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눈치에 인터뷰도 못하는 대선주자들

'청와대 시집살이'에 입도 뻥긋 못하는 정동영·김근태

진중언기자 jinmir@chosun.com



여성들의 전 근대적인 시집살이를 빗대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이라고 했다. 요즘 참여정부의 공직자들 처지가 꼭 시집살이를 호되게 하는 며느리처럼 보인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해야 하고 특히 할 말이 있어도 참아야 하는 신세다.
참여정부의 며느리들이 가장 조심하는 것은 말을 할 상대를 가리는 것이다. 시어머니인 청와대가 언짢게 여기는 사람 앞에서는 아예 입도 ‘뻥긋’해선 안 될 지경이다. 가볍게 인사만 하려 해도 “어디서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느냐”고 서릿발이 내릴 기세다. 아니, 실제로 여러 명이 곤욕을 치렀다.

최근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거나 기고한 공직자들에 대해 경위 조사를 벌였다. 조영택 국무조정실장, 조창현 중앙인사위원장,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조선일보에 글을 쓰고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청와대로부터 치도곤을 당했다.

특정 언론을 상대할 때 상전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나라의 재상(宰相)이라는 장관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대통령과 코드가 안 맞는 것으로 알려진 언론과의 인터뷰는 말할 것도 없다. 나라를 뒤흔들 만한 엄청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다. 유력한 정치 지도자로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가 향후 정국을 전망하는 정도다.

동아일보는 11일 “인터뷰를 약속했던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취소했다”며 “청와대가 최근 일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말 못하는 공직자들과 달리 청와대는 못하는 말이 없는 것 같다.

특정 언론에 대한 ‘홍보 기준’을 공직자들에게 들이대는 청와대의 입장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식이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독재시대와 달리 민주사회의 정부에서 정한 홍보 기준을 정무직 공무원이 따르지 않으면 (그만두고)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또 자신과 관련된 신문 기사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소설’이라며 비판했다. 대통령은 바로 “그 소설 가만 둘 거냐?”고 댓글을 올렸다. 기자를 졸지에 소설가로 둔갑시킬 정도니, 청와대의 언론 자유만은 차고 넘치는 것 같다.

그래도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차기 대권주자라는 이들이 청와대가 겁나 언론과 인터뷰도 못하다니. 이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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