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비자금 뒷조사’ 국정원 간부 2명에 실형 선고

다시 미궁에 빠진 DJ 비자금 사건

 지난 7월26일 이른바 ‘김대중 비자금 뒷조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과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26일 1심 판결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로 기소된 최 전 3차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김 전 국장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최 전 차장에게 3년, 김 전 국장에게는 4년을 구형한 바 있다. 1심 진행 중 보석으로 석방된 이들은 이날 실형이 선고돼 다시 법정에서 구속됐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 의혹을 추적하는 일명 ‘데이비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세청(IRS) 요원 등에게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활동비를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정원에서 운영하는 위장회사인 ‘가장체’에서 나온 수익금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신규 공작사업에 사용했다는 것이 재판정의 논리였다.

 가장체에서 나온 수익금은 기존에 있는 공작사업이나 해당 가장체 운영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DJ 비자금 추적이라는 신규 사업에 사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게 재판정의 논리였다. 피고인들은 이 비자금이 북한으로 유입됐다는 첩보가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최종흡 전 차장은 DJ 비자금 사업에 1억 3500만 원 및 미화 2만 6000달러를 사용했는데 법원은 이를 횡령으로 봤다. 김승연 전 국장의 경우는 5억 2000만 원 및 1만 달러를 DJ 비자금 추적 공작사업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미화 8만 5000달러를 해외 도피자 국내 압송 공작사업에 사용했으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안가(安家)’ 임차를 위한 28억 원을 사용했는데 법원은 이렇게 사용된 가장체 수익금은 모두 횡령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종흡 전 차장과 김승연 전 국장에 대한 양형 이유를 따로 설명했는데 두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논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해당 공작사업이) 국정원 직무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더라도 위법인 가장체 수익금을 사용하는 것을 수단으로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결국 이 사업들의 합법성을 막론하고 피고인의 이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피고인은 자신이 추진한 공작사업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계속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자신의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피고인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의 행위를 정당화 할 수는 없겠지만 국정원 업무의 특수성과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국정원의 조직문화 속에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점도 분명히 인정이 된다. 가장체 수익금을 개인적으로 취한 것은 없다. 피고인은 초범으로서 지금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전혀 없다. 이를 참작해 피고인의 실형 선고를 정하는데 반영하겠다.>

 재판부는 DJ 비자금 추적 공작사업이 정당했는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 재판의 핵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국정원이 왜 기조실의 공식 사업 결재 체계를 밟지 않은 채 위법인 가장체 수익금을 통해 사업을 실시했는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피고인들은 가장체 수익금의 사용 용도 및 규정이 매우 엄격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적법하지 않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DJ 비자금 공작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조실 예산 이외의 예산이 있느냐고 최종흡 전 차장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에 최 전 차장은 가장체 수익금에 대해 설명했고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이 수익금을 DJ 비자금 추적에 사용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당시 국정원이 DJ 비자금을 추적하게 된 이유는 2009년에 관련 제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비자금이 중국으로 이동해 북한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제보였다. 원세훈 원장의 지시 하에 최종흡 전 차장 등 국정원 직원들은 DJ 비자금을 추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을 통해 DJ 비자금의 실체가 공개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이 재판은 여러 차례 비공개로 진행되기도 했다. ‘사안이 민감하고 일반인들이 듣기 적절하지 못한 내용이 있다’는 게 비공개로 전환된 이유였다.

 피고인들은 선고가 내려진 26일에는 아무런 발언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1시간 15분 가까이 진행된 판사의 판결문 낭독을 나란히 서서 지켜봤다. 한 피고인은 판결문 마지막 부분에 달했을 때는 계속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날 법정은 방청객들과 몇 명의 기자들로 가득 찼다. 방청객들은 대부분 과거 국정원에서 같이 근무한 피고인들의 선후배들로 보였다.

 최종흡 전 차장은 6월 14일 열린 최종 변론기일에서 “對北 비자금은 ‘이적행위’라 조사한 것”이라며 “누가 그 자리에 있어도 같았을 것”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최 전 차장의 최종 변론 전문과 이날 검찰측이 설명한 기소 이유를 차례로 소개한다.

 <공소장이라고 하는 것을 봤고 그 다음 검사님께서 말씀하시는…원(元) 원장 초기에 좌파하고 자꾸 연관을 짓는다는 것을 강하게 느낍니다. 그런데 그 공소장에 보면 ‘종북좌파’라고 돼 있는데, ‘종북좌파’의 개념을 제가 감히 법을 전공한 분들한테 얘기를 할 필요 자체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종북좌파’라는 것은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체제는 일단 당규 전문에 잘 나와있습니다. 당면적인 목적은 북한 북반부 사회에서 사회주의를 완성시켜서 말하자면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 과업을 완수하고 전면적인, 최종적인 목적은 전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화를 말합니다. 이것을 두고 ‘종북좌파’의 개념을 논해야 하는데, 제가 양심적으로 볼 때 그 당시에 이 사건하고 그것은 정말 관계가 없습니다.

 외부에서, 우리가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DJ 비자금이라고 하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그것을 보면 또 2010년 4월에 들어왔는데 2009년 5월에 일단 북경에서 또 위장 사업체를 세워가지고 5억 달러가 확보돼 있다는 첩보가, 우리의, 그건 제가 직접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자진해서 보고를 해왔습니다.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서 자료를 보고 알았는데요. 그런데 이 돈들이, 제보자의 내용증명, 그리고 그 사람이 왜 그런 첩보를 우리 정보관한테 제공했느냐, 그것도 자료들을 보니까, 제가 구치소에 있을 때 이런 것 오는 것을 보니까 동교동계에 인입(引入)이 돼가지고 비자금 관리하는 프로젝트에 깊이 인입이 돼가지고 있는데 그 쪽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고소고발을 합니다. 그때 그 내용증명을 보고 배경을 알았습니다. 그럼 그것을 보면 돈들을 전부 다 중국으로 도피시켜 가지고 ‘World Trade Center’라고 하는 프로젝트에 투자명분으로 돈을 빼냅니다. 그래서 거기서 펀딩을 받고 수익금을 평양과기대와 연변과기대로 해가지고 보낸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팩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는 이 지시를 받고 3개월 반 만에 나왔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됐는가를 몰랐습니다. 다만 원장님 지시로,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하고, 그때 미국, 이런 팀을 만들어서 국세청하고 이렇게 협의를 하도록 만든 게 저의 전부입니다.

제가 법에, 범법자로서 뭐 문제가 있으면 저 달게 받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이것은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원 직무범위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보면 해외 정보가 있고 국내 보안이 있는데 첫째가 利敵행위입니다. 利敵행위는 뭡니까? 적을 이롭게 하는 겁니다. 돈을 들여가든지 재물을 들여가든지 그런데 이적행위는 국내 보안정보 업무상으로도 저희들의 임무입니다. 이것을 자꾸 정치적인 공작 차원에서 얘기를 하니 저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인데 양심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진리는, 진실은 손바닥으로 가릴 수가 없는 이 태양과 같다, 이 말씀 하나는 꼭 드리고 싶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을 기소하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선 하나는 국정원이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DJ 비자금 의혹을 수사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對北공작국의 특수활동비 중 ‘가장체 운영비’라는 것을 DJ 비자금 수사에 사용한 것은 국고금관리법 위반, 국고손실죄 등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검찰이 피고인들의 기소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첫째, 이 사안은 원세훈 원장이 국정원장이 된 다음 국정원의 전반적인 기조가 좌파척결 내지는 현 정권의…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잘 보좌해야 한다는 그런 관점하에서 정치적인 경향으로 흘러갔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와중에 원세훈 원장이 바로 당시 야권의 심, 구심체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 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그 비자금의 실체를 파악한 다음 폭로하겠다는 계획하에 본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무리하게 국세청을 통해서 해외에 있는, 미국에 있는 DJ 비자금 추적하겠다고 거액의 국정원 자금을 동원해, 바로 국정원이 해서는 안 될 정치적인 일에 개입하고, 정치에 관여하는 일에 대해서 첫 번째 위법성이 있다는 것이 검찰 측 주장입니다.

두 번째는 그런 정치적인 의도를 떠나서라도 이 자금 자체의 성격을 가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자금은 다른 일반 국정원 예산과 전혀 다른 것입니다. 해외자산체라고 해서 국정원이 특수한 목적을 위해서 예산을 찾고…그 예산이 실제로 작동이 돼서…그렇게 해서 나오는 수익금입니다. 부동산 임대료를 통해서 수익성도 있고 일부는 직원 위장사업체이다 보니 직원 운영을 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직원 급여가 당연히 나오고 그 직원 급여가 나오는 돈을 모아놨다가 다시 법인으로 입금한 다음에 국고로 반납하는 구조로 되는데 그것 관련해서도 임대차 수익이든….국고로 반납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수익의 사용금지인데도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그것도 편법적으로 대북공작금지침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사용한 이런 부분이 바로 자금의 위법한 사용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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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hois99 2019-07-26 오후 3:31

    언젠가는 진실이 밣혀지겠지요 정권 바뀌는 그때 까지만 고생되더라도 참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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