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미국 언론은 트럼프 탄핵 조사와 관련된 공개 청문회 관련 기사로 도배됐다. 청문회에는 오랫동안 외교관으로 근무해왔고 자신들을 ‘초당파’라고 소개한 조지 켄트(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와 윌리엄 테일러(우크라이나주재 대사 대행)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트럼프가 7월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을 압박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고 했고 공화당 의원들은 증인들의 주장은 간접 증거일 뿐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인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사설을 통해 청문회를 지켜본 입장을 소개했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청문회를 보고도 두 신문의 관점은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우선 뉴욕타임스의 사설 제목은 ‘공화당의 최선의 방어전략은 나쁜 공격-이날의 탄핵 청문회에서 밝혀진 것들’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압박을 가해 조 바이든에 대한 수사에 착수할 것인지를 확인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했다. 트럼프가 국익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앞세워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압박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사설의 초점은 공화당 의원들이 새롭게 밝혀진 증거(?)들에 집중하지 않고 말꼬리만 잡았다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공화당 의원들의 질문과 발언들을 언급하며 이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데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반대 논조의 사설을 실었다. 제목은 ‘탄핵이라는 따분함’이었다. 뉴욕타임스 사설과 비슷한 내용의 기사는 이미 한국 언론을 통해서도 많이 소개됐기 때문에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만 우선 번역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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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언론이 ‘역사적’이라고 부르는 탄핵 청문회를 공개로 진행했다. 이는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이미 정해진 결론으로 가기 위한 절차에 불과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 문제를 또 하나의 지루한 정당간의 문제로 끌고 가려 하고 있는데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
아담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공개 청문회를 닷새만 열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미 비공개로 증인들의 증언을 들은 상황이다. 시프는 공화당이 요청한 증인들 대다수를 증인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이 문제를 처음 촉발시킨 내부폭로자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포함해서 말이다. 민주당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폭탄급 증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패턴을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그들이 알게 된 사실들을 탄핵 찬성 언론들에 빠르게 흘려왔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 이끈 러시아와의 공모 및 사법방해 의혹 수사가 실패한 뒤에 이뤄진 탄핵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새롭게 당선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올 여름 나눴던 대화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간을 아끼고 싶은 사람들은 시프의 청문회 모두발언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일련의 사건에 대한 민주당의 시각을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프의 주장은 트럼프가 자신의 재선 운동에 도움이 되기 위해 동맹국이 수사를 실시하도록 조건을 제시하거나 강요하거나 갈취했다는 것이다. 시프는 트럼프와 트럼프 행정부는 젤렌스키가 공개적으로 부패 관련 수사에 착수한다고 할 때까지 미국의 군사원조를 보류하거나 백악관에서의 회담을 거절할 것으로 협박했다고 했다.
우리는 트럼프가 젤렌스키와 나눈 전화통화나 군사원조를 보류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공식적인 미국 외교채널을 거치는 것이 아닌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만나 로비를 벌이게 한 것은 멍청한 일이다. 트럼프의 정책에 반하는 행동이고 궁극적으로는 자해 행위였다.
줄리아니는 이 문제에 대해 거의 침묵하지 않아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미국 관료들은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확인한 것 같다. 존 볼튼 전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은 이 계획에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군사원조는 전달됐고 젤렌스키는 부패 관련 수사를 전혀 시작하지 않았다. 이 행정부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과 비슷한데, 트럼프의 최악의 충동이 저지된 것이다.
시프는 그렇다고 해도 이는 탄핵이 가능한 ‘권력 남용’이라고 한다. 범죄자는 범죄 시도가 실패하더라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여기에는 범죄가 없었다. 민주당은 (트럼프가) ‘대가를 서로 교환하려 했다’는 주장을 이제는 하지 않고 있다. 아마 이런 주장은 오히려 여론에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민주당은 범죄 행위가 있었다는 것을 연상시키기 위해 ‘갈취’나 ‘뇌물’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가 위반한 법 조항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법무부는 이미 뇌물죄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가치가 있는 어떤 것’이 양측 사이에서 교환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갈취라는 주장도 미국의 대외 원조 정책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미국의 대통령들은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해외 지도자들의 행동이나 정책 협조를 요구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2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과 은밀한 대화를 나눴는데 이 얘기가 녹음돼 방송을 탄 적이 있다. 오바마는 메드베데프에게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 당선자)이 미사일 방어 문제와 관련해 말미를 줬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재선이 끝나면 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오바마는 공화당으로부터 러시아에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공격을 받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오바마가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요청한 것이 확실하다.
젤렌스키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던 부패 척결과 같은 일을 해외 지도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적절한 요구이다. 조 바이든과 헌터 바이든은 조 바이든이 트럼프를 상대로 선거에 출마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수사에서 면책권을 받을 수 없다.
만약 민주당이 바이든 부자를 언급하는 것이 탄핵 사유라고 한다면 이들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요구한 정치적 사안들에 관해서도 조사를 해야 한다. 헌터 바이든과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알렉산드라 찰루파 민주당 전국위원회 컨설턴트를 포함해서 말이다. 찰루파는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를 공격하기 위한 자료를 모으기 위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과 함께 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주장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한다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 절차에 찬성하는 여론이 급증하지 않을까?
트럼프의 행동은 2016년 민주당이 러시아의 거짓정보를 사용, 트럼프 대선캠프를 공격하기 위한 FBI 공작을 시도했던 일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역사상 가장 더러운 정치적 꼼수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탄핵 찬성 언론들은 이날까지도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트럼프의 줄리아니 작전은 자신의 행정부 내에 있는 사람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클린턴측이 자금을 댄 스틸 도시어는 트럼프와 관련된 FBI 수사가 시작될 수 있도록 하는데 개입했고 이로 인해 촉발된 뮬러 특검의 수사는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 2년간의 힘을 뺐다. 미국 국내 정치에 외국이 개입하는 문제에 대해 민주당과 탄핵 찬성 언론들은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
건강한 정치 문화가 있는 곳에서라면,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한 논리로 사용할 것이다. 그가 재선이 된다면 그의 외교정책 관련 결정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대신 민주당은 헌법의 바주카포와 같은 탄핵을 꺼내 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 약속과는 달리 당파 논리로 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0년 대선을 흔들 수 있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나 절차들을 봤을 때 민주당은 탄핵을 주기적으로 사용될 정치 무기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양당 모두에서 나올 미래의 대통령들은 이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