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월맹군은 푸옥롱省의 省都인 푸옥빈을 점령했다. 월남전 사상 성도가 공산군에게 점령되고도 탈환되지 못한 경우는 이것이 처음이었다. 하노이의 월맹 지휘부는 미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보고 다음 단계의 작전을 전개하기로 했다. 전해의 의회 결의로 인해 포드 행정부는 이런 중대한 협정위반행위에 대해서도 군사력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답답한 키신저는 월맹상공에 대한 정찰비행을 강화하고 필리핀 수빅만을 출항하여 인도양으로 향하게 되어 있는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를 월맹의 통킹만으로 접근시켜 월맹측에 경고하는 방안을 내어놓았다. 월맹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중대한 협정위반을 한 월맹은 오히려 미국측이 휴전협정을 위반하여 정찰비행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미국의 언론과 의회가 편승했다. 포드 행정부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의회와 언론은 더 큰 협정위반자인 월맹에 대해서는 비판하지 않고 자신의 정부에 덤벼들었다. 미국 국방장관이 나서서 변명해야 할 판이었다. 미 국방부는 의회로부터 국방예산 심의를 받아야 할 시점에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했다. 엔터프라이즈호가 수빅만을 출항하자말자 하노이는 또 다시 미국이 침략의도를 드러내고 있다고 외쳤다. 미 국방성은 엔터프라이즈호의 통킹만 접근계획을 취소했다.
이런 사태를 지켜보던 하노이의 월맹 지휘부는 미국의 포드 대통령이 월남방어 의지를 실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 수상 팜 반 동은 “우리가 미국에 뇌물을 주어서 개입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포드 대통령과 키신저 국무장관은 월남을 구해보려고 했다. 그들은 탄약이 떨어져 가는 월남정부에 대해서 3억 달러의 긴급지원을 하려고 미 의회에 승인을 요청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움직이지 않았다. 포드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들에게 너무 부드럽게 대한다고 비난해오던 반공의 보루 헨리 잭슨 상원의원도 “인도지나의 문제는 3억 달러의 무기구입비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거부했다.
티우 대통령은 이때 전략적 부대 배치 전환을 단행한다. 중부고원 지대를 지키던 정예 공수부대들을 해안의 다낭기지 부근으로 옮기도록 한 것이다. 방어력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전선을 축소하기 위한 전략적 후퇴였다. 이것이 월맹 지휘부에 나쁜 신호를 보냈다. 하노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다음해로 예정했던 사이공 진격을 이 기회에 해치우기로 결단했다. 참모총장 반 틴 둥이 월남으로 내려와 월맹군 사령관을 맡았다.
이 침략행위를 덮기 위해서 월맹정부는 전형적인 위장평화공세에 나선다. 그들은 정치협상을 제안한 것이다. 그 내용은 ‘미국의 개입을 중단시키고 파리 협정을 실천하기 위한 새 정부를 사이공에 수립하자’는 것이었다.
키신저는 이제야 이 제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3년 전 그는 파리 협상의 상대자인 레독토가 표정도 바꾸지 않고 ‘티우 암살’을 제안했던 것을 기억했다고 한다. 정규군을 동원하여 월남을 침공함으로써 파리휴전협정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월맹이 ‘휴전협정을 실천할 수 있도록 티우 정부를 교체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해도 미국의 언론은 ‘온건한 제안’이라고 환영했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는 1975년3월6일자 사설에서 포드 대통령이 신청한 3억 달러의 긴급지원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이미 통과된 對월남원조액의 삭감을 주장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구엔 반 티우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또 그가 타협하고 양보하지 않을 수 없도록 군사지원을 줄여야 한다>
미국의 敵이자 협정위반자인 월맹에는 침묵하고 우방이자 피해자인 월남에 대해서는 잔인하게 대한 것이 당시 언론과 의회였다. 대중정치시스템에선 여론이 소위 ‘반전평화’로 돌아버리니 언론과 의회도 휩쓸려 들고 행정부도 발이 묶여버린 것이다. 월맹은 이때 미국내의 언론과 反戰단체, 그리고 의회를 자신들의 편으로 조종하고 있었던 셈이다. 월맹은 월남내에서는 월맹정규군과 베트콩, 그리고 순진한 민주투사들을 조종하고 있었다. 티우와 포드 대통령은 이런 월맹 전략에 의해 여론과 언론과 의회에서 정치적으로 고립되었다.
월맹을 북한의 김정일 정권, 월남의 티우정권을 한국의 보수세력, 그리고 당시 反戰무드에 조종당하던 미국의 언론과 의회를 지금 反美친북 바람에 나부끼는 한국의 언론과 국회로 놓고 비교하면 여러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월남패망의 길(2)/월맹의 정면공격
-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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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9-04, 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