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고용 상황’은 최악



지난 12일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달 취업자가 2705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4만5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7월과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000명과 3000명에 그치면서 9월에는 마이너스로 전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상황에서, 4만5000명이라는 숫자에 정부 및 여당은 안도감을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고용시장이 개선됐다고 평가하기에는 각종 고용지표가 너무 나쁘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10만 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 2월 10만 명대로 떨어진 후 8개월 연속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10년 이후 최장 기간 기록이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월평균 31만6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용 쇼크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월 실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9만2000명 늘어난 102만4000명으로 9개월 연속 100만 명대를 웃돌고 있다. 실업자 수가 이처럼 장기간 100만 명 이상을 기록한 것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3월까지 10개월간 이후 18년 만이다. 실업률도 3.6%로 지난해 9월 대비 0.3%포인트 높아졌다. 9월 기준으로는 2005년 9월(3.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0.4%포인트 하락한 8.8%였다. 통계청은 “실업률은 20대에서 하락했으나 30대·40대·60세 이상 등에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고용 상황을 보면 세금으로 만들어낸 일자리 외 민간 일자리는 거의 마이너스다. 제조업은 지난달에 1년 전보다 4만2000명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8만6000명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4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9월 기준)이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일자리 감소폭은 올해 들어 6월을 제외하면 매달 역대 최대 감소폭을 이어가고 있다. 경비원 등이 속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역시 13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다. 단순노무직 일자리도 전년 동기 대비 8만4000개 감소했다.

반면 정부 예산이 대규모로 투입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3만3000명)과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2만7000명) 분야에서 취업자가 증가했다. 이외 정보통신업(7만3000명)과 농림어업(5만7000명) 분야에서도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한국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일자리 감소가 심각하다. 지난달 3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만4000명, 40대 취업자 수는 12만3000명 줄었다. 30·40대 일자리는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꾸준히 감소해왔지만 지난달에는 감소폭이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40대 취업자는 지난 6월 12만8000명을 시작으로 4개월 연속 10만 명대 이상의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만3000명이 늘어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고령층 일자리는 서비스 판매 등의 단순노무 형태로 상용 근로자보다 수입이나 근로 환경이 열악해 ‘고용의 질’이 점점 악화하고 있다는 간접 증거”라고 지적했다.

생산가능인구 취업자는 지난 3월 전년 대비 3만3000명 감소를 시작으로 5월에는 마이너스(-) 8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7월에는 -14만8000명, 8월에는 -16만1000명으로 급감하고 있다. 반면 고령층 취업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년 대비 10만 명을 넘어섰으며 지난 4월부터 증가 폭이 늘어나 15만 명대를 넘었다.

올해 9월 취업자 증가 폭이 전년 대비 4만5000명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증가세를 기록한 것은 고령자 취업자 증가 폭이 생산가능인구 취업자 감소 폭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업자 수 마이너스 공포'에서 겨우 벗어난 것을 두고 정부 고위관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기에 바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다소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일자리 질 측면에서도 상용직 근로자의 증가 폭이 확대됐으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등 개선 추세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 역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9월 고용동향 관련 제10차 정책점검회의'에서 "상용직 근로자 증가폭 확대, 청년고용률 상승 등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취업자 수가 7·8월에 비해 개선됐다"고 말했다.

과연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봐야할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우선 지난달 취업자 수 4만5000명 증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추석연휴’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추석이 올해는 9월 말로 옮겨지면서 추석을 앞두고 소비재를 생산하는 일자리가 대폭 늘어났다. 특히 고용통계에 대한 조사가 매월 15일 전후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난달 22일 시작된 추석연휴를 앞두고 단기적인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이 반영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상용직 근로자 수가 늘어난 것만 가지고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 측 분석도 너무 단순해 보인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상용직 근로자 수는 지난 2000년 이후로 한 해도 빠짐없이 계속 늘고 있다. 임시·일용직은 경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상용직은 계속 늘어나는 게 장기 추세다. 그나마도 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 폭은 29만4000명으로 작년(41만7000명)보다 적었다.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 조사 지침서에 따르면 상용직은 근로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일자리를 뜻한다. 1개월 이상~1년 미만이면 임시직, 한 달 미만이면 일용직으로 분류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에 따른 분류와는 다르다. 예컨대 '비정규 상용직'도 많다. 1년 계약직 사원이나 파견 근로자 역시 통계상으로는 상용직 근로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상용직 안에도 비정규직이 있기 때문에 상용직이 늘었다고 반드시 좋은 일자리가 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전한 고용 한파 속에 정부는 근본적인 정책 수정 없이 당장의 통계 수치 개선에만 매달리고 있는 듯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별 인턴 채용 현황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월권’을 행사해가며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들의 고용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세금으로 만들어내는 일자리로 고용 통계를 개선해보겠다는 정책만 쏟아지고 있는 형국인데, 공공 부분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민간 일자리는 줄어들게 돼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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