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특별수사단은 2일 언론에 공개된 계엄령 문건이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닌 ‘현(現)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7월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언론 브리핑에서 ‘계엄령 문건’이라고 발표한 사실과 배치되는 결과다.
특별수사단은 이날 수사경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7월 16일 수사를 개시해 계엄문건 관련 USB를 확보했고, 이후 계엄문건 작성 TF원 등 25명 소환조사, 압수물 분석,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수단의 발표를 보고 있으면, 이 문건이 애초 ‘계엄령’만을 염두에 둔 문건이 아니라, 당시의 시국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이후 위수령, 경비계엄령, 비상계엄령 등의 여러 옵션을 다각도로 검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특수단 발표에 대한 8월 2일자 MBC, SBS, JTBC의 보도를 보면, 이번 사태를 ‘촛불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계엄령 검토 및 내란 음모 사건’으로 만들기로 작정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답을 정해 놓고 모든 것을 억지로 끼워맞추는 보도 행태를 볼 수 있다.
먼저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를 보자.
『특별수사단은 '복구된 일부 파일에 '계엄 시행 준비'에 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문건의 원래 제목이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었던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촛불 정국에 대비한 문건이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현 시국'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제목을 삭제하고 가짜 제목을 달아놓은 겁니다』
당시의 탄핵 정국을 왜 굳이 ‘촛불 정국’으로 명명하나? 여기서부터 이 문건을 ‘촛불집회’를 겨냥한 것으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보인다. 문건 제목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의 ‘현 시국’에는 다양한 상황 전개가 포함돼 있다. 문건의 내용을 잠깐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현 시국’ 안에는 촛불 집회뿐 아니라 점점 늘어가는 ‘태극기 집회’도, ‘혁명’을 외치는 정치인들의 주장도,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도 다 포함된다. 그런데 왜 ‘현 시국 관련 대비’를 굳이 ‘촛불 정국 대비’로 좁히는가?
기자는 제목 하나 보고서, 제목을 바꾼 이유가 ‘촛불 정국에 대비한 문건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라고 단정한다. 그렇다면 만약 제목을 바꾼 주체가 청와대면 어떻게 되는 건가?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문건을 굳이 ‘탄핵 기각시 촛불 집회를 진압할 목적’의 계엄령 검토 문건이라고 했다. 만약 청와대가 계엄령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목을 바꾼 것이라면, ‘촛불 정국에 대비한 문건’임을 감추기 위해서라는 MBC의 주장은 완전히 틀린 것이 된다. 즉, 제목을 바꾼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섣불리 단정하고 보는 MBC 기자는 어설픈 것인가, 용감한 것인가?
다음은 SBS 8시 뉴스 보도다.
『<앵커>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문건의 제목이 중간에 바뀐 겁니다. 원래 제목은 '현 시국 대비 계획', 즉 촛불집회 정국에 대한 맞춤형 전략을 준비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또 위장 TF도 운영됐습니다.』
역시나 당시의 ‘시국’을 굳이 ‘촛불집회 정국’이라 명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건이 오직 촛불집회만을 다루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문건엔 탄핵 기각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도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초 공개된 기무사 계엄령 문건, '전시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입니다. 그런데 특별수사단 수사 결과 원래 제목은 '현 시국 대비계획'이었습니다. 특수단 관계자는 '현 시국 대비 계획으로 제목이 바뀐 시점은 공개할 수 없다'면서 '제목을 바꾼 의미 자체가 수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계엄 매뉴얼의 구체화라기보다 지난해 3월 탄핵소추가 기각될 경우, 촛불집회가 확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에 대비해작성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 문건을 ‘탄핵 소추가 기각될 경우, 촛불집회의 확산’을 대비해 작성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여전히 사실을 왜곡한다. 문건은 ‘탄핵이 인용될 경우’의 상황도 다루고 있다. 문건에 분석돼 있는 다양한 상황에서 기자는 ‘촛불집회’만 보이는가? 대체 문건 내용을 한번이라도 읽어보고 보도하는 것인가? 아니면 ‘촛불집회를 막기 위해 계엄령을 준비한 문건’ 그리고 그에 기반한 ‘내란음모’로 몰아가고 싶은 것인가?
JTBC의 보도도 여전히 상상력이 풍부하다.
『기무사 계엄문건 특별수사단이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수단은 기무사가 만든 계엄령 문건의 원래 제목이 '현 시국 관련 대비 계획'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문건은 지난해 촛불집회라는 특수한 상황을 위한 '맞춤형 계엄령 계획'이었던 겁니다』
세 방송사가 입을 맞춘 듯 똑같다. '현 시국 관련 대비 계획'이라는 제목만 가지고 이 문건이 오로지 ‘촛불집회’를 겨냥한 문건이었다고 비약하고 있다.
『앵커 : 한민구 전 장관의 답변이 사실은 가장 처음에 많은 사람들을 헷갈리게한 측면이 있습니다. 국회 질의에 답하기 위해서 문건을 작성했다 이렇게 얘기했잖아요.
기자 : 그렇습니다. 한 전 장관 측은 특정 언론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철희 의원이 위수령 폐지 여부에 대한 질의를 해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성됐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특수단이 이번에 삭제된 자료들을 복구해보니 계엄령 검토 문건의 원래 제목은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문건이 작성된 지난해 2월부터 3월, 현 시국, 즉 촛불집회가 커지던 당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지,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는 게제목에서부터 드러납니다.』
문건의 제목이 처음 알려진 그대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면 이 문건은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만들어진 것이 되는가?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만드는 문건에는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는 제목을 붙이면 안되는 법이라도 있나? 당시의 시국에는 ‘촛불집회’만 있었는가? 태극기 집회도 커지고 있었고, 북한의 위협도 있어서 문건에서 똑같이 언급하고 있다. 제목 하나 가지고 참 많은 상상을 하는 듯하다.
방송사들은 오히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놓치고 있다. 제목을 바꾼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그 주체를 알아야 제목을 바꾼 의도도 알 수 있다. 만약 제목을 바꾼 주체가 문건 작성자가 아니라면, 의도적으로 이 문건을 ‘계엄령’실행을 위한 것으로 부각시켜 내란음모로 몰아가려는 뜻이 있음을 오히려 반증하는 것이 될 것이다.
세 방송사는 이 문건이 계엄령을 실행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TF팀을 만들고 보안을 염려하여 전산망을 따로 만든 것까지 끌어들인다. 방첩 활동을 하는 기무사가 보안을 중요시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자, 숲을 보자. 계엄령은 위수령, 경비계엄령 등과 함께 검토 및 문건 작성으로 끝났다. 실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문건은 잘 보존되어 문재인 정부 품으로 넘어갔다. 이걸 쿠데타 모의로 봐야 하는가. 방송사들이 앞으로 또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칠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