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소국 신라, 强國 백제·고구려를 어떻게 무너뜨렸나?

“아무리 풍요를 누리는 사회라 하더라도 갈등과 분열이 극심하면 대단히 위험”

‘백제사 전공’ 역사학자로 여겨져 온 이도학(61) 한국전통문화대 융합고고학과 교수가 신라의 삼국통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600페이지 분량의 도서 《삼국통일 어떻게 이루어졌나》(학연문화사)를 출간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라의 삼국통일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엔 ‘강대국인 고구려가 통일했더라면 우리는 강성한 나라로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약소국은 마땅히 강대국에 굴복해야 한다’는 패권주의적 정서 아닙니까? 왜 우리가 이런 사고를 추종해야 합니까?”라고 지적하며 출간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는 그동안 약소국인 신라가 강국인 백제와 고구려를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며, 백제는 이미 망하고 고구려가 멸망하기 직전인 668년 6월 신라의 김유신이 아우와 생질에게 한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신라는 충성과 믿음 때문에 생존했고(今我國以忠信而存), 백제는 오만 때문에 망했으며(百濟以慠慢而亡), 고구려는 교만 때문에 위태롭다(高句麗以驕滿而殆).>

이 교수는 김유신의 이 발언이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 당시 군사력을 비롯한 물질적 토대가 취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인 멸망 원인은 ‘정신력’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백제의 의자왕은 당 현종 ‘개원(開元)의 치’에 못지않게 선정을 베풀던 재위 15년까지 안정의 시기가 있었지만 절정의 순간 오만과 향락에 빠져 신라와 당나라의 동시 침공을 대비하지 않았고, 태종의 침략을 안시성에서 막아낸 고구려 역시 연개소문 독재 권력의 교만으로 국가를 나락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약자인 신라는 어떻게 이길 수 있었나? 이 교수는 “김유신이 말한 충성과 믿음(忠信)이 무엇이었는지 분석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충(忠)’이 종적인 관계라면 이를 횡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존재가 ‘신(信)’으로, 신라는 종횡으로 탄탄한 사회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신라의 ‘종횡으로 탄탄한 사회’가 백제·왜·고구려·당나라와 20년 가까이 이어진 장기전에서 최후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교수는 《삼국통일 어떻게 이루어졌나》를 통해 “아무리 풍요를 누리는 사회라 하더라도 갈등과 분열이 극심하면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사회적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을 논하는 것 자체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도 대입할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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