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독재 정권을 몰아내려는 미국의 시도는 중남미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더욱 더 확장해나가려는 전략의 일부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미 당국자를 인용해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전략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뿐만 아니라 역내(域內)에서 50년 넘게 미국에 적대적인 정책을 펼쳐온 쿠바를 비롯, 새롭게 역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이란을 막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시절부터 미국의 규탄 대상이 돼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가 미국 안보에 가하는 위협이 훨씬 더 중대하다고 판단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쿠바에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관리들은 쿠바가 미국에서도 정보 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남미 국가들에 反美 사상을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목표는 베네수엘라와 쿠바와의 오래된 유대 관계를 끊어버리고 두 정권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임 정권인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쿠바와의 관계를 재개하고 제재를 완화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역시 되돌리려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을 맞는 가운데 트럼프의 중남미 정책은 강경론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표적인 사람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근무하는 마우리치오 클래버 카론이며 그는 오랫동안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를 타도하기 위해 싸워온 사람이다. 이에 추가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과 마리오 디아즈 발라트 공화당 하원의원 등이 강경 정책 입안에 큰 역할을 맡아왔다고 한다.
쿠바 정보 당국은 마두로 정권의 군부와 정보 당국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쿠바로부터 이런 도움을 받는 대가로 거의 무상으로 원유를 쿠바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와 쿠바 모두 점점 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러시아와 이란, 중국 등과의 관계를 강화해나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와 쿠바뿐만 아니라 니카라과 상황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니카라과 정부가 독재 정권 방향으로 나아가고 정부 차원의 탄압과 폭력을 가하는 것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를 해왔다. 니카라과의 일부 주민들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밀입국하려고 하는 것 역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11월 쿠바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를 ‘독재 트로이카(3인방)’로 칭하며 “이 트로이카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에 추가 제재 계획을 발표하며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임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이런 전략에는 큰 위험이 뒤따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과이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마두로를 쫓아내는데 실패하고 쿠바와 베네수엘라와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데 실패한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서 미국이 오랫동안 빠져 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베네수엘라와 쿠바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역내에서의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게 된 주요한 이유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어진 강경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카스트로 정권이 민주주의 체제로 나아가지 않아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현재 트럼프 정권이 전세계 모든 국가로 하여금 다시 쿠바에 강경한 조치를 가하도록 하는 것도 힘들 전망이다. 많은 미국의 동맹국들은 베네수엘라를 고립시키는 데는 동참해왔지만 캐나다와 프랑스 같은 국가들은 쿠바와의 무역 관계 등을 확대하고 싶어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28일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에 제재를 가하는 등 지금까지의 전략을 계속 추진해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재지정하는 등 추가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만약 이런 조치가 이뤄진다면 쿠바에 투자하거나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쿠바가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벌어들이는 돈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미국 행정부는 1996년부터 계속해 헬름스 버튼법(Helms-Burton Act)을 연장해오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이 아닌 다른 국가의 기업이 쿠바와 거래하는 것을 처벌하기 위한 법이며 쿠바 핵심 권력층을 고립시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해당 법에는 쿠바에 의하여 몰수당한 재산을 거래하는 외국기업에 대하여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조문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쿠바로 들어간 투자금 수십억 달러를 동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돕는 쿠바를 압박하기 위해 추가 제재 조치를 몇 주 내로 발표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