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은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의 보잉 737 맥스 8 여객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사고로 탑승객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사고 1주기가 된 29일, 미 상원에서는 보잉의 여객기 사고 관련 청문회가 열렸고 데니스 뮬런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사고 유가족과 2019년 3월 10일 일어난 에티오피아 항공의 737 맥스 8 여객기 추락사고(탑승객 157명 전원 사망)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이날 열린 청문회에서 의원들은 보잉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 사고 이후 자체 운항 중단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뮬런버그를 압박했다. 미국 정부는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을 중단했다.
뮬런버그는 이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인도네시아 사고 이후 운항 중단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사실들을 그때도 알았다면 그때와는 다른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잉 관계자들이 왜 운항 중단을 빨리 결정하지 못했는지 계속 자문(自問)했다고도 했다. 그는 유가족들을 향해서는, “당신들과 당신들이 사랑했던 이들을 매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증인석에 있는 뮬런버그 뒤에 자리를 잡고 피해자들의 사진을 들어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뮬런버그를 포함한 이사진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뮬런버그는 첫 사고 발생 이후 고참 조종사들이 비행기 안전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뮬런버그는 에티오피아 사고가 발생한 이틀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맥스 기종의 안정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전화 통화 하루 뒤, 보잉 737 맥스 8의 운항을 중단시켰다. 이는 중국과 유럽 국가들이 자체적 운항 중단 결정을 내린 것에 따른 조치였다.
한편 인도네시아 수사당국은 얼마 전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사고에 대한 수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기체 결함과 정비 미숙이 사고로 이어졌다고 했다. 보고서는 ‘하나의 센서’가 기계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도록 만든 점, 새로 탑재한 기술을 조종사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하며 보잉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도 수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NTSB는 보잉이 새롭게 탑재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조종사들이 오류가 발생할 시 이를 대처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오판했다고 했다. 보잉과 미 연방항공청(FAA)은 비행기 운항을 초기에 승인한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 보잉 직원들은 FAA 직원들과 함께 비행기 안전 검증 작업을 실시했다. 공무원이 아닌 사기업 직원들이 안전 검증 작업에 참여한 것인데 이를 ‘셀프 검증’이라고 언론들은 부르고 있다.
보잉 기술자들은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내부 압박도 받았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FAA 관계자들은 새롭게 탑재된 기술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 부분에 대한 안전 검증을 보잉 측에 떠넘기기도 했다.
새롭게 탑재돼 사고로 이어진 기술은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다. 이는 기수(機首)가 너무 높은 각도로 향할 경우 비행기 꼬리 부분에 있는 안전장치(stabilizer)를 작동시켜 꼬리를 위로 올라가게 하는 시스템이다. 꼬리를 올려 기수를 낮추는 것인데, 이를 ‘자동실속(失速)방지시스템(anti-stall system)’이라고 부른다. 비행기는 고도가 너무 높게 향하면 실속, 즉 추락하게 되는데 이를 자동적으로 방지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사고 여객기들은 적정 각도로 비행하고 있었다. 센서에서 잘못된 신호를 보내 MCAS가 오작동(誤作動)해 추락한 것이다.
MCAS가 작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받음각 센서다. 받음각은 비행기 날개를 절단한 면의 기준선과 기류가 이루는 각도를 뜻한다. 맥스 기수에는 두 개의 받음각 센서가 달려 있다. 이 센서는 날개의 각도 등을 측정해 기수가 너무 높게 올라가 기체가 기울어지면 MCAS를 작동시킨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들은 MCAS가 작동했을 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보잉이 대처 방법을 매뉴얼 등을 통해 제대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대처 방법이 매우 복잡했다. 과거 737 기종의 경우 실속방지시스템이 기수를 밑으로 떨어뜨리면 조종사가 조종간을 당겨 비행기를 위로 올라가게 함으로써 이를 무력화(無力化)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신형 맥스 기종은 세 가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MCAS를 무력화하기 위해 조종사들은 우선 조종간에 있는 안전장치 작동 방지 스위치를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눌러주어 꼬리를 들어 올리는 안전장치 작동을 일시적으로 멈춰야 했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멈춰도 5초마다 실속방지시스템이 작동한다. 그때마다 비행기는 급격하게 밑으로 떨어진다. 인도네시아 사고 여객기는 1000피트 폭의 고도를 약 5분간 수십 차례 오르락내리락했다. 일시적으로 안전장치 작동을 멈춘 다음엔 조종간 하단 부분에 있는 덮개를 열고 안전장치에 들어가는 동력을 끄는 스위치를 눌러야 했다. 이후 조종간 왼쪽 부분에 있는 원형 핸들을 돌려 수동으로 안전장치가 정상 위치로 향하게 해야 했다.
급하게 추락하는 상황, 그리고 훈련이 미숙한 상황에서 이 모든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 조종사가 “보잉이 알려준 비상상황 대응 조치를 취해도 비행기는 추락했다”는 증언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