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젊어지고, 더 신선해진 '2018 태극기 집회'

‘20~30대를 중심으로 한 태극기 집회도 한 번 열자’는 제안, 성공할까?
지난 3월 1일 오전 11시30분쯤 3호선 경복궁역 출구로 나와 정부중앙청사를 끼고 우회전해 잠시 가던 길을 멈췄다. 좌측 사선에 위치한 광화문광장을 먼 거리에서 한 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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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과 KT빌딩 사이 광화문광장 구역에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플래카드와 여러 깃발이 나부끼는 게 멀찌감치 보였다. 크레인에 장착된 스피커가 뿜어내는 요란한 구호, 찬송가, 군가도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도 무대가 설치돼 누군가가 ‘문재인 정권 퇴진’ 등의 구호를 연신 외치고 있었다.
 
30여 미터 정도 걸어 광장 가까이 다가갔더니 태극기 집회만 열리고 있던 게 아니었다. 사물놀이패가 꽹과리를 연신 쳐대며 ‘적폐청산’ ‘친일청산’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광화문 네거리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사물놀이패와 참석자의 수를 헤아려 보니 100여 명은 돼 보였다. 사물놀이패가 앞서고, 가로 세로 약 4~5m의 대형 ‘한반도기’를 중년 여성 십수 명이 펼친 채 들고 뒤따르고 있었다. 다행히 경찰이 가로막아 양측이 충돌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념에 갈려 양분돼 있는 우리의 현실을 폭 34m, 길이 555m 광화문광장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리는 태극기 집회의 공식 명칭은 '3.1절 국가회복 범국민대회'였다. KT빌딩과 교보빌딩 바로 건너에 범국민대회의 무대가 마련돼 있어 미국 대사관을 따라 그쪽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불가능했다. 말 그대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세종문화회관 앞쪽으로 우회해 무대 쪽으로 다가가려 했으나 경찰의 통제에 막혔다. 결국 주최 측이 설치해 둔 천막을 비집고 들어가 무대 앞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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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을 등지고 좌우를 살피자 교보빌딩 앞 인도는 물론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옥 앞 인도도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의 모습은 전과 달리 일사불란해 보였다. 개인 행동보다는 주최 측의 당부에 따라 질서유지에 무척 애를 쓰고 있었다.
 
나는 지난해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를 거의 다 가보았다. 촛불집회도 그렇지만 태극기 집회에 실망을 많이 했던 편이다. 늘 비슷한 진행 순서, 군복을 입은 사람들, 무질서… 숨이 막히고 갑갑했던 적이 많았다. 선동성은 차치하더라도 파격적이고 세련됐다는 점에서 촛불집회에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다.
 
2018년 3월 태극기 집회는 촛불집회만큼 진화하고 있었다. 전보다 더 젊어졌고, 더 짜임새가 있었다. 일단 가족 단위 참석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것 같았다. 실제로 3대가 함께 나오거나 자녀와 함께 나온 참석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인증샷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딱딱한 집회를 한층 유연하고 부드럽게 만들고 있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광장 측면이 바라보이는 커피전문점 2층에 갔더니 ‘태극기 가족부대’가 두세 팀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이 나누는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았다. “오늘 ○○네는 안 나왔어?” “빨리 전화해서 서대문역이나 경복궁역에 내려서 걸어오라고 그래.” 대화의 내용으로 미뤄보아 다른 가족의 참석을 독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들 무리에 있던 한 부부는 창문 바깥에서 휘날리는 태극기 물결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었다.
 
국가의 혼란과 위기를 걱정해 모인 이들이지만 집회 참석자 모두가 심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런 이채로운 모습들이 퍽 신선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참석한 게 나로서도 신기했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어벤저스에 나오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청년이 이번 집회의 최대 화제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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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국민대회 연단에는 한 신학대생이 올라 “이승만 대통령이 지킨 나라를 우리가 반드시 수호하자”고 강조했고, 또 다른 무대에도 20대 중후반의 여성이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을 규탄하는 성명을 낭독하고 있었다. 이들의 발언은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태극기 집회에서 가장 화가 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태극기를 바닥에 버리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국기를 그렇게 함부로, 그것도 대한민국을 지키러 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게 왠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이날 버려진 태극기는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보였다. 교회에서 자원봉사를 나온 것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 두어 분이 “태극기, 성조기 그리고 쓰레기는 절대 버리지 마시고 저희 주세요”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있었다. 그 덕인지는 몰라도 국기가 흉물스럽게 내동댕이 쳐진 모습은 보질 못했다.
 
집회에 나가면 그 분위기에 취해 자기도 모르는 새 흥분을 하게 된다. 연세 지긋하신, 그러면서 혈기왕성한 참석자들은 때때로 돌발행동을 하기도 한다. 술 한 잔 걸치고 무대 근방에 난입하는 경우, 그걸 제지하는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자기편(?)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도 태극기 집회에서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번엔 그런 장면을 볼 수 없었다. 곳곳에 배치된 자원봉사자들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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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집회 연사로 나온 청년.

올해 들어 처음 열린 태극기 집회는 남녀노소가 태극기와 성조기 그리고 대한민국 수호라는 주제로 한데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벌써부터 ‘20~30대를 중심으로 한 태극기 집회도 한 번 열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고 들었다. 얼마나 지속될지 예단할 순 없지만, 보수우파 진영의 태극기 집회에도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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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idn 2018-03-04 오전 10:54

    20 , 30대 중심의 태극기집회는 자유민주폭풍을 몰고 올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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