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핵추진 미사일’ 폭발 미스터리

요격 회피에는 좋으나 방사능 위험 높은 미사일

8월 8일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의 군사훈련장에서 핵추진 크루즈 미사일이 시험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방사능이 유출됐는데 일부 연구 기관에서는 방사능 수준이 평소의 16배까지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폭발로 7명의 과학자가 숨졌다. 러시아 정부가 직접 개입, 정보가 새어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일부 언론은 ‘제2의 체르노빌’이라고 표현하는 등 자극적인 보도를 내놓고 있다.

러시아 정부의 특성상 제대로 된 사고 원인 및 피해 규모가 빨리 공개될 가능성은 적다. 이에 따라 러시아 핵 미사일 폭발 미스터리에 전세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러시아의 핵추진 미사일 개발 의도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기술이 좋아지자 이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 기사를 일부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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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1957년 수소폭탄을 탑재한 미사일을 개발하는 ‘플루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미사일은 핵추진 순항미사일이었다. 핵 기술을 사용해 동력을 만들어내는 미사일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미사일은 방사성 입자를 지상에 뿌릴 가능성이 있었다. 전쟁 중이라면 이런 것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으로 인해 제대로 실험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플루토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미국의 이런 경험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막아내지 못했다. 푸틴은 2018년 3월 플로토와 비슷한 핵추진 순항미사일 ‘부례베스트닉(注: 바다제비를 뜻하는데 옛날 러시아 선원들은 이를 폭풍이 오는 징조로 봤다)’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을 노바야 제믈라 지역에서 여러 차례 실험했는데 여러 번 추락한 바 있다.

부례베스트닉을 관찰해온 사람들은 8월 8일 또 한 번의 사고가 발생한 것을 봤다. 아르한겔스크인근에서 미사일이 폭발, 과학자 등 7명이 숨졌다. 피해는 광범위했다. 40km 떨어진 러시아 북서부 뇨노스카 주민들에게는 대피명령이 내려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방사능 수치가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국제전략연구소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이클 엘레맨은 ‘핵추진’ 방식을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했다. 우선 첫 번째 방식은 발전시설에서처럼 핵 분열 반응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플루토 프로젝트 과학자들이 확인했듯 이를 미사일에 사용하는 것은 복잡하다.

다른 방법은 ‘방사성동위원소 붕괴’이다. 플루토늄 218과 같은 물질을 사용해 열을 만들어 액체를 증발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기체 가스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핵 분열에서 나오는 에너지보다 훨씬 적다. 그렇기 때문에 미사일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엘레맨은 러시아가 다른 목적으로 핵추진 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가설을 내놨다. 미사일 유도 등에 사용하기 위한 전력을 무한대로 생산하는 핵배터리를 만드는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러시아는 동위원소 동력원을 실험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회사인 로스아톰 역시 ‘핵 배터리’가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시작했을가? 러시아는 전세계 거의 모든 곳에 도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그러나 미국의 미사일 방어 기술로 인해 자신들의 탄도미사일이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크루즈 미사일은 저고도에서 불규칙하게 비행하기 때문에 이런 방어 기술을 회피할 수 있다.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가장 장거리의 크루즈 미사일은 칼리브르다. 그러나 이는 몇 천km밖에 날지 못한다. 미국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나 배, 또는 잠수함을 사용해야만 이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례베스트닉은 러시아의 영토 내에서 발사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카네기재단의 군축 전문가인 프라나이 바디는 러시아가 이 기술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미사일은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만드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의 핵 전력을 제한하는 미-러 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탄도미사일만을 제한하고 있다. 이 협정은 2021년에 종료될 예정인데 미국은 이를 연장할 계획이 없어 보인다. 러시아는 브례베스트닉이 미국의 태도를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만약 이 미사일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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