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는 2018년 1월부터 9월까지의 경제상황이 전년 동기대비 19.2% 악화됐다고 밝혔다. 민간소비가 크게 감소한 반면 물가상승률은 크게 늘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최근 발표한 통계이다. 베네수엘라는 공식적인 경제 현황과 관련된 통계를 경제가 나빠진 이후부터는 발표하지 않아왔다. 이번에 발표된 통계의 정확성과 관련해도 의문이 제기되지만 마두로 정권의 중앙은행의 이례적 발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이날 통계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중앙은행이 경제 관련 통계를 공개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과 일리아나 루자 중앙은행 총재를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들은 마두로 정권 유지를 위해 활용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9월 사이 민간소비는 전년대비 18.7 줄었고 공공부문 소비는 같은 기간 9% 떨어졌다. 제조업 부문의 경제력은 22.5%, 소매업은 34.1%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기준 물가상승률은 13만60%를 기록했다. 이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이 100만%에 달할 것이라고 보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에는 크게 못 미친다.
IMF가 4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베네수엘라 경제는 전년대비 18% 악화됐다. IMF는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이 92만9790%에 달하며 2019에는 1000만%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IMF는 베네수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미국은 올해 초 베네수엘라의 핵심 사업인 석유 부문에 제재를 가했는데 이에 따라 수출은 물론, 국내생산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전문가들은 이번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표한 경제수치는 우고 차베스에서 니콜라스 마두로로 이어져온 20년간의 좌파 정권하에서 경제가 크게 무너진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들 지도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자국 경제 상황을 현실보다 부정적으로 진단해 모멸감을 주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마두로 등은 베네수엘라에는 경제 위기가 없으며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자신들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서방세계의 음모라고도 했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인 고르카 라라구나는 이날 트위터에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자료는) 차베스주의가 베네수엘라의 경제를 파괴시켰고 환율가치를 괴멸시켰으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전례 없는 상황에 처하게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이는 매우 잔인한 일이라고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과거 통계 역시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베네수엘라의 경제성장률은 -18.6%였다. 물가상승률은 862.6%였고 민간소비는 16.2% 줄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승에서 활동하는 아스드루발 올리베로스 경제학자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과거 자료들 역시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는 것인데 왜 지금 시점에서 이를 공개했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베네수엘라는 한 때 중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지만 현재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해 있다. 일부 언론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국가가 이렇게 무너져 내린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건강 및 보건 관련 통계 역시 비밀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2017년 한 번 일부 자료가 공개된 적이 있다. 당시 베네수엘라 보건부는 산모와 유아 사망률이 크게 늘어났고 다른 역내 국가에서는 통제가 잘 되고 있는 질병들이 베네수엘라에서는 번지고 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당시 보건부장관은 이런 자료를 공개했다가 마두로에 의해 해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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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통계로 보는 베네수엘라 사태
“물가상승으로 식품 수요 대폭 감소…참치 통조림•우유•시리얼 등 감소폭 80% 이상”
베네수엘라의 현재 물가상승률은 2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의 삶이 큰 타격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공산품과 제조품, 식품 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수요 감소에 의한 여파로 그나마 제대로 작동하던 제조업도 큰 타격을 받았다. 쉬운 예로 지금 정도의 물가상승률은 연초 1만 달러를 예금해놨을 시 이 돈에 대한 가치가 연말에 1달러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출범한 지 6년이 지난 지금, 베네수엘라의 경제력은 6년 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악화됐다. 이에 미국이 최근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에 대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올해에만 경제력이 30% 이상 추가로 하락할 전망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800억 달러 수준이다. 이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회사의 규모보다 작은 것이다. 2013년만 해도 베네수엘라의 GDP는 1958억 달러에 달했다. 6년 사이 약 60% 감소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 여론조사기관(데이터아날리시스)과 자문회사(AGPV) 등의 자료를 인용해 여러 경제 통계들을 소개했다. 우선 GDP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베네수엘라의 가장 큰 수입원인 석유 생산 감소이다. 석유 생산은 마두로 정권하에서 64% 감소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식품 수요 역시 크게 감소했다. 가공 식품은 여전히 생산되고 있지만 가격은 엄청난 수준으로 증가해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최소한의 식품만을 구입하는 상황이 됐다. 현지 조사에 따르면 참치 통조림과 우유, 시리얼 등에 대한 수요는 지난 2012년과 비교해 80% 줄어들었다. 육류를 섭취하는 사람의 비율도 같은 기간 60% 줄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식품 구매에 들어가는 비용은 2017년 12월 기준 105 달러였지만 지금은 700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마두로 정권을 비롯한 일부 親마두로 성향의 일부 국가 및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빈곤 및 물가상승 사태를 미국 등이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물자 반입 시도는 국가를 능욕하기 위해서이며 군사 개입을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통계들을 소개한다.
2012~2018년 사이 수요 변화(단위: %) | |
사탕류 | -96 |
맥주 | -92 |
요구르트 음료 | -91 |
가공 치즈 | -90 |
아이용 시리얼 | -85 |
참치 통조림 | -83 |
일반 우유 | -80 |
세탁용 세제 | -79 |
생닭 | -75 |
분유 | -74 |
가공육 | -72 |
마요네즈 | -69 |
정어리 통조림 | -61 |
육류 | -58 |
신선 과일 | -56 |
빵 | -55 |
케첩 | -55 |
커피 | -52 |
설탕 | -51 |
밀가루 | -38 |
마가린/버터 | -35 |
파스타 | -20 |
옥수수 가루 | -6 |
(출처: Datanalisis/WSJ)
베네수엘라의 GDP 변화(단위: 10억 달러)
2013 | 195.8 |
2014 | 188.8 |
2015 | 169 |
2016 | 119.5 |
2017 | 93.4 |
2018 | 80.2 |
(출처: AGPV Economic Consultants/WS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