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날 기미 없는 마두로…‘플랜 B’는 무엇인가?

WSJ “제재로 경제는 붕괴되겠지만 마두로 퇴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베네수엘라의 야당 측은 미국의 지지를 얻게 되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금방 몰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게 흐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한다고 선언한 지 3주가 지난 지금 마두로는 여전히 권력을 굳게 유지하고 있고 미국이 지원하는 베네수엘라 야당의 전략의 성공 여부에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이 신문에 베네수엘라나 미국에 있는 사람들은 과이도의 대통령 선언과 미국의 지지 표명이 있으면 금방 군부가 등을 돌리고 마두로를 물러나게 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베네수엘라에서의 마두로 지지도는 매우 낮은 상황이고 언제라도 붕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마두로에게는 물러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이고 사태는 장기화될 수도 있다. 만약 장기화 될 경우에는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거나 미국의 제재로 인해 베네수엘라 경제가 더욱 더 무너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 남미 전문가인 마이클 시프터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모든 상황은 문제가 빠르게 해결될 것이라는 추정에서 비롯됐다”며 “플랜 B는 대체 무엇이냐”고 말했다. 그는 “제재가 6개월 정도 지속되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며 “상황은 참혹할 것이고 더 많은 베네수엘라 난민들이 남미 국가들로 퍼져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마두로가 계속 정권을 유지했을 시 플랜 B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항상 플랜 B와 C, D, E, F를 갖고 있다”며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는 아마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유연한 사람일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가운데 콜롬비아로부터 베네수엘라로 인도주의 물자를 반입하는 계획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12일의 경우는 수 천 명의 군인들이 모여 마두로 정권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기도 했다. 예수스 산체스 추리오 육군 소장은 이날 전역에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석유를 갖기 위해 발톱을 갈고 있는 제국의 개입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제국은 미국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후안 과이도 임시대통령은 콜롬비아에 있는 인도주의 물자를 2월 23일에는 무조건 반입시킬 것이라고 선포했다. 마두로는 이를 직접 막겠다고 밝혀 이날 어떤 일이 발생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두로 정부는 12일 국경 인근 교도소에 있는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죄수들을 도열하게 했으며 이들을 국경을 막기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델시 로드리게즈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식량 지원품에는 독이 들어 있으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암에 걸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만약 마두로가 인도주의 물자 반입을 막게 되면 국내외에서 큰 위험이 뒤따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당 지지자들이 더욱 격렬하게 반발할 수 있고 군부에서도 이탈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과이도가 이끄는 베네수엘라 야당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적십자를 비롯한 국제 구호단체는 베네수엘라 정치 문제에서 어느 한 쪽의 편을 드는 것일 수 있다며 물자 분배 등 지원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과이도측은 20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통해 물자를 분배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들 역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자가 제대로 전달될지 여부도 미지수다.

에두알도 가마라 플로리다 국제대학의 정치학 교수는 현재 베네수엘라의 가장 가까운 동맹인 쿠바 정부가 마두로로 하여금 계속 권력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쿠바 정부는 시간을 끄는 방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의 군사 전문가인 로시아 산 미구엘 씨는 “쿠바 정보 요원의 도움을 통해 마두로 정권은 봉기를 차단하고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을 색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180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군인이 ‘체제에 대한 정치범죄’ 혐의로 수감돼 있다고 했다.

바클레이스에서 베네수엘라 경제학자로 활동하는 알레한드로 아레자 씨는 12일 고객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앞으로 6주 안에 베네수엘라에서 정치적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제재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내부적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만약 정치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이뤄질 일은 매우 암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베네수엘라 문제가 며칠 안에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이 국가는 완전한 무정부 상태에 빠질 것이며 다시 국가를 회복할 수 있는 경제적 역량 역시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레자 씨는 앞으로 몇 개월 이내에 베네수엘라의 석유 생산량은 현재 하루당 110만 배럴에서 70만 배럴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의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이 석유 수출인데 만약 생산량이 이렇게 줄어들고 수출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면 사회적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만약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베네수엘라의 올해 경제력은 전년보다 약 3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루이스 빈센트 레옹 씨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이 경제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만 불확실한 것은 경제 붕괴가 마두로 퇴진으로 이어질지 여부”라며 “그렇다면 남아 있는 옵션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경제가 더욱 악화되면 과이도에 대한 지지율 역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람들은 절대 마두로를 좋아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야당 지도자 역시 좋아하지 않을 위험도 크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경제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들어 놨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마두로를 쫓아내지 못했다고 야당의 전략을 비판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터슨 연구소의 제재 전문가인 개리 허프바워 씨에 따르면 제재를 통해 독재 정권이 무너진 경우는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이라크와 이란, 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은 제재를 통해 무너뜨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줬다. 쿠바의 경우도 미국의 수출 금지 조치를 거의 50년 넘게 버텨온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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