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의 동상이 운다. 부들부들 떤다. 하나밖에 없는 5미터 높이의 맥아더 동상이 운다. 부들부들 떤다. 노예의 삶으로 전락하기 직전에 간신히 탈출한 3천만이 초근목피로 연명할망정 한 마음 한 뜻으로 1957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7주년 기념일에 감격에 겨워 인천 송학산 자유공원에 세운 맥아더의 동상이 운다. 부들부들 떤다. 쉰들러의 리스트에 올라 생명을 부지한 사람들의 후손들이 손에 손에 장미를 들고 쉰들러의 무덤을 찾듯이,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자유대한의 후손들이 손에 손잡고 아직도 이따금 찾아가 우러러보는 맥아더의 동상이 운다. 부들부들 떤다.
미제국주의를 상징한다는 미문화원에서 60년 전 미군에 의해 양민이 학살되었다는 노근리로, 노근리에서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죽은 두 여중생을 살려내지 못하는 미대사관 앞 광화문으로, 광화문에서 미군부대 이전 예정지인 평택으로, 평택에서 북한의 미사일을 떨어뜨릴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된 광주로, 광주에서 맥아더 동상이 굽어보는 인천으로, 민족과 평화를 앞세운 자들이 연방통일의 진군 나팔을 요란히 울리며 달려간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사수하려는 오늘의 학도병들이 '민주'경찰에 에워싸여 제 가슴이나 쾅쾅 치는 사이에, 무엇이 두려운지 얼굴을 온통 가리고 교묘하게 비호해 주는 경찰에게 바싹 다가가 도리어 그 눈을 찌르고 맥아더의 동상을 향해 달려간다. 그 위세에 소스라치게 놀라 맥아더의 동상이 운다. 부들부들 떤다.
'미군, 물러가라! 60년 식민통치 끝장내자! 분단의 괴수, 통일의 원수, 맥아더의 동상을 월미도의 갯벌에 처박자! 민족통일을 가로막은 맥아더의 동상을 박살내자!'
이 벽력같은 소리에 놀라 맥아더의 동상이 운다. 부들부들 떤다.
'어흥, 또 다시 이 아름다운 강산에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피가 강처럼 흐르겠구나! 어흥, 그 때 내가 모택동을 얕잡아보다가 한반도를 자유통일 못 시킨 것이 천추의 한이로다! 어흥, 잊으랴! 어찌 우리 그 날을! 내 어이 구천에선들 눈을 감으랴!'
김일성의 동상이 빛난다. 환하게 웃는다. 365일 등화관제하는 것처럼 칠흑같이 어두운 북한에서 이집트의 스핑크스처럼 거대한 김일성 동상이 대낮같이 황금빛으로 빛난다. 환하게 웃는다. 만수대 언덕에 우뚝 선 황금빛 찬란한 20미터 높이의 김일성 동상을 비롯하여 70여개 동상이 북한 전역에서 태양처럼 빛난다. 환하게 웃는다. 김일성 사망 후 10년 동안 무려 연인원 1억1천만 명이 팔뚝 하나만 해도 맥아더 동상보다 큰 만수대의 김일성 동상을 참배했다고 전하는 북한의 아나운서의 얼굴도 김일성의 동상처럼 빛난다. 환하게 웃는다. 3만여 개에 달하는 김일성의 석고흉상도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자태로 빛난다. 환하게 웃는다. 집집에, 관공서에, 기업소에 모신 천만 김일성 초상은 그 아들 초상과 나란히 먼지 한 올 안 묻은 채 인자하게 뼈에 가죽만 덮어쓴 2천만 해골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조금만 더 참아라. 이제 곧 우리 부자가 이밥에 쇠고기 국을 먹게 해 주마!'
조선중앙통신은 9월 9일 건국 57주년을 맞이하여 유향림소학교를 세계에 널리 알린다. 평양미산소학교가 유향림소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전한다. 2003년 1월 위급한 상황 속에서 9살의 유향림 어린이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구한 후 아름답게 희생됐다고 전하는 아나운서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하다. 어쩌면 아침에 밥을 못 먹고 와서 배가 고파서 그랬을지 모른다. 그런 아들 하나 있었으면, '김일성소년영예상'을 자신이 대신 전해 받고 덕분에 전 가족이 공산귀족으로 배고픔을 영원히 잊을 수 있었을 건데, 하고 부러워했을지 모른다.
'내 아들의 이름을 딴 소학교가 있으면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그보다 더 큰 가문의 영광이 또 있을까.' 이렇게 한탄하며 울먹거렸을지 모른다.
3천만 중 3백만밖에 학살하지 못하게 막은 맥아더, 적화통일을 완수하는 순간 죽창으로 백만, 생매장으로 백만, 기아로 백만, 공개총살로 백만 능히 더 죽일 수 있었건만, 이를 막은 맥아더를 용서할 수 없다는 무리들!
2300만 중 3백만밖에 굶겨 죽이지 못했는데, 200만톤의 무상식량으로 6백만을 소리소문 없이 살려 준 맥아더의 나라 미국, 이제 4천8백만 중 월맹이 그러했듯이 적화통일을 완수하는 순간 정신개조한다며 2천만을 재판 없이 끌고 가 최소한 5백만은 죽여 버려야 하는데, 맥아더의 나라가 또 방해한다며, 맥아더를 따르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들이 일제시대의 헌병 끄나풀보다 더 가증스럽다며 죽봉을 들고 날뛰는 무리들! 과연 김정일이 그들을 살려 줄까. 저 빛나는 월맹의 가르침을 잊을까. 사이공의 베트콩과 민주투사와 지식인을 제일 먼저 처단하던 그 가르침을, 그 빛나던 토사구팽의 가르침을 차마 써먹지 않을 수 있을까. 너무너무 아까워서 차마 써먹지 않고 그냥 인천 앞 바다에 버리진 못하리라.
(2005. 9. 15.--인천상륙작전 55주년 기념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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