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결의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해당 기구의 법적 근거부터 위헌적이다. 또한 ‘탄핵소추’ 의제의 상정절차, 과반수 이상 표결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 제9조 제2항에는 법관회의에서 의결을 요하는 경우, 출석한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지난 19일 법관대표회의 2차 정기 회의에는 총 119명 중 114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105명만 투표에 참여해 단 한 표 차이로 ‘재판 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을 의결했다. 관련 규칙대로 하면 114명을 기준으로, 과반 정족수 57명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하는데, 투표 참여자 105명을 기준으로 해 53표로 의결한 것이다. 명백히 규칙 위반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률에 근거한 기구가 아니어서 출발부터 위헌성 논란이 있다. 헌법 제102조에서는 ‘대법원과 각급 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고 되어 있다. 사법부 내 모든 조직은 법률에 따라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사법부 내 모든 조직은 ‘법원조직법’에 근거해 구성되어 있는데, 대법관회의(제16조), 판사회의(제9조의2), 법원행정처(제19조), 사법정책자문위원회(제25조), 법관인사위원회(제25조의2) 등의 기구가 있다.
법원의 조직, 인사, 운영을 변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대법원장이 법률의 제정 및 개정 의견을 국회에 서면으로 제출해, 국회의 입법절차를 거친 후라야 변경할 수 있다. 삼권분립의 원칙을따른 것으로 사법부의 모든 기능과 운영도 입법부인 국회의 견제를 받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법원조직법’에 의해 구성된 것이 아니라, 대법원 규칙에 근거하고 있어, 위헌성이 있다.
헌법 제108조에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정할 수 있도록 정했다. 주로 법원 행정과 관련한 규칙들이 헌법 제108조에 근거해 제정되어 있는데, 법관인사규칙, 공탁금관리규칙 등이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18년 3월 7일 제정된 ‘대법원규칙 제 2777호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에 의해 구성되어졌다.
헌법 제108조에 의하면, 규칙을 만들 때는 그것이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그 임무가 법원 내부규율이나 사무처리에 관한 것인가?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에는 그 임무를 이렇게 정하고 있다.
제6조 (임무)
①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임무를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의견 표명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헌법 제108조에서 규정한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해당된다고 보기 매우 어렵다. 그 성격상 판사회의, 대법관회의 등과 같이 법률의 제정을 통해 구성되어져야 할 기구다. 따라서 이 기구의 설립 근거가 매우 위헌적이다.
이 회의의 대표성도 논란거리다. 대표회의는 법원별, 직급별로 선출된 판사 119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국 판사가 2900여명이라 산술적으론 대표 1명이 약 24.3명의 의사를 반영하는 구조다. 숫자가 많은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부장·단독·배석판사 각 3명씩 총 9명이다. 그러나 소속법원별, 직급별 대표자를 비례에 맞게 구성하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A지방법원의 경우 부장판사 3명, 단독판사 10명이 있다고 할 때, 대표는 각 직급별 1명이다. B지방법원에선 부장판사가 10명, 단독판사가 10명이라 해도 똑같이 직급별 1명이 대표한다. 즉, 1명이 10명을 대표하기도 하고, 3명을 대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대표자들이 소속 법원 다수 판사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보니, 자신이 대표하는 법원의 다수 의견과는 상관없이 대표자 개인의 소신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이렇게 위헌적인 기구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절차를 거쳐, 그것도 ‘참석 인원수의 과반’이라는 의결 정족수도 채우치 못한, 동료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결의는 사법부 스스로 선택한 ‘자해행위’임이 분명해 보인다. 삼권분립, 법치주의 등 대한민국 헌법의 가장 핵심적인 원리를 ‘사법부’가 무너뜨리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창피스럽다.
▶ 관련 법률
[헌법 제102조]
③ 대법원과 각급법원의 조직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108조]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대법원규칙 제 2777호,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
제6조 (임무)
①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 및 법관독립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수 있다.
② 전국법관대표회의는 필요한 경우 사법행정 담당자에게 설명, 자료제출 또는 그 밖의 필요한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③ 사법행정 담당자는 필요한 경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출석하여 주요 현안에 관하여 설명할 수 있다.
제9조 (정족수)
①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한다.
②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의결을 요하는 경우에는 출석한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법원조직법]
제9조(사법행정사무)
①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며, 사법행정사무에 관하여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②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사무의 지휘·감독권의 일부를 법률이나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또는 대법원장의 명으로 법원행정처장이나 각급 법원의 장, 사법연수원장, 법원공무원교육원장 또는 법원도서관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③ 대법원장은 법원의 조직, 인사, 운영, 재판절차, 등기, 가족관계등록, 그 밖의 법원 업무와 관련된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회에 서면으로 그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