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추락 사고로 탑승객 189명 전원이 숨진 여객기 사고의 운항사인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와 비행기를 만든 보잉社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여객기 추락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라이온에어가 비행기 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기기를 작동하는데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를 포함해 신기종 비행기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비행기는 이륙 약 11분 만에 인근 바다로 추락했다. 대다수의 전문가 및 항공 관계자들은 맥스 8에 새롭게 도입된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오작동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스템을 쉽게 설명하면 기수(機首)가 너무 높은 각도로 향할 경우 비행기 꼬리 부분에 있는 안전 장치(stabilizer)가 작동해 꼬리를 위로 올라가게 한다. 꼬리를 올려 기수를 낮추는 방식이다. 비행기의 고도가 너무 높게 향하면 실속(失速)하게 돼 이를 방지하는 작업을 자동으로 하도록 한 기술인 것이다. 이번 사고 여객기는 적정 각도로 비행하고 있는데 실속 방지 시스템이 작동, 즉 기수를 밑으로 떨어지게 해 추락시켰다는 추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교통안전위원회(KNKT)는 최근 발표한 1차 예비조사 보고서에서 해당 여객기가 비행에 적합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실속방지 시스템에 직결되는 센서에 비슷한 오류가 계속 발생했었으나 제대로 된 수리를 하지 않고 비행했다는 것이다. 자동 실속 방지 시스템이 오작동한 이유가 사고 여객기 전방에 달려 있던 센서가 잘못된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엇갈린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보잉과 라이언에어 모두 감정적인 싸움에 나서고 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루스디 키라나 라이언에어의 공동창립자가 “보잉의 행동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는 최근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그는 보잉으로부터 구입하기로 한 여객기 200대에 대한 계약을 취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계약은 2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이다. 보잉 737맥스 기종은 “라이언에어의 미래다”라고 했던 그의 2011년 발언과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보잉은 “기록에 따르면 여러 정비 절차가 이뤄졌으나 속도와 고도와 관련된 부분의 문제가 계속됐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새로운 실속방지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매뉴얼에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이에 대한 내용이 매뉴얼에 담겨 있고 과거와 똑같은 절차를 거쳐 매뉴얼이 작성됐다고 해명했다.
키라나 창립자는 보잉사의 이런 태도와 관련, “항공기 운항사 탓을 할 수 없다”며 “우리는 파트너이지 적(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문제는 수리나 기기 운용이 아니다”라며 “문제는 보잉이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언에어가 2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계약을 실제로 취소할지는 미지수이다. 보잉 737 맥스 기종의 라이벌인 에어버스 SE 기종은 이미 모두 매진이며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현재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라이언에어가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보잉과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사장은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계약은 어느 한 쪽이 마음대로 취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객기 사고가 발생하면 제작사와 운항사, 그리고 정부 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자주 벌어진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공개적으로 책임 전가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지난 2001년 11월 뉴욕 JFK 공항을 이륙한 에어버스 A300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 265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다.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과 에어버스 측은 당시 책임을 서로의 탓으로 돌렸다. 에어버스는 아메리칸 항공이 조종사 교육 프로그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메리칸 항공은 A300 기종의 수직 안전 장치의 구조적 한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 측 조사단은 양측의 주장 모두 타당했던 것이라는 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