하게 싸웠음을 새삼 실감했다.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요사이 좌파정권이 낸 위헌적인 언론규제법을 통과시켜주고 정권과 상생한다면서 對北정책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金大中씨의 당시 말대로 정당의 본래 모습은 정권을 차지하는 것인데 한나라당은 국가위기에 처했어도 그런 야성을 잃고서 웰빙黨으로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지내고 있는 모습이다.

1975년1월1일에서 5일까지 朴대통령은 연초 휴가를 부산 해운대와 제주도에서 보냈다. 1월4일 남제주군 신례1리 마을을 시찰한 朴대통령은 마을사람들이 자력으로 포장한 아스팔트길의 공사비를 계산해보더니 '어떻게 정부 공사비보다 적게 먹혔는가'라고 물었다. 대통령은 '이렇게 된 것은 새마을운동의 정신력 때문이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朴대통령은 해운대 극동호텔과 제주도 KAL 호텔에서 휴식하면서 1월14일로 예정된 연구기자회견을 준비했다.
1월10일 朴대통령은 고향인 구미대교의 준공식에 참여했다가 공단건설 현장을 둘러보았다. 金載圭 건설부장관과 志晩군이 동행했다. 이날 朴대통령은 감기에 걸려 그 뒤 며칠간 고생했다. 연두기자회견 하루 전인 13일엔 업무를 보지 않고 수도통합병원 分院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1월14일 중앙청에서 열린 대통령 기자회견은 2시간40분 걸렸다. 朴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을 가장 중시하여 국민들에게 국정의 지표와 방향을 아주 자세하게, 쉽게 설명하는 기회로 삼았다. 이날 朴대통령은 야당과 재야 세력이 요구하는 유신헌법 개헌문제에 대한 소신피력에 48분을 썼다.
朴대통령은 전해의 경제성장률이 8.3%로서 석유파동을 겪고 있는 세계각국중 월등한 성적이라고 자랑하면서도 도매물가상승률이 44.6%였다고 보고했다. 그 가운데 37.2%가 해외요인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경상수지 적자도 18억 달러로 늘어났다. 대통령은 그럼에도 유신체제의 命運을 걸고 추진하는 중화학공업 건설은 계속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그는 '올해 수출은 중화학공업제품이 45%, 경공업제품이 55%에 달해 선진국형으로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면서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중화학공업 건설은 올해에도 계속 강력히 밀고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철강부문에서는 포항제철을 연산260만t 규모로 확장하기 위한 공사를 추진하고 비철금속 부문에서는 온산에 연산8만t 규모의 아연제련소를 착공하며, 조선부문에서는 울산 현대조선소가 연산 200만t 규모의 조선소를 완공하고 옥포 및 죽도 조선소가 착공된다. 기계공업 부문에서는 창원공업기지에 6개 부문 27개 대단위 공장을 유치하기로 했고, 구미전자 공업단지에 현재 22개 공장이 가동하고 있는데 올해중에 21개 공장을 추가로 가동시킬 예정이며 전자제품의 수출목표액이 7억8000만 달러로 책정되었다. 석유화학분야에서는 여천지구에서 33만t짜리 메타놀 공장이 완공되며 33만t 규모의 납사분해센터를 금년에 착공하고 36만t 규모의 영남화학비료공장을 완공하고 암모니아 기준 600만t 규모의 제7비료 공장을 추진한다.

완공과 착공, 그리고 추진이란 말이 반복되는 중화학공업 건설상황을 이야기할 때 대통령의 금속성 목소리엔 윤기가 돌았다. 1년 전 석유값이 넉달 사이에 네 배로 뛰는 비상사태를 맞았을 때 중화학공업 강행을 결단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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