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번지는 온라인 콘텐트 검열…“지구촌이 분리될 수도 있다”

이코노미스트 “유튜브·페이스북 AI의 불법 콘텐트 판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국가들이 온라인상에서의 발언을 규제하려 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과 이란 같은 전체주의국가뿐만 아니라 영국과 독일, 호주 등 민주주의국가에서도 온라인상에서의 ‘언론의 자유’를 규제하려고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싱가포르와 호주는 불법 콘텐트 게시자나 이를 차단시키지 못한 플랫폼 운영자들에게 징역형을 내릴 수도 있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특정 성향의 유튜버들에 대한 ‘노란 딱지’ 조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가짜 뉴스’를 막겠다는 발표도 한 바 있는데 이런 문제가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이런 정책으로 인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불법 콘텐트를 차단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500시간 이상 길이의 영상이, 트위터에는 1초에 수천 개 이상의 글이 올라온다. 이런 엄청난 양의 콘텐트를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일부 플랫폼 회사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불법 영상을 막고 있는데 AI가 인간 수준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정치인의 발언과 이에 대한 논평의 경우는 빈정거림과 반어법을 완전히 이해해야 하는데 AI가 이를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또한 각국에 존재하는 민감하고 특이한 사안들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는 AI는 물론, 사람의 힘으로도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에서 번지는 인터넷 언론의 자유 규제로 ‘지구촌’이라는 개념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를 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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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영국에서 홍역이 공식적으로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 병은 매우 감염 속도가 빠른 질병으로 2017년 한 해에만 전세계에서 약 11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런 성공 사례는 오래가지 않았다. 영국과 웨일즈 지역에서 2018년에 홍역 감염 환자 991명이 발생했다. WHO는 영국을 홍역 없는 국가 명단에서 삭제했다.

홍역은 많은 국가에서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에게 백신 주사를 놓으면 자폐증을 발병시킬 수 있다는 음모론에 의해 발병률이 늘어났다(이 음모론은 사실이 아니다). 백신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인터넷 게시글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오랫동안 전파해왔다. 영국의 보건부장관인 맷 행콕은 이런 사태를 멈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 페이스북과 구글과 같은 거대 인터넷 기업이 자신들의 플랫폼 사용자들에 책임을 물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행콕은 만약 기업들이 백신에 반대하는 내용이 퍼지는 것을 자발적으로 막지 않는다면 법 집행을 통해 이를 강제적으로 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의 선거는 12월에 열리기 때문에 행콕이 이런 일을 추진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야당인 노동당도 이런 방침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영국만이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는 최근 몇 달 사이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정치인들과 유착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제2차 규제 조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세계 정치인들은 테러와 싸우고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며 자해 행위를 막기 위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대 인터넷 플랫폼에 등장하는 내용들을 검열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많은 전체주의 국가들은 이미 자국민들이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초창기부터 인터넷을 검열해왔는데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중국에서 금지돼 있다. 이란도 페이스북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성애의 권리부터 시아 이슬람 이론 등의 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거대 인터넷 기업들은 이제 이용 금지 조치를 걱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플랫폼에 어떤 정보를 담을 수 있는지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져온 기술 세계의 자유주의(techno-libertarian) 체제에 큰 변화이다. 보다 개방적인 인터넷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질라재단의 오웬 베넷은 “거대 인터넷 기업 대다수는 미국의 언론의 자유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터넷은 초창기부터 미국 수정헌법 1조에 명시된 언론의 자유에 영향을 받았고 이런 인식이 전세계에 퍼졌다고 했다. 인터넷이 생긴 지 얼마 안 되고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당시 국가들은 언론의 자유에 따라 퍼지는 정보들이 자국의 생각과 달라도 이를 무시해왔다. 그러나 인터넷이 지금같이 거대해지고 중요해지자 정부들이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예로 싱가포르는 지난 6월 ‘온라인 거짓정보 및 조작 보호법’을 통과시켰다. 이 정부는 ‘반(反) 페이크뉴스’ 법안도 상정했다. 싱가포르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보이는 거짓말을 온라인에서 유포할 경우 100만 달러의 벌금형이나 징역 10년형을 내릴 수 있다. 싱가포르는 공공의 이익을 아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공공의 평온함’이나 ‘정부의 활동이나 조직에 대한 평가와 관련한 신뢰도를 해치는 행위’를 했을 시 처벌한다고 규정했다. 플랫폼 운영사들은 콘텐트가 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접속을 차단시켜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사용자들에게 이런 콘텐트가 거짓 내용을 담고 있다고 통보해야 할 수 있다. 이들이 관련 콘텐트를 이미 접한 뒤에도 이런 연락을 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국이 추진하는 법안은 불법활동을 규제하는 것보다는 적절하지 않은 내용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영국은 아동 포르노와 테러 조장 행위 근절 등을 위해 더욱 노력을 가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영국은 증오와 괴롭힘, 여성 혐오, 자살 미화 등 규정하기 까다로운 문제들도 다룰 전망이다. 영국은 기업들의 돈으로 운영될 새로운 규제 감독기관을 만들어 위법한 웹사이트를 차단하고 다른 검색 사이트나 전자결제 회사들이 이런 웹사이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웹사이트의 책임자들에 법적 책임을 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 4월 혐오 및 폭력적 콘텐트 공유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켰다. 이는 뉴질랜드 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이 실시간으로 중계된 것에 따른 것이다. 서방의 기술 회사들은 이런 법안에 강력하게 반대한다. 이 법은 관련 회사들이 어디에 본부를 두고 있는지와는 상관 없이 테러와 살인, 납치 등과 관련된 영상이 호주에서 재생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혹은 이를 한 시간 안에 차단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관련 회사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매출 10%를 벌금으로 내야 하고 임원급들은 실형을 살아야 한다.

이런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곳은 5억 명의 부유한 고객이 있는 유럽연합(EU)이라는 시장이다. 이곳의 언론 자유는 미국보다 나쁘다. 지금까지는 EU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관련 문제를 다뤄왔다. 독일은 2017년 ‘네트워크 운용 개선법(Netzwerkdurchsetzungsgesetz)’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소셜미디어 회사가 가짜뉴스나 증오성 발언을 24시간 이내에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최고 5600만 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프랑스는 7월에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옥스포드 대학교 로이터언론학연구소를 운영하는 라스무스 닐슨은 오는 12월 출범할 새로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우선 과제는 이와 비슷한 법안을 강화하고, 개별국가가 아닌 집행위원회가 관련 법안을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대 기술 관련 회사에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물게 해 유명해진 덴마크의 정치인 마가렛 베스테이거가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이런 작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디지털 서비스 법안’은 정치적 광고부터 테러 관련 콘텐트 등 모든 콘텐트를 규제할 전망이다.

더 중요한 일은 인도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도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10억이 넘는데 중국 다음으로 많다. 또한 이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도정부는 2월 새로운 권력기구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와츠앱’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에서 제공하는 자동 암호화 기능을 약화시키고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자체 감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사용자가 불법 정보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증오나 남을 기만하는 내용의 비디오 및 게시글을 인터넷 회사들이 삭제하도록 할 전망이다. 인도의 규모를 감안하면 이런 정책에 서방의 거대 인터넷 회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될 것이다. 영국의 부총리를 지내고 현재 페이스북의 홍보 담당을 맡고 있는 닉 클레그는 9월에 인도를 방문해 인도정부가 이런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연설을 했다.

미국에서도 거대 인터넷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콘텐트를 관리하도록 놔둬도 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은 페이스북이 “거짓을 전파하기 위해 돈을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페이스북이 정치광고 게재를 허용한 것을 놓고 한 발언이다. 이와 관련 클레그는 “우리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팩트 체킹 전문가들에게 전달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기본 콘텐트 규정에 위배된다고 해도 대부분 콘텐트를 플랫폼에 올라가도록 한다”고 했다. 페이스북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한 국가가 개인 회사로 하여금 정치인들의 발언이 맞는지를 심판하도록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이런 정책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곧 영국에서 열리는 선거에도 비슷한 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다. 반면 트위터는 지난달 정치인들의 광고를 전면 금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변화하는 환경에는 하나의 비교 대상이 있다고 했다. 세계적 은행의 경우와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기반 인터넷 회사와 은행은 여러 나라에서 활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돈과 정보라는 중요한 것들이 이동하는 것을 관리한다. 은행은 국가마다 다른 세부 법안 및 규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은 여러 감사 부서와 엄청난 수의 변호사, 회계사 등이 필요하다. 인터넷 회사들은 제한된 인력으로도 여러 국가에서 영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회사들도 은행과 같은 압박을 받게 된 것이다.

서버를 통해 퍼지는 엄청난 양의 콘텐트를 감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튜브에는 1분마다 500시간 이상 길이의 영상이 올라온다. 트위터에는 1초에 수천 개의 글이 올라온다. 페이스북의 보안담당 책임자였던 알렉스 스타모스는 인공지능(AI)이 이를 관리할 수 있다는 희망은 있지만 결국에 많은 부분은 인간이 관리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는 데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튜브는 1억 달러를 투자해 불법 영상을 차단하는 ‘컨텐트ID’ 기술을 개발했다. 그럼에도 불법 영상은 여전히 유튜브에 있고 합법적인 영상을 올린 이용자의 영상이 불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저작권 침해는 다른 콘텐트 관리와 비교해보면 쉬운 일에 속한다. 정치인의 연설을 규제하는 알고리즘의 경우는 빈정거림과 반어법을 완전히 마스터해야 하는 일이다. 각 국가마다 존재하는 민감한 사안들을 이해해야 하고 이런 취약성을 악용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한 기술도 있어야 한다. 스타모스는 “정치인의 발언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인간만큼 똑똑한 AI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세상이 올지 모르겠지만 수십 년 안에 오지는 않을 것이다.

소셜미디어 회사들은 AI 기술로 문제가 있는 콘텐트를 우선 확인, 인간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컨설턴트 회사인 엑센츄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적인 인터넷 회사들은 10만 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해 콘텐트를 감시하고 있다. 새로운 규제 법안이 생길 때마다 이 인력은 늘어나야 한다. 페이스북은 이런 감시요원을 2018년 8월 7500명에서 같은 해 12월 1만5000명으로 늘렸다. 페이스북의 내부 규정은 수만 단어에 이를 정도로 길어졌다.

모질라재단의 베넷은 이런 환경 변화로 인해 이미 크게 성장한 기업들만 살아남게 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회사들만이 각국의 규정을 따르기 위한 비용을 지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넷은 “회사들은 잘못을 저질러 생길 위험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지역에서만 사업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새로운 규제 법안들에 따른 가장 큰 여파는 인터넷 세상의 분열이 될 것이다. 인터넷의 핵심 개념은 어디에서 로그인을 하든지 똑같은 하나의 글로벌 네트워크 세상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벌써 오래 전 이야기가 됐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닐슨은 “국가들이 자국의 미디어 환경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을 만든다는 것은 완전히 정당한 일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금 인도에서 핸드폰을 구입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서방세계에 있는 사람들이 보는 것들을 볼 수 있다”며 “이런 일이 끝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은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 만연한 검열정책은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을 전세계 이용자들로부터 분리시켜버렸다. 이런 분열이 서방세계로도 번지고 있다. 일부 미국 회사들은 EU의 개인보호정책을 따르는 것보다 유럽 이용자들을 차단하는 것이 쉽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상의 개인정보 삭제를 요구할 권리(잊혀질 권리)’ 법들은 유럽 이용자들에 대한 특정 검색 결과물을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검열 법들은 지구촌을 분리시키는 또 다른 장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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