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별세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995년 2월 22일 회장으로 취임했다.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 3대 핵심 사업군을 육성하면서 자동차부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Organic Light Emitting Diode), 에너지,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세계기업으로 키웠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세계 1위로 성장했고, 2차전지 사업도 20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세계 1위 기업이 됐다. 1994년말 30조원대였던 그룹 매출은 GS, LS, LIG, LF 등을 계열분리하고도 작년에 160조원대로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약 1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뛰었다.
루치 샤르마(Ruchir Sharma)씨는 모건 스탠리의 Emerging Markets and Global Macro 부서 책임자이다. 그가 쓴 ‘Breakout Nations'(Norton, 2012)는 한국, 대만,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선진 경제권에 도전하는 나라들의 장단점을 분석한 책이다. 흥미 있는 제목, ‘The Gold Medalist'가 있어 그 부분부터 읽었다. 금메달감의 나라가 어디인가 궁금해서였다. 샤르마 씨는 한국을 도전 국가群(군)의 1등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의 라이벌이 대만이었는데 지난 10여년 사이에 한국이 선두에 나섰다면서 極讚(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조업 重視가 계속되는 점에서 ’아시아의 독일‘이란 표현도 썼다.
1. 대만과 한국은 지난 50년간 연평균 5% 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한 세계의 唯二(유이)한 나라이다.
2. 한국 경제는 1997년과 2008년의 세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창조적인 파괴를 통하여 체질을 개선, 더욱 강해졌다. 守勢的(수세적)으로 위기를 넘기려 하였던 일본과 대조된다.
3. 한국 경제기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조업 重視(중시) 노선이 경제구조의 선진화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제조업 비중이 26%에서 31%로 늘었다. 제조업 비중이 25%를 넘기면 서비스 重視로 바뀌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은 반대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또 중화학 공업을 중심으로 다각화되어 있다. 한국을 ‘아시아의 독일’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이유이다.
4. 대만은 주문생산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였지만 한국의 대기업은 무모하게 보일 정도의 모험을 통하여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삼성, 현대, LG는 한국 GDP(국내총생산)의 16%를 차지한다. 이에 힘입어 수출이 汎지구적으로 확대되었다. 2003년에 한국 수출액의 3분의 2는 先進경제권에 판 것인데, 2011년엔 3분의 2가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나갔다. 한국의 수출액은 GDP의 53%이고, 무역액은 GDP와 거의 맞먹어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경제구조이다.
5. 이런 성공의 중심엔 재벌 기업이 있다. 한국의 재벌 기업은 장기적, 모험적 투자를 두려워하지 않는데 이는 오너가 결정권을 가진 덕분이다. 현대 자동차가 세계 제5위의 판매량을 기록한 데는 鄭周永 회장의 미국 시장 진출 결단(1986년), 鄭夢九 회장이 결정한 新車 판매에 대한 10년 보증 및 알라바마 현지 공장 건설에 힘입은 바 크다. 이런 모험은 재벌 출신 경영자이니까 가능하였다.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가 退潮(퇴조)하는 마당에 어떻게 미국에서 자동차 공장을 짓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금 현대의 알라바마 공장이 미국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다.
6. 한국의 성공사례는 가장 강한 기업 모델(the strongest corporate model)은 ‘가족이 소유하면서도 주식은 공개되어 있고, 전문가들이 관리하는 회사’임을 보여준다. 공개된 기업은 경리를 투명하게 할 수밖에 없다. 매킨리의 조사에 의하면 가족이 경영하는 회사는 2008년의 금융위기를, 非가족 회사보다 더 성공적으로 극복하였다. 가족 회사는 이 기간에 빚을 줄였고 기술 개발 투자는 늘렸다.
7. 대만은 한국보다 쉬운 길을 가다가 뒤처졌다. 가장 큰 敗因(패인)은 삼성, 현대, LG와 같은 독자적인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 점이다. 대만은 일본의 하청업체로 안주하려 하였지만 한국의 대기업은 일본을 이기려 하였다. 대만 기업은 중국, 인도 등에 주로 투자하여 매달 20억 달러씩 해외로 빠져나갔다. 대기업이 기술개발에 집중한 한국은 특허 出願(출원) 건수에서 세계 5위 안에 드는데, 대만은 20등 안에도 들지 못한다. 대만은 부품을 자체 개발하기보다는 일본으로부터 사들이는 방식을 選好(선호)하다가 2011년 쓰나미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으나 한국은 끄떡없었다.
8. 세계의 금융인들은 서울의 KOSPI를 세계 경제 동향의 중요 변수로 여기는데, 대만 주식시장엔 관심이 적다. KOSPI에 등록된 회사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이는 한국 제조업의 다각화를 반영한다.
9. 한국 기업은 해외의 다른 회사를 매입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회사에 투자하거나 공장을 새로 짓는 쪽을 選好한다. 2010년 한국 기업은 해외에서 1400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10. 한국 제조업은 세계에서 로봇을 가장 많이 쓰는 축에 들고 省力化(성력화)로 대만보다 생산성이 높다.
11. 한국은 교육수준이 세계 최고이고 중산층이 강하여 富의 분배 문제에 민감하다. 한국의 富者들은 조심하는 사람들이다. 우선 10억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가진 부자가 적
다. 러시아는 100명인데 한국은 16명이다. 대만은 25명, 터키는 38명이다. 한국의 10억 불 이상 부자 16명이 소유한 富의 총액은 국내총생산의 4%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29.2%, 인도는 17%, 말레이시아는 20%, 대만은 14.6%인데 한국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같은 수준으로 가장 낮다. 부자들이 정치적 연줄을 이용, 치부하고 호화판 생활을 하는 나라에선 정치 불안이 생기는데 한국의 부자들은 사생활에 신경을 쓴다.
12. 한국 재벌 기업의 2, 3세들은 대체로 좋은 자질을 가졌다. 워렌 버핏은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그들이 서로 싸우지만 않는다면 좋다.”
13. 대만은 중국을 흡수 통일할 수 없지만 한국은 북한을 흡수, 지하자원과 훈련된 노동력을 얻어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不動(부동)의 금메달감’이다.
샤르마 씨의 분석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한국 재벌기업에 대한 好評(호평)이다. 물론 조건이 있다. 재벌 총수가 소유권을 장악, 장기적 전략의 투자와 의사결정을 하고, 기업을 공개, 투명한 經理를 하며, 전문가들이 회사를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 같은 회사가 그렇게 하고 있다. 확고한 장기 전략, 투명성, 전문적 관리가 결합되면 最强의 기업이 된다. 단기 목표 달성에 치중하는 월급장이 사장보다는 재벌 오너가 그런 기업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엔 재벌세습을 권력세습과 동일시하여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세습 자체가 합법적이라면 善惡 是非의 대상이 아니다. 합법성과 투명성이 확보된다면 營利(영리)가 평가의 기준이다. 기업은 돈을 많이 벌어 세금을 많이 내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되는 것이다. 누가 주인이냐의 與否는 부차적이다. 꿩 잡는 게 매이다.
한국이 제조업 전반에 걸친 세계적 경쟁체제를 구축한 것은 1973~79년 박정희 정부의 중화학공업 건설 덕분이다. 이 시기는 유신체제와 겹친다. 朴 대통령은 낭비적 정치 투쟁을 '한국적 민주주의'로 극복하여 얻은 國力을 중공업 건설에 집중 투자하였다. 이 시기는 두 차례의 석유파동이 몰려와 세계적 경제위기가 휩쓸던 때였다. 위기를 오히려 好機로 이용한 것이 박정희의 선진국 進入 전략이었다. '아시아의 아이리쉬'로 통하던 한국인이 '아시아의 독일인'으로 불리게 된 것도 거대한 중화학공업의 기반이 국가의 운명과 국민성까지 바꿔놓은 덕분이다. 이런 대전환의 두 주인공은 강력한 지도자와 창의적인 기업인이었다.
생전에 李秉喆 회장을 가까이서 모셨던 한 전직 언론인은, '늘 회사 일만 생각하는 분이었다. 한번도 편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늘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부자가 행복하다는 말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李健熙 회장 역시 아무리 삼성전자가 기록적인 수익을 올려도 自祝 분위기를 허용하지 않고 배전의 노력을 주문하였다. 기업은 시장경제의 무한경쟁 속에서 생존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런 숙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기업인들의 밤낮 없는 수고 덕분에 많은 보통사람들은 행복을 누린다. 이런 기업인들이 민주투사들처럼 우대 받게 될 때 한국의 자본주의는 더 깊은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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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의 한 CJ 빌딩 안엔 故(고) 李秉喆(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을 이렇게 요약하여 새겨놓았다.
人材第一(인재제일)
事業報國(사업보국)
合理經營(합리경영)
이 3大 원칙엔 李秉喆의 위대한 안목이 녹아 있다.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말이다.
1. 기업경영의 원리를 사람 중심으로 파악하였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人材육성임을 간파한 것이다. 그는 일자리는 모자라고 사람은 남아돌던 시대에 인재발탁과 교육을 중시한 偉人(위인)이다.
2. 국가건설期의 한국에서 기업의 존재목적이 富國强兵(부국강병)에 이바지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세금을 많이 내는 게 기업인의 애국이다. 그는 안중근, 유관순에 못지 않은 위대한 애국자였다.
3. 경제는 과학이다. 집념, 뚝심, 배짱 같은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요소가 아니라 합리성이 成敗(성패)의 관건이다. 치밀한 계획과 정확한 판단이 뒷받침되지 않는 뚝심은 蠻勇(만용)이다.
몇 년 전 봄 金東吉 선생과 함께 기차를 타고 대전에서 열리는 강연장으로 가면서 재미 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삼성그룹 창립자 李秉喆 회장을 수십 년간 모셨던 운전기사가 모는 차를 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늙은 기사는 金 박사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李秉喆 회장님은 삼성보다도 나라를 더 생각하신 분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人事 부문 간부로 일했던 이를 만났다. 그는 '李秉喆, 李健熙 회장으로 이어진 人材第一이란 정신을 말단 직원들에게까지 스며 들도록 한 것이 삼성의 성공 비결이라고 봅니다. 삼성의 성공은 人事에서 시작되었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삼성 人事의 원칙, 즉 인재 발탁과 교육의 원칙을 능력, 청렴, 공정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주로 한 일이 인사에 地緣(지연)이나 學緣(학연)이 介在(개재)되는 사태를 막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사람을 뽑아 適所(적소)에 배치하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도록 한 뒤 평가를 정확하게 하고, 信賞必罰(신상필벌)하되 대우를 잘해주면 열심히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는 '삼성은 경쟁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면서 끊임 없이 개혁해가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한 일본인이 삼성전자로 옮겨 경영에 참여하였다가 일본으로 귀국한 뒤 쓴 책을 읽어보니 삼성 성공의 다른 요인은 '시간'이었다. 그는 일본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꽂이구이', 삼성을 '사시미(회膾) 접시'라고 비유했다. 일본 회사는 일을 할 때 계획, 검토, 결정, 집행의 과정을 꽂이구이 식으로 순서대로 꿰어서 하는데, 삼성전자는 각 과정을 회처럼 접시에 늘어놓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수직적으로, 삼성은 수평적으로 한다는 이야기이다. 일본식 수직법은 한 단계의 일이 끝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없지만 '사시미 접시' 식에선 각 단계의 작업을 독자적으로, 동시적으로 해놓았다가 나중에 통합하면 된다. 이런 동시다발식 상품 제조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소비자들이 바라는 것을 정확하게 집어내 만족시키는 데 유리하다.
동시다발식 일처리는 임기응변에 능한 한국인의 소질에도 맞다. 전통적인 제조업 시대보다는 속도가 생명인 IT 시절에 더 적합하다. 일본식이 아나로그라면 한국식은 디지털 방식이다. 삼성은 일본의 장점과 한국의 장점을 겸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인의 정확성과 한국인의 창의성, 일본인의 고지식함과 한국인의 자유분방함을 결합, 삼성 식으로 만든 셈이다. 위대한 것은 相反(상반)되는 요소를 균형 있게 통합할 때 생긴다.
한국인들을 잘 다루려면 울타리를 넓게, 높게 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재량권이나 자율권을 폭 넓게 보장하되 금지선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한국인들은 신바람 나게 일하면서 엄청난 생산성을 보여준다.
이건희 회장을 '이병철의 아들'이라고만 보는 것은 과소평가이다.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와는 단위가 다른 회사를 만들어 세계를 상대한 '글로벌 플레이어'였다. 두 사람의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사람중심의 경영, 즉 人材제일이란 핵심은 변함이 없다. 김일성은 '사람중심의 주체사상' 운운하면서 인민들을 짐승 취급했지만 이병철, 이건희 父子는 사람을 키워 돈을 벌고 국가의 富强(부강)에 기여했다.












문 정권은 事業報國하는 재벌을 못 잡아 먹어서 홧증이 생긴 모양이다
재벌과 주한미군은 한국을 지탱하고 있는 두 기둥인데 주한미군은 나가라 하면 나갈 것이지만, 재벌은 쉽사리 없애지 못하니까 야금야금 갉아서 주저 앉히려 하는 듯 하다
두 기둥만 없어지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은 골로 갈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