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이상과 노무현의 환상


이상(理想)과 환상(幻想)의 차이는 무얼까.
이상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출발하지만,
환상은 현실에 대한 부정확한 곡해에서 출발한다.
이상의 별을 가슴에 품은 사람은 뚜렷한 목표를 갖고 치밀한 계획 하에 부단한 노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마침내 그 이상을 현실화시킨다.
반면에 환상의 마약에 중독된 사람은 현미경을 들이대어 찾아낸 ‘부분에 근거한 터무니없는 일반화’로 현실과 동떨어진 신기루를 만들어 이를 하늘까지 쌓아올려 스스로 황홀해 하면서 엉성하고 황당무계한 계획을 세워 그 신기루를 쫓는 것을 ‘로드맵’이라 이름 짓고 끼리끼리 모여서 좌충우돌 이리 뛰고 저리 뛰기만 할 뿐 끝내 아무 것도 이뤄내지 못한다.

박정희는 1961년 당시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의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하던 이상의 별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것은 근대화와 통일이었다. 근대화는 의식개혁과 산업화와 자주국방과 민주화였다.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이었다.

박정희의 의식개혁은 개방과 자율과 협동이었다. 개방은 선진 과학기술과 자유무역을 과감히 받아들여 전 국민을 전세계 선진국 사람들과 당당히 경쟁시키는 것이었다. 자율은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을 믿고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나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고 듣게 함으로써 3천만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거나 신들린 듯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협동은 회사면 회사, 마을이면 마을, 학교면 학교, 관공서면 관공서, 군대면 군대, 국가면 국가, 그 어디에 있든지 자신이 속한 단체에서 각자가 부지런히 일하되 서로 도와서 그 단체가 잘 될 때 개인이 더 잘된다는 것을 깨닫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매진하게 운명공동체의 멍석을 깔아 주는 것이었다.

박정희의 산업화는 세계와 겨룰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우리의 역량에 맞게 처음은 경공업 다음은 중공업, 그 다음은 전자산업의 순서대로 일으켜 언젠가는 일본과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거나 그들보다 앞서는 것이었다. 연필 한 자루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신발 한 켤레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양말 한 짝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자전거 한 대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총알 한 개 만들어내지 못하던 나라에서, 불과 18년만에 박정희는 1961년 현재 한국의 3천만이 아니라 전세계 40억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공업대국을 건설했다. 과감하게 선진기술과 시설을 도입하는 한편 국산화도 급속히 진행시켰다. 과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다. 자본도 자원도 기술도 없던 나라에서 이뤄낸 기적이었다. 이 ‘한강의 기적’에 미국의 자본과 국내의 선진 과학기술로 일궈낸 ‘라인강의 기적’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박정희의 자주국방은 주한미군을 최대한 이용하여 ‘先경제 後군사’ 전략(strategy)으로 우선 국민을 배불리 먹여 살린 다음 중공업을 일으켜 무기를 하나하나 국산화하고 군대를 현대화하여 국군이 단독으로도, ‘先군사 後경제’ 전술(tactics)로 독재권력 유지를 위해 군사력 강화에만 총력을 기울이다가 결국 경제만이 아니라 군대도 허약해질 북한의 인민군을 압도하여 히틀러나 스탈린보다 더한 독재자 김일성의 전쟁의지를 완전히 꺾어 버리는 것이었다.

박정희의 민주화는 점진적인 것이었다. 생업에 열중하는 99% 국민들의 자유는 일체 간섭하지 않되, ‘후천개벽’하는 조국 근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봉건사상에 찌든 주제에 권력에만 눈이 어두운 자들이나 고급 지적 능력인 이해와 비판과 응용과 창의성이 떨어져 그저 달달 암기하는 데에만 능숙한 어설픈 지식인들이 서구 민주주의의 200년 발전과정은 생략하고 그 결과를 당장 도입하기만 하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룩할 수 있다는 환상(illusion)에 근면성실한 국민들이 속지 않도록 그런 자들의 자유는 철이 들 때까지 일정 정도 제한하는 것이었다.

박정희의 남북통일은 북한주민의 해방이 최종목표였다. 자유통일이었다. 김일성의 통일전선에 속지 않고 경제든 군사든 정치든 문화든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압도하는 힘을 기르고 그런 체제를 정착시켜, 결정적 시기가 오면 산소처럼 향기로운 자유와 젖과 꿀이 흐르는 풍요를 북한주민에게도 아낌없이 선사하는 것이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교류와 협력은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공산독재를 호도하고 유혹하는 통일전선이나 공산독재를 강요하는 무력침략은 단호히 배제하는 것이었다. 북한주민에게 직접 도움이 될 일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공산독재유지에 도움이 되는 일은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었다.

박정희는 비운에 갔지만, 그의 이상은 거의 대부분 실현되었다. 비운에 간 링컨과 간디와 킹의 이상이 찬란히 빛나듯이, 박정희의 이상은 지금도 70% 남짓한 국민의 가슴에 북극성처럼 빛난다. 나머지 30%가 문제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대학교육을 받은 자들이다. 이들은 환상 속에 사는 자들로 아직도 자신들이 직접 보고 들은 것과 박정희 덕분에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인정할 줄 모른다. 이들은 국제적 안목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부족하다.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민망할 정도로 부족하다. 서구의 민주주의 발전과정에 대한 비판의식도 한심할 정도로 부족하고 개도국의 산업화와 민주화에 대한 단순 비교 능력도 안쓰러울 정도로 부족하다. 공산권의 몰락 이후 전세계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환상에서 깨어났지만, 나라가 망할 때까지도 ‘소중화(小中華)’가 최고라고 믿던 조상의 얼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한국에는 득실거린다. 이제는 도리어 이들이 권력의 칼자루도 쥐었고 언론의 펜도 잡았다.

공산권이 몰락한 지 15년이건만 아직도 한국과 북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가 한국에는 수두룩하다. 아니, 이들이 이젠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은 ‘민주환상’에 젖어 박정희 저주함을 생명의 양식으로 삼고 있다. ‘민족환상’에 빠져 대한민국 헌법 조롱함을 통일의 씨앗으로 여기고 있다. 민족반역자 김일성과 김정일의 교시는 이심전심으로 떠받들고 유일사상 10대원칙과는 절대 양립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헌법은 동네 친목계의 규약보다 우습게 생각한다.

이들은 마침내 권력과 방송을 장악하여 대한민국을 사분오열(四分五裂) 시키고 있다. 박정희가 ‘반공’ 한 마디로 전국민을 하나로 뭉쳤듯이 ‘북한인권’ 한 마디로 4800만을 하나로 뭉쳐 하루에 3번씩만 이를 외치게 만들면, 한 달 이내에 아프리카의 가장 가난한 나라 사람보다 불쌍하게 사는 북한주민 2천만을 해방시킬 수 있건만, 민족반역자 김정일의 선전선동에 맞춰 ‘민족환상’에 젖어 도리어 4800만을 사분오열 시켜 서로를 원수보다 더 미워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무조건 ‘바침과 고임’으로 민족반역공산봉건군사독재정권의 붕괴를 필사적으로 막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음흉하게 방해하여 2천만 북한주민의 고통을 갈수록 가중시키고 있다. 대북 진실방송마저 차단함으로써 그들로부터 희망의 별도 빼앗고 있다.

이들은 누구든 ‘북한인권’을 외치면 그들이 외국인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든 부모형제를 죽인 원수(김일성)보다 더 미워하며, 남북의 특수한 사정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공포의 대왕’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여 스스로도 안 믿을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들 ‘민족환상’에 젖어 있는 자들에게는 김정일과 그의 주구인 핵심계층, 그리고 박정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저주를 퍼붓는 한국의 자칭 민족주의자들만을 ‘민족’이라 생각할 뿐 2천만 북한주민과 최소한 3천만 한국국민은 ‘민족’으로 여기지 않음에 틀림없다. 인터넷과 방송에 난무하는 욕설과 저주를 보라. 어찌 그게 제 민족, 제 국민에게 할 소리인가.

4800만의 양심에 촛불을 밝혀 ‘북한인권’을 하루에 3번씩만 외치게 하면 박정희의 마지막 이상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곧 자유통일을 한 달 이내에, 늦어도 1년 이내에 달성할 수 있건만, 노무현 옛 인권 변호사는 이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오늘도 386운동권의 모래시계를 바라보며 ‘민주환상’과 ‘민족환상’ 그리고 ‘권력환상’에 젖어 있는 듯하다.

(2005.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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