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하여 '볼턴과의 사이에 서로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볼턴은 강경파 외교관으로 알려져 왔다.
실제로 북한과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체제붕괴를 염두에 두었던 정책을 펼쳤다. 그래서 평양과 이란은 그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에 협상을 특기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를 교섭 테이블에 끌어들이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는 타입이다.
물론 트럼프의 외교는 협상과 대화만을 하는 노선은 아니다. 그의 면모를 보면 지난 2017년 4월6일 시진핑과의 만찬에서 '우리 미군이 지금 시리아에서 59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시진핑은 당시 트럼프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여겼으나 사실인 것을 알고 난 뒤 옆에 앉아있던 트럼프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을 것이다. 당시 트럼프의 대중국 외교는 토마호크 미사일의 발사로 시작됐다.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나라에 대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행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옆에 있음을 시진핑은 알게 됐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년 반이 경과했는데, 본격적인 군사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트럼프는 지난 6월20일 미군의 무인정찰기를 폭파시킨 이란에 대해 군사행동을 명령했지만 작전개시 직전에 철회했다. 당시 트럼프는 '주변의 조언을 따랐다면 미국은 전쟁에 휘말리게 됐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트럼프의 외교는 전쟁을 회피하는데 있다. 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을 하면서 제제를 시행한다. 상대방을 몰아붙이면서 막후에서는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트럼프는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여 외교적으로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상대에게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트럼프의 원래 외교 스타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파와 같은 분위기를 주변에 조성하면서 유화파적인 노선을 모색하는 대통령으로 볼 수 있다. 그가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이유도 강경파적 요소와 온건파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온건성향을 가진 오바마의 후임으로 취임했기 때문에 전임자와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강경파적 언행을 거듭하며 자신의 위상을 미국 국민에게 어필해온 것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에 해당되는 볼턴을 해임했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협상을 바라고 있다'는 표시로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이란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체제 붕괴를 생각하고 있던 볼턴 보좌관이 떠나게 되어 트럼프 행정부의 교섭력이 용이해진 것은 틀림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유일한 예외가 있다. 바로 중국 공산당 정권이다. 볼턴이 빠져도 트럼프 정권과 중국과의 무역관계에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의 중국을 겨냥한 대중국 정책에서 볼턴 이상으로 강경파에 해당되는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의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볼턴을 해임했는지 알아보자. 배경에는 미국의 경제가 그동안 순조로웠는데, 최근 들어 약간의 불경기가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과 이란을 겨냥하여 전쟁에 나설 수는 없다. 다음 대선을 승리로 끝낼 때 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본격적인 군사력의 행사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미군들이 전사할 경우 국내 여론은 좌파적 언론의 후광을 받아 반전으로 격변할 것이고 그 여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본격적인 행동은 다음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난 후 보게 될 것이다. 적국인 북한, 그리고 이란과의 회담이 성사되면 상징적인 성과가 되겠지만 대선 승리에는 도움이 된다. 이 과정에서 볼턴 보좌관은 눈에 거슬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해임을 했을 뿐이다.
북한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혐오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열렸던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지목하여 직접적인 비난을 한 바 있다. 그런데 폼페이오 장관이 볼턴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명하다면 폼페이오를 해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해임하게 되면 미국은 어떻게든 북한과 협상하고 싶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게 되기 때문이다. 교섭 전 상대에게 약점을 보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협상의 명수인 트럼프가 이런 문제를 모를리 없다.
*출처: 日 <뷰포인트>, 2019년 9월13일
*필자: 하세가와 료(長谷川良), 저널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