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前 수석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韓日조약 및 비엔나협약 위반 소지”

국제법 “국가간 조약 불이행 정당화 위해 국내법 규정 원용해선 안 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혹은 연장 마감시한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이 하루 이틀 이어진 것이 아니지만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훨씬 악화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前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 前 6자회담 수석대표)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천영우TV’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들어 아베 신조 총리와 회담을 가지는 등 양국이 대화에 나선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죽창이나 평화경제를 운운하며 감당도 못할 선동이나 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한일 관계를 꼬이게 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면 정상회담을 골백번 해도 소용이 없다”며 최근 불거진 한일간 문제의 본질을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천 이사장은 한일간 갈등의 본질은 작년 10월 30일 대법원의 징용판결에 따른 법적 혼란이라고 했다. 그는 “대법원 판결로 대한민국에는 징용문제에 있어 서로 충돌하는 두 개의 법적 규범이 존재하게 됐다”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대법원판결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둘 중에서 어느 것이 우선하는 상위규범인지를 규명해야 문제 해결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65년 한일청구권협정부터 살펴보면 제2조 1항에 對日 청구권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되었음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작년 대법원판결까지 53년 동안 역대 정부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제2조 제1항에 따라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청구권 속에 개인청구권이 모두 포함돼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왔다”고 했다. 이어 “당시 협상 과정에서 일본은 일본 원호법에 따라 징용과 관련된 개인청구권은 개별적으로 접수를 받아서 일본 정부가 직접 지불하겠다고 했는데 우리측에서 우리 정부에 일괄적으로 개인청구권을 다 주면 우리가 징용피해자들한테 책임지고 알아서 다 지급하겠다고 우겨서 결국 관철한 것”이라며 “개인 청구권을 국가가 대신 다 수령했고 국가간에는 개인청구권에 대한 계산이 이미 다 끝난 것”이라고 했다.

천 이사장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문재인 민정수석이 정부측 위원으로 참여한 민간합동위원회가 “외교문서 수만 쪽을 다 검토한 뒤,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 달러 속에 강제징용 피해보상이 포괄적으로 다 포함돼 있다는 역대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그럼에도 1970년대 1차 보상이 불충분했다는 점을 인정, 2008년 정부 예산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6333억원 규모의 위로금과 추가 보상금을 지불했었다고 했다. 이미 두 차례 개별 보상을 했는데 작년 10월 30일 대법원은 개인의 위자료 청구권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천 이사장은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린 심오한 법리를 보통사람의 상식과 이치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대법원의 법리를 우선 소개했다. 그는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는 일본의 식민지배 자체가 불법이고 강제징용도 불법이라는 전제하에 불법 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며 이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상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천 이사장은 한일간의 갈등이 생긴 핵심은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대한 입장 차이’라고 했다. 그는 “일본이 이런 입장을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은 없고 한일 국교정상화협상이 14년이라는 긴 시간을 끈 이유도 일본의 지배가 합법이냐 불법이냐 하는 것 가지고 논쟁을 벌이다 그렇게 된 것”이라며 “그래서 결국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서로 합의할 수 없는 거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 결론을 안 내리고 합법, 불법을 불문하고 한국이 받을 청구권 총액은 이거라고 결정한 게 청구권협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대법원 판결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만 했지 이 대법원 판결이 청구권협정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청구권협정과 대법원 판결을 대통령은 다 존중할 텐데 그 중 어느 걸 더 존중하고 어느 걸 덜 존중하는지, 그리고 역대 정부가 취해온 입장은 어떻게 되는지, 여기에 대해서 지금 문재인 정부가 침묵하고 있다는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천 이사장은 “세상의 모든 문명국가의 대법원은 국가간 외교사안에 대해서는 ‘사법 자제의 원칙’에 따라 정부 입장과 배치되는 판결은 절대 하지 않으며 아예 재판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이 한일 국교정상화의 전제가 돼 왔고 53년 동안 유지돼온 한일 관계의 근간을 부정하는 판결을 한 것 자체가 문명국의 기준으로는 크게 잘못된 것인데 우리나라는 문명국의 이런 확립된 원칙을 지키면 사법농단으로 규정해서 대법원장까지 잡아가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국가”라고 했다. 또 “사법자제의 원칙을 지키려고 한 대법관들을 적폐 세력, 사법농단 세력으로 몰아가는 공포분위기 속에서 대법원 전원합의부가 청구권 협정과 정면으로 충돌되는 판결을 한 것”이라고 했다.

천 이사장은 지금 한일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구권협정과 대법원 판결 중 어떤 것이 상위규범인지 한국 정부가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서 만든 국제법이 바로 1980년에 발효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협약’이다. 한국도 이 협약에 가입했기 때문에 이 협약을 지킬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고 했다.

천 이사장에 따르면 이 협약 제27조에는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援用)해서는 안 된다(A party may not invoke the provisions of its internal law as justification for its failure to perform a treaty)”고 명시돼 있다. 그는 “대법원 판결도 국내적 법 해석이므로 큰 틀에서 국내법 규정의 범위에 들어간다. 비엔나협약 제27조를 징용문제에 적용하면 무슨 뜻이 되느냐 하면 청구권협정이 대법원판결에 우선한다 이런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정부가 대법원 판결이 한일협정에 우선한다는 입장을 취한다면 한일간 조약과 비엔나 협약을 위반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고 54년 동안 정부가 잘못된 입장을 취해온 데 대한 책임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사법부가 국가의 최종적 대표권과 외교권을 갖는 그런 나라고 정부가 국가를 대표해서 체결하고 국회가 비준 동의한 조약도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는 미개국으로 전락했다고 세계만방에 확인해주는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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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피리1 2019-11-14 오전 7:56

    천영우 수석님1 쉽게 설명해 주셔서 바로 이해가 되는군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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