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성추행에 대한 개념이 없는 나라

性추행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한 북한에선 여성들이 항시(恒時)적인 성폭행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여고생 72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여주 고교 교사 2명이 검찰에 송치됐다. 그들은 지난 해 4월부터 학교에서 체육교사, 학생부장을 맡으며 여학생들을 추행하고 남학생 3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성폭행과 성추행은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남한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은 북한에서 살 당시 어떤 행동이 성추행에 속하는지 모르고 살았다고 한다. 더욱이 그것에 대한 예방이나 정권의 후속조치도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북한 여성들은 성추행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함흥 출신 탈북민 박 씨는 정착 초기에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에게 술에 취한 남자들이 농담도 건네고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행동을 했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은 행동으로 여겼다. 그는 "북한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한 정착 2년이 가까워오는 지금 성추행에 굉장히 예민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1946년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제정하는 등 남녀평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그러나 가부장적 분위기로 인해 성추행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또다른 탈북한 무산 출신 장 씨는 "북한 보안원(경찰)은 여성들을 상대로 '돈 없으면 몸으로 때우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줄 것이 없으면 몸이라도 달라는 농담 섞인 말을 자주 했다. 어떤 보안원은 젊은 여성을 사무실로 불러내 가슴도 만지고 음흉한 행동을 해도 항거하지 못한다. 권력을 등에 업은 사람을 고발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변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성폭행, 성추행이라는 말은 북한에서 들어보지 못했다. 어떤 행동이 성추행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성적 수치심을 당해도 대처할 방도가 없다. 될수록이면 자신이 당했던 성적 수치심을 잊어버리려고 애쓴다. 괜히 주변에 말했다가 행실이 바르지 못하니 그런 일도 생겼다는 의심을 받기 일쑤다."고 증언했다.

그는 "탈북 전 버스에서 군인이 여성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여성은 옆에 앉은 군인이 자신의 허벅다리와 가슴을 거칠게 만지는 것에 화가나 소리를 질렀다. 당시 버스에 탔던 주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군인은 그 여성을 향해 쌍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잠시 후 옆에 있던 군인들까지도 합세하여 그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다수의 탈북민들은 북한 여성들은 항시적인 성폭행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여성들이 성추행을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폭행을 당하면 신고할 생각보다 '운수 나빠 이런 일이 생겼다'고 자신을 위로한다. 북한은 법적으로 남녀평등이 보장되어 있지만, 실제로 보면 여성에 대한 보호나 우대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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