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프레레와 노무현, 아드보카트와 박정희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이 어제 이란과의 친선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나는 스포츠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어제 경기를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어제 경기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은 몸놀림부터 달랐다. 본 프레레 감독시절, 경기마다 패하던, 그리고 승패 이전에 몸놀림부터 만족스럽지 못하던, 그 국가대표팀이 아니었다.

대표팀 멤버들에 큰 변화가 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부임한 지 불과 두 주만에 본 프레레 감독 시절의 무기력한 플레이는 사라지고, 선수들은 펄펄 날았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입국 후 첫 기자회견에서 '정신력이 흐트러진 선수는 집으로 가라!'고 호령했다. 이후에도 그는 선수들에게 승용차는 집에 두고 올 것, 방은 정해주는 대로 쓸 것, 명품 가방 대신 스폰서 가방만 사용할 것, 훈련복에도 배번을 붙일 것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공식 기자회견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 뉴스들을 접하면서 '이제 뭔가 달라지겠구나'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달라질 줄은 정말 몰랐다.



사실 선수들의 변화 조짐은 지난 주부터 엿보였다. 지난 주 첫 연습경기를 가졌던 선수들은 '정말 재미있게 훈련했다(안정환)','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모든 선수들이 노력하고 있다(이동국)'고 말했다.

연습시 선수들이 실수하면 신경질을 내면서 연습을 중단시키고 선수의 잘못을 장황하게 지적하던, 그러나 선수들을 납득시키지는 못했던 본 프레레 감독과는 달리, 아드보카트 감독은 적절한 격려를 섞어가며, 잘못한 경우에도 핵심만 짚어 지적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 보도를 접하면서 '일이 잘못되면 선수탓,언론탓부터 하던 본 프레레와는 다르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어제 이란과의 경기에서의 승리. '선수들이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홍명보 코치의 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새삼 '지도자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축구만 해도 감독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달라지는데, 나라의 경우야 오죽하겠나'하는 생각이 든다.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하는 자들은 흔히 '우리 국민들의 우수성이나, 당시 국제경제환경을 생각하면, 박정희가 아니었어도 얼마든지 경제발전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우리 선수들의 우수성이나 한일월드컵 주최국이라는 유리한 조건상 히딩크가 아니었어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의 4강 신화는 가능했다'는 주장도 가능해 진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히딩크 감독이 물러나고, 본 프레레가 온 후 한국 축구가 죽을 쑨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이 잘한 게 히딩크 덕분이 아니라면, 본 프레레 휘하에서 우리 선수들이 죽을 쑨 것도 감독 탓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 선수들 탓?

그렇다면 그 선수들이 새 감독이 오자마자 확 달라진 것은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역시 결론은 하나, '지도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축구는 감독 혼자서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잘해 줘야 하고, 코치진도 중요하다. 축구협회의 지원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을 격려하고, 잘못을 제대로 짚어주고, 우수한 선수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기용하고, 코치진을 잘 짜고, 외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은 감독의 몫이다.

그 때문에 축구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하면 주전 선수들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말보다, 감독책임론이 먼저 대두되는 것이다. 히딩크가 아직까지도 우리 국민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기억되는 이유도 2002년 한일월드컴에서의 성취를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그가 '훌륭한 지도자'의 전형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들에게 '하면 된다'는 신념을 심어주는 지도자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자포자기에 빠지게 하는 지도자, 눈물을 쏟으며 '후손들에게만은 가난을 물려주지 말자'고 호소하는 지도자와 '역사 청산이 바로 안 되면 국민소득이 2만달러,3만 달러가 된들 뭐 하느냐'고 말하는 지도자,'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고 말하는 지도자와 그저 언론탓만 해대는 지도자를 만났을 때, 나라가 어떻게 흘러가느냐 하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느끼고 있다.



그러고 보니 본 프레레와 노무현, 박정희 대통령과 아드보카트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선수탓, 언론탓 하면서 '선수들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식으로 변명이나 일삼던 본 프레레와 늘 언론탓 하면서 경제가 망가지고 있어도 '나중에 부작용을 가져올 단기 대책보다는 우리 경제의 근본체질을 튼튼하게 만드는 경제개혁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변명하는 노무현은 어찌나 그렇게 닮았는지....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없는 주장을 장황하게 펼치는,그러면서도 자기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본 프레레와 노무현의 닮은 점이다.



반면에 기강을 바로 세우고, 상대방을 격려하면서 성취동기를 자극하고,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내고, 카리스마가 있다는 점에서 박대통령과 아드보카트는 닮았다.

'재미있게 훈련했다' '선수들이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말에서 나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도 한번 잘 살아 보자'면서 신명나게, 후회없이 일했던 우리의 부모님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나저나 본프레레야 여론이 들고 일어나고 축구협회가 그를 해고시키자 보따리를 쌌지만, 노무현은 어떻게 해야 하나?

* 이 글은 우익정치토론사이트 프리존www.freezone2005.com에서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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