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는 지난해 7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1번 과제가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었다. 청와대는 과제 발표 다음날인 20일 정부 부처·기관 19곳에 공문을 보냈다. 대통령이 아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부처별로 적폐청산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7월24일까지 구성하고 현황과 향후 운영 계획을 회신하라’는 내용이었다. 공문을 보낸 곳은 정부 17개 부처 중 법무부를 제외한 16곳과 국가보훈처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3곳이다.
이 공문에 따라 국방부(군 적폐청산위원회), 문체부(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교육부(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법무부(법무,검찰개혁위원회) 등에 외부 인사를 포함한 각종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총 13개 부처·정부 기관이 적폐청산 TF를 만들어 운영했다. 국방부의 경우 ‘5·18 특조위’ 등 5개 이상의 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이들 위원회 중 상당수가 설치 법률도 없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어, 위헌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헌법 제78조는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고 규정하고, 제96조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행정부의 각 부처는 정부조직법에 근거해 조직되어 있다. 각 행정부가 부처 내에, 또는 부처 산하기관으로 위원회를 만들려고 할 때는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행정기관위원회법)’에 근거해야 한다. 행정기관위원회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다른 독립적인 법률을 제정해 위원회를 만들 수도 있다(행정기관위원회법 제4조). 다른 법률을 제정해 만들어진 위원회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노동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등이 있다. 핵심은, 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 제정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 각 부처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 중 관련 법률도 없이 운영되는 위원회가 상당수다. 대표적인 예가 국가정보원 내에 설치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에 가장 앞장선 곳이 국정원이다. 2017년 6월19일 일찌감치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에 ‘적폐청산 TF’를 출범해 국정원과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에 나섰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민간인 사찰, 정치와 선거 개입, 간첩 조작 등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 15개 사안을 선정해 조사를 진행했다. 8월3일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취임 이후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알파(α)팀을 비롯해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며 조사 결과의 일부를 공개했다. 국정원은 외곽팀 관계자 30여 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문제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의 조직 구성 및 운영, 직원에 대한 사항은 현재 ‘국가정보원법’ 및 ‘국가정보원직원법’을 따라야 한다. 이 법에서는 위원회 설치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국정원 안에 이런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별도의 법률을 만들어, 그 법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해야 한다.
이런 위헌성에 대해 법조계는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상임대표 김태훈)’은 2017년 12월4일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미증유의 불법적 위기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서훈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직원법상 국가기밀 누설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철청에 고발했다.
한변은 “국정원의 메인 서버를 여는 것은 국정원을 해체하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 국정원에서는 메인 서버를 열어 정보를 유출하는 세계 정보기관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서훈 국정원장은 정보기관의 최고책임자로서 누구보다 그 위험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훈 국정원장은 2017. 6. 19. 국정원 적폐를 청산한다는 명목으로 상당수 민간인이 포함된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국정원 개혁위)를 출범시켰다”며 “그 위원회 산하에 국정원 직원들과 파견 검사들로 구성된 적폐청산 TF팀을 두어 메인 서버를 열어 기밀을 꺼낸 후, 이를 보고 형식으로 국정원 개혁위에 제공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국정원 개혁위 위원들, 특히 비밀취급의 경험과 훈련이 없는 민간위원들은 국가기밀을 취급할 자격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서훈 국정원장은 TF팀을 통하여 국정원 메인 서버에 보관되어 있는 국가기밀을 국정원 개혁위에 제공하게 함으로써 국가정보원직원법 제17조 제1항의 직무상 비밀누설금지의무, 형법 제127조의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한변은 “메인 서버에 있는 정보 중 특히 RCS 도입내역, 류경식당 종업원들의 탈출 등에 관한 자료는 국가기밀로서 외부에 노출될 경우 외교적 문제뿐만 국가안보이익에 심각한 침해가 된다”며 “이는 비밀유지를 위해 죽음도 불사했던 국정원 직원들의 목숨 값을 헛되게 하는 것이며, 최전선에서 국가안보를 지키는 애국전사들의 생명은 물론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익을 위태롭게 하는 무모한 짓”이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국정원 뿐 아니라 다른 행정부처의 상당수 위원회가 이와 같다는 것이다. 일부는 법률이 아닌 ‘규칙’을 제정해 운영되고 있지만, 이 또한 위헌적이다. 업무 범위, 직원의 자격, 위원회의 존속 기간 등 아무런 법적 규정 없이 만들어진 위원회가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임명된 공무원들을 조사하고, 고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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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법률
[대한민국 헌법]
제78조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공무원을 임면한다.
제96조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
[정부조직법]
제2조(중앙행정기관의 설치와 조직 등) ① 중앙행정기관의 설치와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위원회 운영의 민주성·투명성·효율성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기본원칙) ① 행정기관의 장은 위원회(위원회, 심의회, 협의회 등 명칭을 불문하고 행정기관의 소관 사무에 관하여 자문에 응하거나 조정, 협의, 심의 또는 의결 등을 하기 위한 복수의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합의제 기관을 말한다. 이하 같다)를 공정하고 적정하게 운영함으로써 주요 정책에 관한 이해를 원활하게 조정하고, 관계 행정기관 간의 합의 및 협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며,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행정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② 위원회는 법령에 규정된 기능과 권한을 넘어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 등의 자문에 응하거나 조정·협의·심의·의결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행정기관의 장은 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법령에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4호의 경우에는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되는 인·허가, 분쟁 조정 등 특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의결이 필요한 경우에 한정한다. <개정 2015.8.11.>
1. 설치목적·기능 및 성격
2. 위원의 구성 및 임기
3. 존속기한(존속기한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4. 위원의 결격사유, 제척(除斥)·기피·회피
5. 회의의 소집 및 의결정족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위원회의 설치·운영 등에 관한 다른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에는 이 법의 목적과 기본원칙에 맞도록 하여야 한다.
제6조(위원회의 설치절차 등)
② 행정기관의 장은 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법령에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4호의 경우에는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련되는 인·허가, 분쟁 조정 등 특히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의·의결이 필요한 경우에 한정한다. <개정 2015.8.11.>
1. 설치목적·기능 및 성격
2. 위원의 구성 및 임기
3. 존속기한(존속기한이 있는 경우에 한한다)
4. 위원의 결격사유, 제척(除斥)·기피·회피
5. 회의의 소집 및 의결정족수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제11조(위원회의 존속기한) ① 「정부조직법」 제5조에 따라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는 행정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기한 내에서 존속기한을 정하여 법률에 명시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