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2만9000피트(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 등산로에서 최근 산악인 최소 10명이 사망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에베레스트에서 10명 이상 숨진 것은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2015년 당시에는 눈사태라는 ‘천재(天災)’가 원인이었다. 이번의 경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발생한 병목 현상, 즉 ‘인재(人災)’가 원인이라는 점에서 4년 전과는 차이가 있다.
뉴욕타임스는 26일, 최근 에베레스트를 올랐던 사람들과 산악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심층 분석기사를 게재해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봄 시즌인 3~5월은 등산객들이 에베레스트에 많이 몰리는 기간이다. 그러나 올해는 평년보다 기상 조건이 나빠 정상적으로 등반할 수 있는 날짜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좁고 험난한 코스에 수백 명이 몰리게 됐고 등반 시간이 길어지게 됐다. 추가 산소통 없이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데 이는 강풍이나 혹한이 아닌 인간 체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 등반객들은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할 때까지 필요한 최소한의 산소통만을 갖고 간다고 한다. 외신들이 인용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정상 정도 높이에 올라갔을 경우 제대로 사고(思考)하는 것은 어려우며 등반 일정이 한두 시간만 예정보다 지체돼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셰르파(注: 등반가들을 위한 안내나 짐 운반을 하는 사람)와 등반객들에 따르면 올해 일어난 사고는 정상까지 1000피트를 남겨둔 상황에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생기면서 갖고 갔던 산소가 바닥나고 탈진하는 상황 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일부 사망자의 경우는 애초에 에베레스트에 오를 정도의 체력이 없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에드 도링 씨는 평생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고 최근 실제로 정상에 다녀왔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에베레스트와 현실은 달랐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정상에 있는 평지부분의 크기는 탁구대 두 개 정도 크기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좁은 공간에 15~20명이 모여 ‘셀카’를 찍는 등 사람이 빼곡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상까지 올라가기 위해 몇 시간을 앞사람과 다닥다닥 붙은 채 대기해야 했고 숨진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여성의 시체를 피해 올라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네팔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뉴욕타임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등산 과정은) 무서웠다”며 “동물원인 것 같았다”라고 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핵심 원인은 경험이 부족한 등산객들을 비롯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등산길에 오르기 때문이다. 산악 가이드 회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경험이 부족한 등반객들을 이끌고 정상을 향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인 네팔 정부는 돈을 더욱 걷기 위해 더 많은 등반객들의 등반을 허용해주고 있다. 네팔 정부는 올해 봄 시즌에 381명의 정산 등반을 허용했다. 지난해의 346명과 비교해 늘어난 수치다. 허가를 받으려면 한 명당 1만1000달러 상당을 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네팔 정부가 등반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 수보다 더 많은 사람의 등반을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1인당 7만 달러의 경비를 내면 전문가이드와 셰르파들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한다.
에베레스트 등반이 점점 ‘상업화’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등반객들은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부터 다른 등반객의 물건을 훔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올해 초 네팔 정부 당국은 등반객들이 사용하는 산소통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산소통의 산소가 새는 경우도 발생했고 암시장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산소가 산소통에 채워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네팔 정부는 최근 발생하는 사고에 정부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으며 산악 관련 회사들이 문제라고 했다. 네팔 관광청의 단두라 키미어 청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많은 사람들이 숨진 원인은 등반객의 수가 많은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등반객들이 안전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간이 평년보다 짧은 게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등반 허용객의 수를 낮출 계획도 없다고 했다. 그는 “등반객의 수를 제한하는 것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우리의 성스로운 산에서의 모든 탐험을 그냥 다 중단하자”라고 했다.
수십 년 전만해도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사람들은 경험이 많은 전문 산악인들이었다. 이들은 많은 비용을 내더라도 정상에 오르기를 희망해 오랫동안 준비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현재 저가 에베레스트 전문 여행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과거보다 안전에 대한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