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에 대한 트럼프의 배신…어느 동맹이 미국을 믿을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 “한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핵무장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 ‘누가 트럼프의 미국을 믿을 수 있겠는가?-쿠르드족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배신은 미국의 신뢰도에 큰 타격(Who can trust Trump’s America-Donald Trump’s betrayal of the Kurds is a blow to America’s credibility)’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으로 미국에 대한 동맹국의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했다.

이 기사는 “트럼프는 세계 최강대국의 외교가 국내 정치의 연장선인 것처럼 과장과 쇼맨십만 보여줬다”며 “그는 오랜 시간 협상해 이뤄놓은 협약을 파기하고, 시끄러운 무역 전쟁을 벌였다. 베네수엘라와 북한 같은 곳에서는 열매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변화’를 약속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는 미국의 거대한 경제력이 군사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의 침략 때를 포함해 경제 제재가 거의 모든 문제 해결 방안으로 사용됐다. 피해는 큰 것 같지만 이들 국가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러시아는 여전히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있고 니콜라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고 있으며 김정은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이번 결정으로 동맹국들이 군비 경쟁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북한이나 이란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갖는 것에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관련 기사를 전문(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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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가장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그냥 트럼프 본인으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그가 문제를 촉발한 시리아의 대혼란 상황 이후 트위터에 “그들 모두 잘 지내길 바란다. 우린 7000마일이나 떨어져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위험한 지역에 동맹을 버려두고도 미국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상상한다. 그는 틀렸다.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은 미국의 친구들과 적(敵)들로 하여금 트럼프의 미국을 의심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는 미국인은 물론 전세계가 슬프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1000명의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그의 결정은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이어져오던 아슬아슬한 휴전상태를 바로 파괴시켰다. 미군 철수는 터키에 쿠르드족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지금까지 수백 명이 숨졌고 16만 명 이상이 피난길에 올랐다. 쿠르드족이 지키던 이슬람무장단체 IS 지지세력은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했다. 갈 곳이 없어진 쿠르드족은 미국의 적이자 피로 물든 시리아의 지도자 바샤르 알 아사드에게 도움을 청했다.

트럼프는 해외에 파견된 미군을 본국으로 돌려오겠다는 것을 선거 공약으로 삼아왔다. 그는 미국이 끝이 나지 않는 전쟁으로부터 빠져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와 이란, 터키가 시리아에서 펼쳐지는 혼란에 합의를 이뤄낼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지지자들 다수는 이에 동의할 것이다. 약 20년간 이어진 전쟁은 미국인들로 하여금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갖도록 했다. 트럼프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엘리자베스 워런을 비롯한 일부 민주당원 역시 중동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미국의 짜증이 얼마나 많은지 이해하는 것은 차치하고, 이 지역을 그냥 포기하겠다는 생각 없는 행동은 오히려 자멸을 부를 것이다. 이는 전세계에서의 미국의 신뢰도를 약화시킬 것이다. 즉, 미국은 전세계 인구의 번영과 삶의 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일들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하고 더욱 많은 돈을 쓰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시리아 미군 철수 결정은 여러 분야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것이다. 어떤 것이 더욱 중대한 문제인가가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0명의 강한 미군을 철수함에 따라 발생할 군사력 공백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한 보고를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정은 미국 당국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쿠르드족은 깜짝 놀라고 충격을 받았다. 영국군은 형제인 미군들이 짐을 싸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됐다. 어느 누구도 이에 대비할 시간이 없었다.

트럼프의 정책은 서로에 대한 ‘로열티’ 부문에서도 실패했다. 쿠르드족은 ‘칼리파’를 타도하기 위해 미군과 함께 싸워왔다. 쿠르드족 약 1만1000명이 목숨을 잃었고 미군도 5명 숨졌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정보수집 능력을 동맹국들과 함께 사용해 전세계에서 가장 악랄한 테러리스트를 몰아내왔다. 상대적으로 적은 피와 자원을 쓰면서 말이다.

가장 최악인 것은 트럼프의 정책은 전략면에서도 실패했다는 점이다. 이슬람무장단체 IS가 부활하거나 아사드가 다시 힘을 받는 것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의 적이자 아사드의 동맹인 이란이 미군의 철수로부터 이익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인들도 미군이 버린 기지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다. 아사드를 지원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은 중동의 안정을 지켜주던 미국의 역할을 다시 찾으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70년대에 이 역할을 미국에 빼앗겼다. 큰 피해 없이 유지되던 소규모의 병력을 시리아로부터 철수시킴에 따라 미국은 새로운 국경 분쟁을 발생시켰고 적들에 힘을 줬으며 친구들을 배반했다.

깊이가 없고 충동적인 행동이 트럼프의 외교 정책의 특징이 됐다. 이란이 미군 무인정찰기를 공격했을 때 그는 마지막 순간에 가서 보복 공격을 하는 것을 중단시켰다. 이란이나 이란의 사주를 받은 집단이 사우디의 석유 시설을 폭파한 이후에도 그는 뒤로 물러섰다. 세계 최강대국의 외교가 국내 정치의 연장선인 것처럼 그는 과장과 쇼맨십만 보여줬다. 그는 오랜 시간 협상해 이뤄놓은 협약을 파기하고, 시끄러운 무역 전쟁을 벌였다. 베네수엘라와 북한 같은 곳에서는 열매를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변화’를 약속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거대한 경제력이 군사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의 침략 때를 포함해 경제 제재가 거의 모든 문제 해결 방안으로 사용됐다. 피해는 큰 것 같지만 이들 국가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여전히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있고 니콜라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를 통치하고 있으며 김정은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이 커지면서 제재가 별로 소용이 없어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을 것을 전세계에 압박하고 있지만 많은 국가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시리아 사태는 이 모든 것들이 미국에 어떤 피해를 줄 수 있을지 보여준다. 터키가 시리아를 공격하기 전부터 유럽은 터키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문제아(問題兒)로 생각했다. 터키가 러시아의 방공무기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터키는 쿠르드족을 공격해 제재와 무기 금수조치를 받았는데 이에 따라 나토의 균열은 더욱 커질 것이다. 푸틴은 러시아 국경에 위치한 나토 동맹국인 발틱 국가들을 지켜낼 의지가 미국에 있는지 시험해볼 수도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탈레반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다. 트럼프가 쿠르드족을 버릴 수 있다면 아프가니스탄도 버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이다. 중국도 인근 국가들의 영토 문제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것이다. 훌륭한 민주주의를 갖고 있는 대만은 최근 안보 역량 일부를 잃게 됐다. 미국은 역사상 어느 나라보다 많은 동맹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들은 자발적 무력 증강을 해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역내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버림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한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북한이나 이란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갖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

종합해보면 미국이 2차세계대전 이후부터 열심히 구축하고 유지해왔으며 서로 셀 수 없는 이익을 봤던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철수를 하더라도 자국민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많은 돈을 무기와 군인들을 위해 계속 투자해야 할 것이다. 동맹국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를 한 번 잃게 되면 군사적인 문제에서는 협력할 수 없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의 장기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다. 중국의 산업 부문에서의 간첩 활동이나 미국에 해를 주는 사안들에 대해 협조하는 것도 꺼릴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미국이 미국의 가치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인권, 민주주의, 의존성, 자유무역 등.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기회가 있다면 이를 노리게 될 것이다. 서방세계에 이는 엄청나게 위험한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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