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주변을 맴도는 '장성택의 망령'

갈팡질팡하는 김정은 정권이 올해 겨울 큰 시련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사망 8년째를 맞는 35세의 김정은이 드디어 몰아 부치기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23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한반도의 영산으로 알려진 금강산을 시찰했다면서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여동생 김여정을 비롯해 최선희 외부성 제1부상 등의 인물들이 그와 동행했다.

기사에 따르면 김정은은 고성항, 해금강 호텔, 문화회관, 금강산 호텔, 금강산 옥류관, 금강 펜션타운, 구룡마을, 온천 빌리지 가족 호텔, 제2온정각, 고성항 해물요리점, 고성항 골프장, 고성항 출입국 사무소 등 한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시설을 일일이 시찰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라”면서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 시설들을 우리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기사는 국내외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이유는 부친 김정일의 위업을 사실상 부인하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은 대북유화정책을 추진했던 김대중 정권 출범시기인 1998년 추진되어, 이후 2003년부터 육로를 통한 한국인 방문이 시작됐다. 북한 출신의 한국 기업인 정주영 회장이 이끌던 현대그룹이 개발을 시작하여 개성공단과 함께 남북한 융화의 상징으로 통했다.

그러나 2008년 한국인 관광객이 군사구역에 들어갔다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다. 이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광은 재개되지 않고 있는데
친북성향의 문재인 정권이 얼마 전 북한에 대해 조속한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를 제의했다.

김정은은 이런 시기에 금강산을 방문하여 남한이 만든 시설을 박살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의 이런 기괴한 행동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김정은이 3가지 이유로 현재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첫째, 북한 국내에서 사망한 장성택을 그리워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 점은 구체적으로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유엔의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가 전혀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이 2003년 처형한 장성택에 대한 평가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장성택은 생전에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과의 경제외교를 통해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남한과의 금강산 사업을 조율하여 북한에 많은 외화를 조달했다. 특히 김정은이 자랑하는 핵무기와 미사일도 장성택이 벌어들인 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장성택을 화염방사기로 태워죽인 김정은은 장성택의 망령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김정은의 발언은 자신의 부친인 김정일의 위업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장성택을 다시금 부정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참고로 지난 10월7일은 북한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70주년 되는 날이었는데 양국 사이에서 어떤 인사도 왕래가 없었다.

10년 전인 60주년 때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방북하여 김정일이 기념 매스 게임을 선보이는 등 성대한 축사행사가 있었다. 그리고 60주년 기념사업으로 북한과 중국 사이의 국경에 압록강 대교를 연결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둘째,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개발 지연이다.

이른바 북한 버전의 하와이 건설계획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 그동안의 핵과 경제 건설 병진정책 노선을 변경하여 핵무기는 완성했으니 앞으로는 경제 건설 한가지로 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제 건설의 핵심이 원산의 갈마반도를 통째로 리조트화 하겠다는 계획인데, 수많은 군인들이 공사에 투입됐다.

그러나 유엔의 경제제재가 먹혀 건축자재 반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공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가을에는 현지를 시찰했던 김정은에 대한군부의 암살미수 사건까지 발생했다. 완공 목표는 여러 차례 연장되어 내년 4월15일 김일성 생일로 정해졌는데,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발 빠르게 관광지 건설로 김정은 정권의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위해서는 시간상 금강산이 더 낫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려면 한국이 만든 금강산 시설물을 깎아내려야 하고, 그 다음 기존의 시설물을 조금만 손질하여 북한의 독자적인 관광지로 포장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그리고 내년 4월15일을 기념하여 대대적인 자랑을 하겠다는 속셈이라 하겠다.

지난 16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백마를 탄 김정은 관련 기사의 경우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백두산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북한에서 백두산은 김일성이 항일 빨치산을 했던 성스로운 곳이자 김정일이 태어난 땅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셋째, 문재인 정권의 북한을 겨냥한 벼랑 끝 외교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이 친북색채가 강한 정권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도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북한의 편에 설 것인지, 미국의 편에 설 것인지 양자택일을 남한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은 다음달 25일과 26일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아세안 정상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 행사는 한국과 아세안 교류 30주년을 기념하는 것으로 문재인 정권 최대의 외교 행사이다.

문재인은 부산 행사에 김정은을 초대하여 화룡점정을 하겠다는 생각이 있다. 남한이 북한과 아세안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면서 추파를 보내고 있는데, 북한은 유엔 경제 제재가 풀리지 않고 있는데 김정은이 아세안과 무슨 교류를 하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생각이 틀린 것도 아니다. 문재인은 그동안 미국과 북한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양국의관계의 개선을 도모하여 대북제재를 완화시키겠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문재인을 양치기 소년으로 생각하고 상대조차 하지 않고 있다. 

어찌됐건 간에 기나긴 겨울을 맞이하게 된 북한은 아사자와 동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유엔의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북한 주민의 절반에 해당되는 1100만 명이 영양 부족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갈팡질팡하는 김정은 정권이 올해 겨울 큰 시련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0월26일자
필자: 콘도 다이스케, 日 저널리스트(안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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