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737 맥스 기종의 운항 재개 시점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당초 보잉은 올 여름 휴가철 전에 운항 재개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연휴 때까지도 운항 재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는 보잉이 미 연방항공청(FAA) 등 안전 감독 기관에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가 개선됐다는 점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은 2018년 10월 29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사고(탑승객 189명 전원 사망)에 이어 2019년 3월 10일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사고(탑승객 157명 전원 사망) 이후 중단됐다. 같은 기종 비행기의 연이은 사고로 기체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이스타항공이 보잉 737 맥스 두 대를 지난해 들여와 노선에 투입했지만 에티오피아 사고 발생 이후 운항을 중단했다.
2017년 출시(出市)된 보잉 737 맥스는 보잉의 대표적인 중•장거리 여객기로, 2019년 1월 기준 주문량은 약 5000대이며 전(全) 세계 항공사에 인도된 항공기는 350대다. 이 기종은 보잉의 향후 매출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베스트셀러’ 기종이다. 비행기당 가격은 약 1억2000만 달러(약 1422억 원)다.
1일 미국의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보잉은 8월에 FAA 및 각국 안전 감독 기관에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에 대한 보완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보잉은 자세한 보완 절차를 묻는 FAA 등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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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실속방지시스템(MCAS) 작동원리. |
운항이 중단된 맥스 기종은 두 개의 센서 중 한 곳에서 잘못된 신호를 보내와도 MCAS가 오작동할 수 있었다. 보잉은 두 개의 센서에서 보내오는 정보가 다를 경우 MCAS를 자동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소프트웨어 보완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MCAS가 작동, 비행기의 기수를 밑으로 떨어뜨릴 때 조종사들이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절차가 매우 복잡했던 것이다. 보잉은 MCAS가 작동하더라도 기수를 자동적으로 떨어뜨리는 힘을 줄여 조종사들이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보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보완이 된다 해도 운항이 바로 재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유럽 안전 감독 기관은 소프트웨어 보완을 승인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조종사들이 새로운 시스템 훈련을 얼마나 오랫동안 이수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아메리칸 항공은 맥스 기종을 운항 계획을 12월 3일까지 취소했다. 운항 계획 취소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유나이티드 항공 역시 12월 19일 이전까지는 맥스 운항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연말은 여행객들이 많은 기간이기 때문에 항공사로서도 보잉의 운항 재개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항공사들은 운항 중단 결정이 내려질 당시를 기준으로 72대의 맥스 기종을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 항공사들은 올해 안에 150대 수준까지 맥스 기종을 늘려갈 계획이었으나 이는 불가능하게 됐다. 맥스를 운항하지 못하면 다른 비행기의 운항을 늘리거나 다른 곳에서 비행기를 빌려서 운항해야 하기 때문에 항공사들도 보잉 사건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다.
유럽의 경우도 비슷하다. 유럽 항공사들은 1월 이전에 맥스의 운항을 재개할 계획이 없다. 유럽 안전 감독 기관들은 미국 FAA의 결정이 나온 뒤에도 이를 그대로 따르지 않고 추가 검증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FAA는 전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항공 안전 감독 기관으로 인정받았지만 보잉 737 맥스의 초기 운항 승인 과정에서 일종의 유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타격을 받았다.
현재까지 정확한 피해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잉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서 운항 중단으로 약 10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한다. 이는 사고 관련 초기 비용만 추산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6월 초 공개된 애트모스피어 연구소(Atmosphere Research Group)의 조사에 따르면, 약 60%의 미국 여행객들이 보잉 737 맥스 타는 것을 꺼리고 있다. 20%의 미국 여행객들은 맥스의 운항이 재개돼도 최소 6개월간은 이 비행기를 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40% 이상의 응답자는 가격이 더욱 비싸고 불편하더라도 맥스가 아닌 다른 비행기에 탈 것이라고 했다. 맥스 기종의 운항 재개 후 6개월 이내 이 비행기에 탑승하겠다는 응답자는 14%에 불과했다.
사업 및 업무 목적으로 비행하는 사람의 63%와 일반 여행객 65%는 운항 재개 후 1년이 지나더라도 맥스 비행기에 탈지 불확실하다고 했다. 이 조사는 4월 27일부터 5월 1일까지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지난 1년 사이 최소 한 번 이상의 왕복 비행기표를 구매해 여행한 사람들이다. 애트모스피어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여행객들은 맥스를 단순히 무서워하는 수준이 아니라 공포를 느끼고 있다”며 “현재로서 맥스는 사람들이 타고 싶지 않은 비행기”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