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톱에 오른 6년간 실질적인 외교 활동이 제로였던 김정은이 한국 정부의 특사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 IOC(국제올림픽위원회)의 바흐 회장을 만나는 등 외교의 표면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제사회에서는 긴장 완화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북한 내부에서 대대적인 주민 통제가 시작되었다.
지난 3월 18일, 북부지역의 취재협력자들로부터 공공 장소에 ‘포고문’이 붙여졌다는 보고가 있었다. ‘비사회주의적 행위를 하는 자를 엄벌에 처한다’라는 제목으로 전국에 게시된 것으로 여겨진다. 아직 현물 사진을 입수하지 못했지만, 중국에 월경 및 밀수나 마약 판매, 중국 휴대전화의 불법 사용을 엄벌에 처한다는 내용 외에 자본주의적인 경제 현상, 자본주의적인 복장이나 머리 형식 등을 엄중히 단속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거리에는 ‘규찰대’로 불리는 단속 조직이 서서 행인들의 옷차림을 검사하고 있다. 이것은 작년 말 김정은이 연설에서 지시를 받아 시작된 것이다. ‘규찰대는 가위를 들고 서서 청바지는 잘라버린다’라고 북부지역에 사는 여성이 떨면서 전했다.
김정은 정권은 2017년 한해 동안 계속 핵·미사일 개발에 전력투구해왔다. 국제사회로부터 심한 비난과 제재를 받았다. 올해 초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화 무드로의 국면전환에 성공했다. 이를 예측해 새롭게 국내 단속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융화를 어필하면서 국내 통제 강화하는 이유는?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 개최로 결정되었다. 따라서 음악이나 스포츠 등에서 한국과의 문화교류가 다수 진행된다. 김정은 스스로도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해서 화해와 융화를 어필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교류는 북한의 사람들 심리와 사회 분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한국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고, 세련되고 선진적인 한국문화에 대한 동경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2000년 6월 김대중 전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회담한 이후, 북한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적대의식은 현저히 줄어버렸다. 국가의 절대지도자가 한국을 받아들였으니 인민들도 괜찮을 것이라는 무드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현재 김정은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국내통제는 남북 접촉의 확대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것의 발현이다.
◆개인식당을 강제 폐쇄…자본주의 경계
또 하나. 대화국면 진행의 ‘부작용’으로서 김정은 정권이 경계하고 있는 것은 북한 국내에서 ‘자본주의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분위기의 확산이라고 생각된다. 함경북도의 취재협력자는 3월 초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갑자기 고리대금의 적발이 시작되어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청진시에서는 월 이자 50%로 돈을 빌렸던 그룹이 체포됐다. 지금까지 방치돼 있었는데 ‘고리대금은 자본주의적 현상이다’라며 가차없다.”
또한 3월 26일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대해 폐쇄 명령이 내려왔다고, 양강도의 취재협력자가 전해왔다.
“시장 주변에서는 개인의 집과 포장마차에서 국수나 국밥 등 식사를 파는 식당이 많이 있다. 맛있다고 평가받는 집에는 줄까지 서고, 배달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갑자기 상업관리소와 공적 기관, 무역회사에 등록되어있지 않은 개인 운영의 식당은 허가되지 않는다며 보안서(경찰서)가 폐쇄시키고 있다.”
◆사회주의의 간판 내리는 것은 김씨 일족의 패배
이제는 북한의 누구라도 자본주의의 한국이 풍족하게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북한의 체제 경쟁은 이미 승부가 났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사회주의의 간판을 절대 내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김일성-김정일 시대로부터 계속 주장해온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즉 김씨 일족에 의한 통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필요한가, 대한민국으로 좋지 않느냐’라는 근원적이고 위험한 생각이 퍼지는 것이, 김정은 정권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두려운 일이다. 남북의 융화 및 교류는 북한의 절대 독재 체제에게는 국내통제 강화와 세트가 되어야만 비로소 단행될 수 있다. 이것이 슬픈 현실이다. (이시마루 지로)
외교에선 웃는 얼굴의 김정은, 뒤에서는 철저한 주민 통제
- 이시마루 지로(아시아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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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04, 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