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터프츠 대학교 이성윤 교수는 26일 의회전문지 ‘더 힐’에 장문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성윤 교수는 미국은 지금 시점에서 애매한 중재 역할, 혹은 방위비 분담금으로 협박을 하는 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즉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지고 종족주의만 번지는 한국 사회를 우려하는 한국인들이 나서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이 일어서, 한국정부가 북한 독재정권이라는 주적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고자세를 취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칼럼을 일부 발췌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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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10월 한일회담 교섭 초기 구보타 간이치로 일본측 대표는 한국이 “강자에게 굴복하고 약자에게는 횡포를 부린다”는 발언을 했다. 그의 모욕은 한국의 취약한 인종 민족주의(ethno-nationalism)를 직접적으로 관통했다.
한국전쟁이라는 급변 사태를 겪은 뒤 미국은 동맹국들과 가용한 자산을 모두 동원해 봉쇄정책을 강화하도록 했다. 국가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게 된 과거 식민지 시대 압제자인 일본과 피해자인 한국은 미국의 촉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쟁 중 있었던 한일간의 만남은 이 때와 마찬가지로 악감정만을 만들어냈다.
이 때 있었던 협상에서 구보타는 미국이 일본과의 평화조약을 맺기 전에 한국의 해방과 독립을 지원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발언도 했다. 그는 일본인이 한국에서 소유한 재산을 한국인에게 재분배하고 일본인을 한국으로부터 귀국하도록 한 것 역시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했다. 구보타는 일본이 한국에서 철도와 항만을 건설하고 논을 조성한 일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며 이에 대해 한국인들은 감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일 양자간의 대화는 이로부터 5년간 중단됐다.
한일간의 이런 주기적인 갈등에 대해 깜짝 놀란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명확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 사이에서 중재역할을 하는 것이 미국 국익에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한국과 일본, 미국, 그리고 역설적으로 북한 사이의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인식 차이에 있기 때문이다. (중략)
이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는다고 가정할 시 미국은 동맹을 관리하는 것 이상의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는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미국은 늘어나는 북한 위협에 따라 한국과 일본에 공통적인 국익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매우 다르다. 현재 한국의 지도자들은 한국인들 사이의 민족 종족주의(ethno-tribalism)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 한 전직 한국 대통령은 동맹보다 혈통이 우선이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정은 정권은 억압받고 궁핍한 북한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부유한 한국을 정복하는 것을 오래된 정권을 유지해나가는 필수요소로 보고 있다. (중략)
많은 한국인과 북한인은 일본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과거의 억압자로 보고 있다. 그들은 일본이 19세기 후반 엄청난 근대화를 이루기 전까지는 문화나 물질적으로 한국에 뒤쳐졌었다고 확고하게 믿는다. 이런 열등의식은 “우리는 절대 다시 일본에 지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 업계에 핵심 부품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다음에 나온 발언이다.
두 번째는 한국의 술책을 예측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 4월에 있었던 문재인과 김정은의 첫 번째 회담은 ‘한국판 실수 연발(Korean comedy of errors, 注: 셰익스피어의 연극 ‘실수 연발’ 풍자)이었다. 이 분위기 좋은 시기는 미국을 오해하도록 설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큰 행사를 통해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을 내어놓을 것이라는 점을 믿게 했다. 김정은은 추가 도발과 핵무기를 생산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데 있어 (다른 국가들이) 그냥 넘어가도록 하게 됐다. 문재인은 평화라는 환상을 통해 한국 대중들을 무장 해제시키는 정치적 승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
미국의 국익과 반대되는 일본의 행동과 대응에 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 일본은 남북 문제에 있어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국가도, 무고한 피해자도 아니다. 일본은 한국인들이 너무 감정적이고 고집이 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최근 들어 계속 골대를 옮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 합의들을 지키지 않고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를 요구하는 것에 있어서 말이다. 그러나 일본의 핵심 당국자들도 과거 있었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행동이나 수정주의자적인 성명에 대한 전임자들의 사과를 부인한 적이 있다.
셋째, 한국에서 일어나는 반일 감정이 반미 감정으로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미국은 성명이나 행동을 내는데 있어 신중해야 하며 한국에 모욕을 줘서는 안 된다.
한국은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고 일본을 동아시아 협력의 질서로 이끄는 길이다”와 같은 문재인의 선동적 성명을 지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일본이 “깊은 우려와 실망”을 표현하도록 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역시 지지한다. 미국은 한국의 결정은 “동북아시아에서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안보 도전과 관련해 문 정부 측에 심각한 오해를 반영한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한국은 7월 25일 이후 북한이 7번의 미사일 실험을 하고 일본이 신호 정보 수집 부문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협정을 파기했다. 한국의 국가안보와 미국이 이끄는 일본과의 삼각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에게는 덜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반일 감정의 불씨를 키워 정치적 지지를 모으고 북한을 달래는 것보다 말이다.
또한 한국은 이날 동해(일본해)에 있는 작은 섬인 독도(다케시마)에서 가장 큰 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일본은 이 섬의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한국은 70년간 이 섬을 관할해왔다. 이런 행동은 한국의 민족주의 정신을 고조시키고 일본을 짜증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섬세한 안보 조치들은 문 정권이 다음과 같은 일을 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반일 감정이라는 파도를 타고 2020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지도록 해 평양을 더욱 기쁘게 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 역량을 계속 강화함에도 불구하고 비핵화할 것이라는 환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이 지금 나가고 있는 방향을 바꾸도록 신호를 보내야 한다. 이런 메시지는 일방적인 발표나, 모욕, 동맹의 방위비 분담에 대한 말도 안 되는 요구로 보내면 안 된다. 이런 메시지는 주한미군의 ‘구조 조정’, 혹은 ‘구조 변경’을 위한 한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식으로 해야 한다. 이런 단어는 주한미군의 규모를 축소한다는 뜻의 암호명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 ‘충격 요법’이 될 것이다. 북한과 중국은 우선 이를 반길 것이고 한국도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자유 민주주의의 존속에 대한 위험성을 느끼게 된다면, 한국 정부로 하여금 북한 독재정권이라는 주적(主敵)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종족주의를 끝내고 고자세를 취하도록 하게 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