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배신에 흥분한 북한인권운동가들의 분노

<조갑제TV 녹취록>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용감한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2018.6.17.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얘기를 꺼낸 것이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통화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김정은은 시진핑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속은 것인지, 스스로 자가발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여러모로 트럼프 대통령을 믿을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치명적인 현상이다. 대통령 말을 믿지 못하게 되면 국가 정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6.18. 오전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또 거짓말을 했다. 독일이 이민자들로 인해 범죄가 증가해서 독일 사람들이 메르켈 총리를 몰아내려 한다는 것이 요지다. 있을 수 없는 망언이다. 사실을 확인한 결과 그의 말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독일에서는 이민자를 연간 약 100만 명 정도 수용해왔다. 그런데 오히려 범죄발생 비율은 모든 분야에서 5% 이상 줄어들었다. 즉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트럼프의 말은 거짓말이다. 이러다보니, 현재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적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고 질타한다. 미국적 가치란 무엇인가. 그것은 1776년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이 기초한 독립기념서 내용 그대로 ‘인간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것, 빼앗길 수 없는 생명·자유·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피 흘리며 싸우며 바로 이런 용감한 사람들의 집이 바로 미국이라는(미국 국가에도 나온다) 신념’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적 가치의 핵심이다.

그 미국적 가치가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한국에도 들어왔고, 한국과 미국은 가치 동맹을 이루게 되었다. ‘자유’라는 가치 동맹.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같이 싸우고 목숨 걸고 피를 흘리면서 지켜낸 가치 동맹이, ‘자유의 한미동맹’이다. 이러한 가치 동맹을 깨는 데 이젠 한국의 좌파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고 있다. 미국적 가치에 대한 도전 혹은 반역.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보수라고 보는 것도 무리다. 보수에 대한 모독이다. 거짓말을 잘하며, 무례하고, 자유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인권을 무시하며, 동맹관계에 소홀하고 백인 우월주의를 보인다, 또한 그는 폭군에 대한 우호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폭군 중의 폭군인 김정은을 칭찬한다.

트럼프의 이런 행태에 대해 북한인권문제를 위해 싸웠던 사람들이 이제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유엔은 2014년 북한인권문제를 조사하는 위원회인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라고 한다)’를 만들었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이 호주 대법관 출신인 ‘마이클 커비’씨다. 이 위원회가 작성한 조사보고서, 즉 ‘COI보고서’가 유엔 총회에서 통과되면서 김정은 체제를 ‘반인류 범죄 집단’으로 규정했다. 유엔 안보리에 김정은과 그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고발해야 한다는 건의도 했다. 만약 당시 통과되었더라면 김정은은 싱가포르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오게 되면 체포되므로.

이 ‘마이클 커비’씨가 이번 트럼프-김정은 회담을 보고,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주 개탄의 목소리를 냈다. “미북 후속회담에서도 북한 인권이 다루어질 전망은 어둡다. 정상회담 합의문에 인권문제에 대한 약속이 포함될 것이라 기대했었지만 그런 약속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COI공청회에 나와 증언했던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다. 이들은 전 세계와 유엔을 믿고 자신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증언했는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배신했다”는 취지의 이야기다. “북한의 김정은이 폐쇄된 북한을 개방하고 UN조사관들이 대규모 수감시설을 방문하도록 허용해야 김정은의 말을 존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는 지적했다. 필자도 마이클 커비 씨를 만난 적이 있다. 우리 한민족의 고통을 위해 외국인이 이렇게 진심을 담아 열정적으로 일하는 데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되어 가는 상황은 한국인으로써 미안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게 된다.

또 다른 인사는 ‘나단 샤란스키’ 씨다. 소련 공산주의 시절, 소련에서 인권 및 반체제운동을 했던 인사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대표적 反체제 인사인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통역을 맡았었고 9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유대인인 그는 이후 이스라엘로 이주했고 내무장관까지 지냈다. 이 사람이 쓴 인권문제를 다룬 『The case for Democracy』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애독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적극적 관심을 보여왔는데, 6월19일자 워싱턴포스트에 칼럼을 기고했다. 「미국은 소련의 반체제 인사와 함께 했었다. 이제는 북한 사람들과도 함께 해야 한다」라는 제목이다.

그는 칼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외교적 수사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부에 가까운 칭찬을 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소련에서 반체제운동을 하면서, 나는 서방세계가 소련 내 反체체 운동을 적극 지원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북한 안에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외부로부터의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 특히 미국 대통령과 같은 막강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북한 주민들을 낙담시키기도 하고 격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한 말은 ‘용감한 사람을 낙담시키고 절망시키는 것이며 김정은 정권이 마음 놓고 탄압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고 꼬집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나라를 사랑한다. 그리고 북한사람들도 그를 사랑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폭압에 눌린 북한 사람들, 열광적으로 김정은을 지지하는 연극을 하지 않으면 다 죽게 되는데, 어떻게 그것을 진정한 지지 또는 진정한 인기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개탄스러워 했다. 트럼프의 말대로라면 김정은과 북한 주민의 관계는 ‘연애하는 사이(그는 Love affair라고 표현했다)’라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북한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낙담시키는 것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有害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전략적 이익이란, 동아시아를 자유화 시키는 것, 중국 시진핑의 독재권력을 약화시키고 김정은을 몰아내 한반도 전체가 자유의 땅이 되는 것, 그래야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고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지도력이 강화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익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는 ‘전술적으로 김정은을 사로잡기 위해서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며, 미국의 國益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미국이 냉전시대 때 소련의 반체제 인사들을 버리지 않고 그들에게 계속적인 지원을 보낸 것이 소련의 붕괴를 가져왔다. 동시에 북한체제가 변해서 폭군이 사라지게 만들기 위해서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비재래식 무기가 있다. 바로 북한에서 자라고 있는 반체제 인사들이다”고 말한다. 핵문제 해결, 북한 노동당 정권의 붕괴, 그리고 자유통일 할 수 있는 힘이 이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사람들을 버리는 이야기를 외교적 수사로 또는 아부하는 말로써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소련이 무너진 것은 미국이 군사 공격을 해서가 아니다. 소련 안에 있던 반체제 인사들, 자유 투사들이 일어나 고르바초프를 압박했고 고르바초프도 그들의 의견을 수용해 소련 공산당을 개혁하다가 결국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 무너지는 힘은 소련 안에서 나왔다. 북한에 큰 변화가 온다면 단순히 시장경제가 확대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동시에 북한 노동당 정권에 대한 분노를 가진 용감한 사람들이 反정부 활동을 할 수 있어야 된다. 그러려면 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인간은 희망이 있어야 용감해진다. 절망 속에서는 절대 용감해질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용감한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는 그의 말을 들으니, ‘고발’이라는 소설을 목숨을 걸고 써서 외부로 보낸 사람, 또 50편이 넘는 시를 써서 보낸 ‘반디’라는 필명의 작가가 생각난다. 그 사람은 시에서 자유 대한민국을 꿈꾸는 간절한 희망을 담고, 자유를 지켜낸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그날이 오기를 바라는 뜻을 나타냈었다. 지금 과연 반디를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 더구나 트럼프가 앞장서서 북한 주민을 배신하고 김정은 편을 드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참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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