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기 쿠바에서 소련제 地對空 미사일에 격추
<10월 27일(土) - 12일차>
흐루시초프 서기장은 이날 오전 터키에 배치된 주피터 미사일(注 사거리 2400km, 모스크바를 포함한 동구권 대부분 지역이 타격권인 미국의 미사일)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오후 미국의 정찰기 U-2기가 쿠바에서 소련제 地對空 미사일에 의해 격추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공격으로 루돌프 앤더슨 소령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이날 기록에 따르면 케네디 대통령은 친필로 앤더슨 소령의 부인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편지를 작성했다.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상대책위에서는 전투기를 보내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폭파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은 미 공군 전투기들에 출동명령만을 내려놓고 출격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 케네디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터키의 미사일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같은 날 미 군함인 빌(USS Beale)은 쿠바 연안에서 잠항 중인 소련의 핵잠수함 B-59를 발견, 잠수함 부근에 기뢰를 투하했다. 당시 미군은 이 잠수함에 핵무기가 탑재돼 있다는 사실은 몰랐으며 기뢰는 잠수함 동체 바로 옆에서 폭발했다. 추후 밝혀진 문서에 따르면 군함과 잠수함은 500야드를 거리에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소련 본국과의 교신이 오랜 기간 끊긴 잠수함 승무원들은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판단, 자체적으로 15킬로톤짜리 핵무기를 발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B-59에는 3명의 장교가 탑승해 있었으며 3명이 전원 찬성하면 상부 지시 없이도 핵어뢰를 발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당시 잠수함에는 발렌타인 사비트스키 함장과 이반 마스레니코프 정훈장교, 바실리 아르키포프 지휘관이 타고 있었다. 2000년 초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 중 아르키포프가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내 핵무기 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맥나마라 국방부장관은 “당시 미국 함정에 핵 공격이 가해졌다면 美蘇(미소) 양국 간의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발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퇴임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핵전쟁 위협을 벗어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運(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케네디와 도브리닌의 ‘口頭 密約’
이날 밤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은 애나톨리 도브리닌 소련 대사와 회동했다. 이들은 소련이 유엔 감시하에 쿠바의 미사일을 철수시키고 미국은 쿠바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다. 이에 추가로 미국은 비공개적으로 터키의 주피터 미사일 역시 철수하겠다고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은 쿠바 사태 발발 20여 년이 지난 1980년 후반에 들어서야 공개됐다.
케네디 법무장관은 30일 도브리닌 대사와의 회담 내용을 러스크 국무장관에게 보고한다. 다음은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다.
<도브리닌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법무부에서 만나자고 했다. 우리는 내 사무실에서 만났다.
나는 그에게 몇 시간 전 쿠바 영공을 정찰하던 미국 정찰기가 격추돼 조종사가 숨진 것에 대해 항의했다. 도브리는은 쿠바의 입장을 인용, “미 정찰기가 쿠바 영공에 무단 침범했기 때문에 격추했다”고 말했다. 나는 “우리가 만약 이러한 정찰을 하지 않았으면 흐루시초프 말만 믿고 쿠바에 미사일이 배치된 것도 모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쿠바 사태와 관련해 그는 내게 무엇을 제안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기존 편지 등에서 논의된 것처럼 쿠바의 미사일 기지가 철수되면 미국도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흐루시초프가 터키 미사일과 관련된 다른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며 이 부분은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나는 지시 받은 대로 “터키 미사일은 거래 조건으로 철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나토가 결정해야 할 부분이며 지금 같이 소련이 위협을 가하는 상황에서 나토가 이를 인정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이 지시한 것처럼 “4~5개월 정도 후라면 이 문제가 만족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브리닌 대사도 비슷한 내용을 본국에 보고했다.
<이어 케네디는 “하지만 대통령도 철수하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우리에게는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토 내부적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철수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데는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케네디는 또 그의 터키에 대한 발언이 極秘(극비)이며 대통령과 그를 제외하고 워싱턴에서 이를 아는 사람은 2~3명 정도뿐이라고 말했습니다.>
美 역사학자들이 소련 기밀 문서들을 확인한 결과 케네디 법무장관은 도브리닌에게 터키 발언을 하며 “이게 밝혀지면 내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며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다음은 이날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케네디 대통령과 우 탄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편지 전문이다.
破局에서 起死回生한 美∙蘇 협상
<친애하는 대통령께:
저는 당신이 탄트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편지를 통해 우리 측 선박과의 충돌을 피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상황을 피하겠다는 당신의 입장을 환영합니다. 이러한 당신의 행동을 통해 당신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미 말했다시피 우리 국민과 정부, 그리고 서기장인 저 자신은 국제사회의 경제적 경쟁과 문화와 예술 발전,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증진하는 것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가장 고귀하고 중요한 경쟁이며 승자와 패자 모두 이익을 볼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경쟁은 평화적이고 기쁨의 가치와 삶의 이유를 알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주요 목적이 단순히 협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박과의 충돌을 막아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피하는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러한 충돌이 발생하면 협상은 필요 없게 되며 전쟁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적용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라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들 간의 평화를 찾고 정상화를 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미국의 안보에 있어 우려하는 점을 잘 이해합니다. 왜냐하면 그게 대통령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으며 서기장으로서 저도 같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당신은 우리가 쿠바에 무기를 지원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는 쿠바의 방어 능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무기를 지원했습니다. 이는 방어에 국한된 것들입니다. 쿠바가 얼마나 많은 미사일을 갖게 되건 쿠바가 미국과 동급이 될 수는 없습니다. 현대전에서 쿠바와 미국과의 전력 차이는 너무 많이 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과거나 현재나 쿠바를 돕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우리의 이러한 동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쿠바 국민들이 원하는 삶을 살고 평화롭게 살게끔 도울 뿐입니다.
당신이 당신 국가의 안보를 지키려고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쿠바도 역시 같은 것을 원합니다. 모든 국가가 자신들을 지키길 원합니다. 우리 소련은 어떻습니까. 당신은 소련과 동맹국들을 미사일 기지로 포위시켰습니다. 당신은 말 그대로 미사일 기지를 통해 소련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밀이 아닙니다. 믿을 수 있는 미국인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당신의 미사일은 영국과 이탈리아에 배치돼 있으며 우리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당신 미사일은 터키에도 있습니다.
당신은 쿠바로 인해 불안해합니다. 당신은 미국 해안에서 90마일 떨어진 곳에 이 같은 미사일이 있어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터키는 우리와 인접해 있으며 우리 군인들이 순찰을 돌며 서로 계속 마주칩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공격용이라 주장하며 무기를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에게는 같은 권리가 없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은 공격용이라고 불릴 대량살상무기를 우리 바로 옆인 터키에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불공평한 상황을 어떻게 인정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兩立(양립)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우 탄트 사무총장의 제안에 따라 우리 측 대표부와 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입니다. 탄트 사무총장도 중개자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양국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현 상황을 진정시키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 사람들이 편하게 숨 쉬고 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군사적인 생각은 하지 말고 정치인으로서 정상적인 생각과 책임감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공격용이라고 주장하는 쿠바의 시설들을 철수시킬 의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유엔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입니다. 당신 정부는 소련과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해 터키의 유사한 시설을 철수하겠다고 밝힐 것입니다. 충분히 논의한 뒤 이 같은 합의를 내립시다.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지정한 사람들이 이 같은 약속이 이행됐는지 확인하도록 합시다. 물론 쿠바와 터키 정부가 이들이 自國(자국) 내에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 조사단은 안보리는 물론이고 미국과 소련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돼야 할 것입니다. 물론 쿠바와 터키도 동의해야 하고요. 저는 이러한 조사단을 구성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약속을 한 뒤 저는 쿠바와 터키 국민들이 자신들의 안보를 불안해하지 않도록 성명을 발표하겠습니다. 소련 정부는 터키의 국경과 자주권을 존중하며 침략하지 않고 내정 간섭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 이는 소련 내부나 터키 이웃 국가에서 터키에 대한 침략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저지할 겁니다.
미국도 유엔 안보리를 통해 쿠바에 대한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겁니다. 쿠바의 국경과 자주권을 존중하며 내정간섭과 침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는 미국 내부에서나 쿠바 이웃 국가에서 쿠바에 대한 침략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저지할 겁니다.
물론 시한을 비롯한 세부 사항은 당신과 추가로 협의해야 할 것입니다. 시기를 결정합시다. 쓸데없이 연기하지 말고 2~3주 이내에, 한 달이 넘지 않는 한에서 시행합시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당신을 괴롭히는 쿠바의 상황은 소련 당국자들 손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은 우발적으로라도 이를 없애려고 시도해서는 안됩니다. 쿠바의 무기들은 쿠바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배치됐으며 방어적 수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쿠바에 대한 침략이나 소련 혹은 우리 동맹국들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 없다면 이들은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이는 공격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저의 제안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뉴욕 유엔 본부로 대표부를 보내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도 당신의 대표단을 선정해 같은 지시를 내리면 문제는 빠르게 해결될 겁니다.
제가 왜 이러한 일을 하고 싶으냐고요? 전세계가 우리 둘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우리의 합의와 분쟁이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되면 크게 기뻐할 겁니다. 저는 이번 합의에 큰 의미를 두며 앞으로 핵 실험 등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핵 실험 문제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따로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개의 문제 모두 합의가 이뤄지는 게 인류의 큰 선물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와 당신의 입장은 매우 비슷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당신과 나와 논의한 여러 대립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촉진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해결되지 않았지만 빠른 해결안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게 제 제안입니다 대통령님.
흐루시초프>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