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양국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 곤란해졌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이하 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는 문 대통령의 중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이끌어냈으나, 정상회담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나도록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자 한국 정부가 난처한 입장이 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 외교 소식통 3명의 말을 인용, “특히 문 대통령이 다음 달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해야 할지를 두고 난관에 봉착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추가 조치에 진전이 없으면 유엔총회에 참석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방미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좋은 소식을 직접 전달하길 원하는데, 빈손으로 갈 경우 현재 미묘한 한미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SCMP는 “문 대통령은 9월 12~16일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북 관계 회복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김정은에게 핵 시설 리스트 제출과 같은 구체적 제스처를 취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이 종전 선언 합의를 이뤄낼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되돌리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9월 중순 평양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이후 유엔총회 참석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줄곧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을 믿는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북한이 구체적 조치를 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도 바닥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마지막 주에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시켰는데, 이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핵과 미사일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28일 “한미 연합 훈련을 추가로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는 등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SCMP는 중국도 문 대통령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가 시진핑 주석의 우선순위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견해 때문이다.
이 매체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지나치게 포용적인 태도가 국내에서 반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의 8월21~23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56%로 취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