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는 정치에 좌우되는 미국의 탄핵 절차

과거 사례로 알아보는 트럼프 탄핵 가능 여부

미국 언론들은 연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력을 남용했다는 것의 의혹의 골자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탄핵 과정을 소개하는 분석 기사를 최근 게재했다. 미국 헌법에 명시된 탄핵이 법적인 절차이긴 하지만 결정은 거의 정치적인 이유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헌법 2조는 탄핵 대상과 사유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미 합중국의 모든 ‘민간 공무원’은 반역죄, 뇌물죄, 또는 그밖의 중대한 범죄 및 경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직에서 면직된다’이다.

이중 ‘중대한 범죄 및 경범죄’라는 개념으로 인해 탄핵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명확한 범죄사실이 적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윌리엄 링퀴스트 전 대법관은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과 사무엘 체이스 전 대법관의 탄핵 소추에 대한 책을 쓴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헌법의 아버지들은 미래에 어떤 비상사태가 생길지 모두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헌법이 유연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존슨 전 대통령과 체이스 전 대법관의 탄핵안은 모두 상원에서 부결됐다. 미국의 탄핵 절차는 한국과 차이가 있다. 연방 하원이 다수결로 탄핵소추장을 의결하면 하원은 이를 상원에 넘긴다. 상원은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을 통과시킨다.

미주리 대학교의 법학 교수인 프랭크 보우만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행정부의 권력을 남용했다면 탄핵 사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 가지의 권력을 남용했다고 했다. 보우만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와 미국 외교권, 수사기관의 권력을 남용했다”고 했다. 국내의 정치적 라이벌을 견제하기 위해 외국 정부에 협력을 구하려 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모든 범죄가 탄핵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범죄 행위로는 볼 수 없는 권력 남용을 저질렀어도 탄핵이 될 수 있다.

미국 건국 이후 상원 탄핵 심리에 회부된 대통령은 두 명이다. 가장 먼저 탄핵 심리를 받았던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 17대 대통령이었다. 그는 1865년 암살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뒤를 이은 대통령이었다. 1868년 그는 남북전쟁이 끝난 뒤 남부 재통합 방안을 두고 의회와 크게 대립하다 탄핵 심리에 회부된 사례다. 존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가 적절했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는 문제다.

보다 최근에는 알시 해스팅스 판사의 탄핵 사건이 있었다. 미 하원은 그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1988년에 통과시켰고 상원은 이듬해 그를 탄핵했다. 그가 탄핵된 이유는 뇌물죄와 위증죄였다. 이 사건은 미국 탄핵 절차의 아이러니한 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는 관련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았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죄 판결이 내려진 후임에도 상원은 그의 탄핵을 통과시켰다. 그는 이후 연방 하원에 출마해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적은 없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탄핵 절차를 밟기 전에 사임한 경우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존슨 대통령 이후 탄핵 소추를 당한 유일한 대통령이다. 그는 르윈스키 스캔들 당시 위증과 사법 방해 혐의를 받았다. 미 상원은 그의 탄액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사실상의 민주당 당수인 그의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클린턴의 행동이 대중의 규탄을 받아 마땅하고 사법체계에서 기소가 될 수도 있지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할 정도로 국익을 위협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탄핵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상원의 탄핵 심사는 여론조사 결과를 따라가야 하는 게 아니라고 반박했다. 위증과 사법 방해는 미국 사법 체계의 핵심 축인 진실과 정의를 크게 위반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클린턴의 탄핵 절차도 양당의 입장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경우에는 민주당이 탄핵에 찬성하고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탄핵 절차는 사법 절차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크게 좌우된다고 했다. 일부 법학자들은 2020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탄핵이라는 강수를 던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만약 여론이 바뀔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탄핵 사유가 된다는 의견도 많지만, 탄핵이라는 절차는 정말로 필요할 때에만 실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치적 분열이 일어날 때마다 탄핵이 남용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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