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양국 대립의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온 '美國의 부재'

새롭게 닥친 현실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

한국과 일본 관계가 진창에 빠지고 있다. 한국의 대법원이 신일철주금 등 일본기업에 대해 한국인 징용공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한 판결을 두고 한일 양국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바다에서는 양국 해군간에 군사문제가 발생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12월21일, 전날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한국 해군의 구축함으로부터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받았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증거로 동영상 자료의 공개를 강행했다. 반면 한국의 국방부는 일본의 주장이 왜곡됐다고 반발한 뒤 해상자위대의 저공비행을 위협적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일양국 모두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련의 갈등으로 불거진 것은 양국 관계의 조정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일관계가 꼬이면 미국이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2014년 한일양국이 역사문제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자 양국 정상은 1년 넘도록 만나지 않았다. 이를 보다 못한 미국은 양국 관계를 중재하여 아베 신조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회담을 성사시켰다. 2015년 말경에는 이른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해진 한일양국간의 대립을 미국이 중재하여 위안부 합의를 체결시켰다. 

미국이 한일양국의 외교문제에 개입해온 이유는 북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중공과 러시아를 배후에 두고 있는 북한과 대치하기 위해 미국은 한미일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직접적인 이유이다. 1991년 아시아를 순방했던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딕체니 장관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대북정책에서 미국과 같은 방향성을 유지시키기 위해 한일양국을 미국이 중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기존의 외교노선을 돌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북한의 김정은과 직접대화 하는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외교를 진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 정부만큼 한미일 삼각동맹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징용공문제나 초계기 레이더 조사 문제로 한일갈등이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나서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역사문제라면 몰라도 군사문제라도 매듭지어야 할 텐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무관심은 진짜 속내인지도 모른다.

중재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일관계는 무엇을 시사하는 것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의 실질적인 와해이다. 역사문제로 서로 얽히고설킨 한일양국과 미국이 그동안 보조를 맞춰온 것은 북한이라는 공통의 적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라는 적을 둘러싸고 미국은 단독교섭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문재인 정권도 북한과의 화합에 매진하고 있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더라도 라는 문구가 나오고 있으며, 이처럼 미북관계가 좋을 때 남북통일의 발판을 마련해보겠다는 것이 속내인 듯하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국내 경제정책이 계속 부진하여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북유화책을 통해 지지율을 만회해 보려는 것이다.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에서 한국과 미국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이상 동맹관계는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일본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정권이 끝날 때까지 인내해보자, 한일양국의 관계 회복에 최선을 다하자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다만 공통의 이해 없이는 한미일 3국의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하며, 이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묻고 싶은 것은 한국과 일본 외교의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그동안 한일 양국간 문제해결을 미국에 맡겨온 두 나라가 미국이 없는 한일관계라는 새로운 상황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구축할 것인가. 그러나 현재와 같이 격앙된 한일양국 사이를 보면 이에 대한 청사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출처: <뉴스위크> 일본판 최신호/필자: 前川祐補(마아카와 유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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