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1일 <조갑제 TV>엔 ‘부끄러워서 정말 얼굴을 들 수 없구나!’란 제목의 동영상이 올랐다. ‘내년 1월에 6·25 참전국이 다시 모여 北核(북핵)을 논의한다는데 한국은 부끄럽지도 않은가‘란 副題(부제)가 붙었다. 22일 오후 5시10분 현재 조회수는 1만3363회이다.
趙甲濟 기자는 이날 조갑제닷컴이 2010년에 발간한 ‘6·25 참전 21개국 이야기-고마운 나라, 고마운 사람들’(金東鉉 著, 책값 5000원)이란 책을 소개했다. 이 책에는 21개 참전국 기념비 현장사진과 전투 秘話(비화)가 소개돼 있다.
이 동영상이 소개된 다음날인 22일 오전부터 조갑제닷컴 사무실엔 책 주문전화가 폭주했다. 오후 늦게까지 100권 이상의 주문이 들어왔다. “참전국들이 다시 모여 우리 북핵 문제를 논의한다니 부끄럽고 고마운 일입니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리 배은망덕한 나라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주위에 알려서 고마움을 나누겠다”는 말들을 전했다.
조갑제닷컴은 이 책 주문을 전화(02-722-9411~3)로 받고 있다. 아래 글은 “모든 병사들에겐 어머니가 있습니다”란 이 책의 머리글이다.
----------------------------------------------------------------
“모든 병사(兵士)들에겐 어머니가 있습니다”
한 달 가까이 참전 21개국의 참전비, 기념비, 전투비 등을 돌아보았다. 대부분 30여 년 전 당대의 일류 조각가들 작품이 많았다. 일부 참전비들은 쓸데없이 커 보이거나 조금은 과장된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다. 곳곳의 참전비 비문(碑文)은 절절했지만 전후(戰後)에 태어난 내겐 썩 와 닿지 않는 얘기도 있었다. 기록해 놓은 전투기록들이 승전(勝戰) 위주인 점도 그런 생각이 들게 한 이유였다.
참전비 순례의 막바지엔 2300기(基)의 무덤이 있는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을 보았다. 그곳엔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각종 비석과 비문, 기념비가 열 개도 넘었다. 가장 거대한 기념물은 한국전에 참전해 사망한 유엔군 4만896명의 이름을 검은 벽에 하나하나 새긴 ‘유엔군 전몰장병 추모명비’였다. 망자(亡者)의 이름으로 둘러쳐진 벽(壁)을 탑돌이 하듯 돌았지만 큰 감동은 없었다.
그런 기분으로 유엔공원을 둘러보던 3월 초순의 쌀쌀한 오전, 나는 내가 본 기념물들에 대한 메모를 확인하고 혹시 빠뜨린 건 없을까 해서 묘지와 각국의 기념비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묘비를 보았더니 맨 밑줄에 ‘15TH DECEMBER 1952 AGE 22’란 글이 보였다. 1952년 12월15일에 사망한 22세 병사의 무덤이었다.
‘AGE 22’!
모든 묘비엔 부대명, 군번, 계급, 전사(戰死)일자, 당시의 나이가 적혀있다. 22세 사병의 묘는 오스트레일리아군 사망자들이 묻힌 35번 묘역의 1열에 있었다. 그 줄 12명의 묘비를 하나하나 다시 보니 사망 당시의 나이가 눈에 들어왔다. 20, 22, 23, 25…. 스물두 살짜리 아들을 군(軍)에 보낸 내 머리가 아찔해졌다. 35번 묘역 옆의 캐나다군(軍) 묘역인 37번 1열의 12명과, 그 옆줄 영국군 묘역인 38번 1열의 12명 등 총 36명 병사의 사망 당시 나이를 메모했다. 19세가 4명, 20세가 7명, 21세가 4명, 22세가 6명, 23세가 3명 등 19세에서 23세까지가 24명이었다. 36명 중 3분의 2가 23세 이전에 죽은 것이다. 이 수치를 보니 조금 전 유엔기념공원 추모관에서 공원 안내 비디오에 등장한 호주병사의 어머니가 한 말 ‘모든 병사에게는 그들의 어머니가 있습니다’란 글이 가슴에 닿았다.
사망한 병사의 나이를 메모한 주(主)묘역과 유엔군 위령탑 등의 현충(顯忠)시설이 들어있는 녹지지역 사이에 폭 0.7m, 길이 110m의 수로(水路)가 있다. 청계천처럼 물이 흐르도록 설계했다. 이름은 도은트 수로(Daunt Waterway)로 유엔기념공원에 안장(安葬)된 전사자 중 최연소자(17)세인 호주병사 J. P. 도은트의 성(姓)을 따서 지은 것이다. 이 수로는 묘역과 녹지지역의 경계에 있어 삶(녹지지역)과 죽음(묘역)사이의 경계라는 뜻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이 수로를 주욱 따라 걷다보니 수로 곳곳에 금붕어들이 대여섯 마리씩 놀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누리며 사는 게 혹시 우리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스무살 안팎의 어린 외국 병사들 덕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고마움을 모른다면 우리는 열일곱 살에 죽은 청년이 만든 울타리인 도은트 수로 안의 금붕어 정도밖엔 안되는 존재란 생각도 들었다.
2010년 5월24일
김동현
'고마운 나라, 고마운 사람들' 주문 폭주!
- 조갑제닷컴
- ▶ 필자의 다른 기사보기
- 2017-12-22, 1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