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 탄흔 문제… 헬기 사격 실험 왜 안 했나?

한 번의 실험이면 모든 게 명확하게 드러났을 것

 ‘5·18 당시 계엄군의 헬리콥터가 시민을 향해 사격을 했다’는 주장은 1988년 국회의 광주특위 때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후 광주사태에 대한 국가적 조사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헬기 사격은 부정되어 왔다. 이제 와 새삼 또 논란이 된 것은 광주광역시 금남로 소재 전일빌딩 10층 전일방송 내부에서 150개 이상의 총탄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2017년 1월, 광주광역시 의뢰로 전일빌딩을 조사·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이 탄흔들이 “헬기가 호버링 상태(일정한 고도를 유지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상황이 유리하게 추정된다”고 밝혔다. 탄흔의 밀집 정도와 직경을 근거로 당시 사용됐을 걸로 짐작되는 총기종류 감정결과도 내놓았다. 5.56mm 실탄을 사용하는 M16 소총 또는 7.62mm탄을 사용하는 M60 기관총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과수 발표 몇 달 뒤인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은 5·18 기념식에서 “새 정부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 규명에 노력하고, 헬기 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 내겠다”고 말했다. 곧이어 문 대통령은 ‘1980년 5·18 광주사태 당시 신군부가 시위대를 대량 살상하기 위한 헬기 사격을 계획했고 실제 전일빌딩 기총 사격으로 일부 실행됐다’는 주장과 관련, 이 두 가지 문제를 특별 조사하라고 송영무(宋永武)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5·18민주화운동 헬기 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관련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이하 5·18특조위)’가 설립되었다.
 
  2017년 9월 출범한 5·18특조위는 5개월의 활동기간을 거쳐 2018년 2월 ‘5·18 기간 동안 광주지역에서 공지협동작전의 일환으로 헬기 사격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계엄군은 5.21. 헬기를 이용하여 일반시민에게 위협사격을 하였고, 무장을 하지 아니하고 시위를 하는 시민들에 대하여 직접사격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5.21. 헬기 사격은 무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것으로서 계엄군 진압작전의 야만성과 잔학성 그리고 범죄성을 드러내는 증거이다. 또한 시민들과 물리적 충돌을 하고 있는 과정에서 실시되었던 지상군의 사격과 달리 헬기 사격은 사전 계획적·공세적 성격을 띠고 있다. (중략) 대량살상 능력을 갖춘 무장헬기까지 동원하여 사격을 하고 시민을 살상하는 행위는 집단살해 내지 양민학살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5·18특조위의 조사 발표에 따라 국방부는 1980년 5월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공식 인정했다.
  
 
전일빌딩 탄흔의 문제 
 
 5·18특조위의 9명 위원 중 “헬기 사격이 반드시 있었다고 특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낸 이는 단 한 사람이었다. 육군항공작전사령관 출신의 최해필 예비역 육군소장(少將)이다. 최 소장은 소수(少數)의견에서 ▲조종사들이 한결같이 ‘헬기 사격 명령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시민을 향하여 직접 사격을 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진술자들의 증언이 불분명하고 사실과 다른 점을 짚었다.
 
최 소장은 5·18특조위 활동의 계기가 된 전일빌딩 탄흔에 대한 국과수 감정결과에 대해서도 ‘높은 빌딩에 남아 있는 탄흔이라고 하는 이유만으로 헬기 사격에 의한 탄흔이라고 주장하기에는 그 탄흔의 밀집도가 아주 조밀하여 헬기 사격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헬기 공중사격 시 발생한 탄흔의 밀집도가 반경 1m가 안 되는 좁은 범위 안에서 수십 발의 탄흔이 생기도록 밀집사격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진압군 대대장(임○원)의 진술에 따르면, 진압군이 시민을 향한 사격을 할 때에는 45˚ 하방, 무릎 아래쪽으로 총구를 향하도록 지시하였는데 ‘건물 안으로 진입하던 진압군의 M16 사격 탄흔이라면 몰라도 헬기 사격 시 발생한 탄흔이 그렇게 밀집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출동했던 헬기 조종사들도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탄흔에 대해 의구심을 표한다. 헬기 사격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그런 밀집 탄흔이 나올 수 없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일빌딩 10층 피탄 흔적을 보면 점표적 사격이 아니고 지역표적을 사격하는 것인데, 이런 점표적에 어떻게 사격을 해요? 따라서 여기에 이런 피탄 흔적이 나올 수 없어요. 시험을 해 보면 바로 답이 나와요. 직접 사격을 해 보고 피탄이 어떻게 흩어지는지를 보여 줘야 의문을 제기하지 않아요. 이런 기둥에 한 발이 맞을까 말까 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힘들어요. 10층 전체에 퍼지거나 7층에서 10층까지 전 지역에 피탄 흔적이 발견되어야 설명이 됩니다.” (2017. 9.25. 녹취, 당시 31항공단 505항공대대 500MD조종사)
 
  5·18특조위는 이런 반론을 의식했는지 ‘조사결과보고서’에 이렇게 쓰고 있다.
 
 < …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전일빌딩 내부에 남아 있는 탄흔의 직경과 방사형으로 펼쳐진 탄착군의 모양을 기초로 총기의 종류를 판단해 볼 때 5.56mm 실탄을 사용하는 M16 소총일 가능성이 높고, 7.62mm 탄을 사용하는 M60 기관총일 가능성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위 총기의 종류를 기초로 헬기의 종류와 사격방법도 함께 판단하면서, 500MD에 장착된 M134 미니건에 의한 사격 가능성은 배제하고, UH-1H의 마운트에 장착된 M60에 의한 사격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서에서 명확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UH-1H에 탑승한 승무원 또는 공수부대원이 슬라이딩 도어를 개방하거나 창문을 개방한 상태에서 개인화기인 M16으로 사격을 하는 경우에도 전일빌딩 내부에 남아 있는 것과 같은 탄흔 발생이 가능하다. 결국 전일빌딩에 남겨진 탄흔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는 UH-1H 헬기가 호버링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UH-1H에 탑승한 승무원 또는 공수부대원이 M16으로 전일빌딩에 사격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를 연상시킨다. 국과수는 M16 소총이나 UH-1H의 마운트에 장착된 M60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과를 내놓았을 뿐이다. M16 가능성을 더 높게 보는 뉘앙스다. 그러나 헬기 기총사격으로는 전일빌딩에 남아 있는 것 같은 탄착군이 나올 수 없다는 조종사들의 반박에 5·18특조위는 ‘헬기에 탑승한 승무원이나 공수부대원이 슬라이딩 도어 또는 창문을 개방하고 M16으로 전일빌딩에 사격을 했다’고 결론 내린다. M16 소총과 헬기 사격을 무리하게 연결지으려 한다.
 
  한 조종사는 기가 찬 듯 이렇게 화를 냈다.
 
  “내가 조종사인데, 내가 비행기 몰고 다니는데 내 뒤에서 앉아 있는 놈들이 내 명령 없이 총 쏘게, 당신이 조종사라면 그걸 놔두겠어? 내가 비행기 몰고 가는데 내 명령 없이 뒤에서 쫄병 새끼가 총 쏜다고? 그건 내려서 내가 쏴 버리지. 그건 누가 말을 만들어도 비슷하게 만들어야지.”(최○○ 2017. 12.26. 녹취, 당시 31항공단 506항공대대 작전과장)
 
  헬기가 호버링(공중정지) 상태여도 요동이 심한 헬기에서 목표를 맞히기는 어렵다. 헬기에 기관총이 거치돼 있는데 굳이 소총을 쏜다는 것도 어색하다. 최해필 5·18특조위 위원의 소수의견, ‘건물 안으로 진입하던 진압군의 M16 사격 탄흔이라면 몰라도 헬기 사격 시 발생한 탄흔이 그렇게 밀집될 수가 없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헬기 사격 실험, 왜 안 했나?
  
  5·18특조위 활동에 대한 한 가지 의문은 5개월 동안 과거 기록 조사, 참고인 대면 조사는 그렇게 열심이었는데 정작 헬기 사격 실험은 왜 하지 않았는가이다. 그 한 번의 실험이면 모든 게 명확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실제로 5·18특조위 활동 초기인 2017년 9월 말경 군 헬기 사격장 중 한 곳을 금남로 전일빌딩과 동일한 조건으로 설정한 뒤 헬기를 띄워 사격을 재현하는 실험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KBC 광주뉴스, 조인스닷컴, 뉴시스).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5·18 특조위는 2017년 9월28일 “헬기 사격 규명 방법 중 하나로 군 헬기사격장에서 헬기를 띄워 실제 사격을 벌이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군 헬기사격장 중 한 곳에서 광주 금남로(전일빌딩 위치)와 동일한 조건을 설정한 뒤 헬기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육군 헬기 기종인 ‘UH-1H·500MD·AH-1J’ 등 3종을 모두 투입해 실험을 추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국방부 5·18 특조위는 “구체적인 안건으로 상정된 바는 없지만, 공식 회의에서 검토 뒤 시뮬레이션을 추진하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이건리 특조위원장은 “위원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한 사실은 없다. 헬기 사격 의혹을 검증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5·18특조위는 실험을 하지 않았고, 과거 국가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했지만 비약적인 논리 구조로 ‘5·18 당시 국군의 야만적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데, 여전히 헬기 사격을 했다는 사람도 총탄에 맞은 사람도 확인되지 않았다.
 

▼ ‘헬기 사격 실험 검토’ 관련 보도
https://news.joins.com/article/21979985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70928_0000108453
http://ikbc.co.kr/kor/news?nwCd=main_news_06&mode=view&menuId=56_440_486&nwid=304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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