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면전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한미간 군사방위비 분담금 합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미국이 무리한 방위비 인상을 요구할 때에는 국회 비토권을 사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前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 前 6자회담 수석대표)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천영우TV’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수 있는 네 가지 이유’를 꼽았다. 핵심을 요약하면 지소미아가 연장되지 않고 방위비 협상이 실패할 경우엔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워싱턴에서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천 이사장은 첫 번째 이유로는 한미 양국 정부가 동시에 주한미군 주둔의 가치를 지금처럼 낮게 평가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는 왜 미국이 동맹국들의 봉 노릇을 해야 하느냐, 왜 부자 동맹국들의 방위비를 미국이 부담해야 하느냐, 이 말을 수없이 되풀이해오고 있고, 자기가 이 주둔비용을 동맹국들에 다 부담시키겠다고 하는 것을 마치 선거공약의 최우선 이슈처럼 다루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한심하다는 반응을 많이 보이지만 트럼프의 말이 미국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굉장히 어필하는 주장이다. 그 사람들이 들어보면 트럼프의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왜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 같은 부자 동맹국의 방위비를 미군 주둔비를 우리가 내야 하느냐는 주장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들리겠는가”라며 “그러니까 트럼프는 이 주장이 표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천 이사장은 “문재인 대통령 자신의 동맹관과 주한미군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청와대에 있는 운동권의 시각이라든지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사람들은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을 척결해야 할 적폐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이 사람들은 미국에다가 우리 안보를 의존하는 것을 굉장히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동맹과 주한미군이 오히려 그 사람들이 원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했다. 이어 “이 사람들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위협이 북한 핵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서 온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만 끝낸다고 하면 북한이 핵을 갖고 있어도 우리에게 사용할 일이 뭐가 있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사람들은 미군보고 나가라는 소리는 안 하지만 주한미군이 나간다고 하더라도 붙잡을 필요는 없다, 나가려면 나가라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천 이사장은 미국에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라고 했다. 미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가치라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는데 얼마나 힘이 되어줄 수 있는지 여부인데 그 동안 미중간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현안에서 한국이 취한 입장을 보면 한국이 누구 편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그는 “미중간에 어떤 대립과 충돌이 일어날 때 미국 편에 설 것이라는 신뢰가 없으면 동맹의 전략적 가치라는 것은 사실 별로 없는 것”이라며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에서 한국 국민을 지키고 주한미군을 지키겠다고 미국 돈 들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를 배치할 때 중국 눈치 보느라고 중국까지 가서 우리가 치욕적인 삼불합의(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가입을 하지 않겠다)까지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천 이사장은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한일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간의 전략적 소통과 공조가 원만하고 한일간 안보협력이 순탄하게 이뤄질 경우에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심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상당한 힘이 된다. 그런데 한일 수시로 티격태격 싸우고 있고 지소미아까지 걷어차는 그런 관계라면 중국 견제하는데 무슨 전략적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주한미군 기지, 평택기지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지인데 거기에 대해 중국이 겁을 먹고 있다는 것도 착각이 아닌가 싶다. 주한미군의 주력은 육군인데 육군은 현대전에서 중국과 붙을 일도 없다. 중국과 미국간 전쟁이 일어난다 한들 지상군끼리 붙어 싸울 일이 뭐가 있겠는가, 주로 중국을 견제하는 데는 해공군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미공군기지가 없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데 치명적 지장을 받고 하는 것 없다. 오히려 중국을 견제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면 주한미군 유지비를 가지고 항공모함 전단을 하나 더 만들어 운영하든지 전략폭격기를 몇 대 더 만들어서 운영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도 했다.
천 이사장은 주한미군 철수를 촉진할 수 있는 세 번째 요인은 북한 핵이라고 했다. 북한과의 핵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든지 미국으로서는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하는 정치적 정당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예컨대 기적적으로 미북간 협상이 잘돼서 비핵화가 된다고 치더라도 그 대전제는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제공, 한반도 평화체제 발효,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서는 그런 조건 하에서 되지 않겠는가”라며 “북한 핵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도 주한미군 나가라는 사람들이 있고 방위비 분담 늘려달라고 해서 미국 대사관저를 뛰어넘는 사람도 있는데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미북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되고 안전보장까지 해주는 상황이라면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위한 정치적 명분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물론 법적으로 따지면 주한미군 주둔은 평화협정과 관계가 없고 한미동맹 조약에 근거를 둔 거라고 주장할 수 있고 그 말이 틀린 데는 하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정치적 정당성, 정치적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천 이사장은 “또 해결이 어정쩡하게 됐다고 쳐보면 가장 해결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결국 미국까지 가는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제거하고 북한이 핵 능력을 현재 이상으로 늘리지 않는 선에서 딜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게 된다면 미국 내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논란은 주한미군을 북한의 단거리 핵미사일 위협에 그대로 방치하고 노출시킬지 여부”라며 “선거 때마다 그런 논란이 나올 수 있는데 미국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가 주한미군은 북한 단거리 핵미사일에 맞더라도 한국과의 동맹조약을 지키기 위해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표가 되지 않을 테고 결국 북한 단거리 핵미사일에서부터 더 안전한 거리에 재배치하겠다, 철수하겠다, 이렇게 약속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이거는 어느 쪽으로 해결되더라도 북한 핵은 주한미군 철수를 더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천 이사장은 이 세 가지 요인만으로 주한미군이 무조건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철수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임계치’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폭제는 11월 22일에 발효되는 한일 간 지소미아 파기, 그리고 거기에 이어서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금 아마 한미 동맹을 강력히 지지하는 사람들, 워싱턴에서 주한미군은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발언권이 대폭 줄어들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방위비를 다 부담한다고 하면 기왕 있는 자리에 그냥 있지만 미국 돈으로 주한미군이 주둔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도 물론 미국이 50억 달러를 다 달라고 하지는 않겠지만 20~25억 달러로 절반으로 깎아준다고 하더라도 아마 받아주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 같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 정도도 우리는 못 내겠다고 버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존심을 걸고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것이기 때문에 이거 가지고 쉽게 양보할 수가 없고 한국이 20억 달러도 못 내겠다고 나올 때는 트럼프가 자기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자기 말 값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결정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천 이사장은 “그렇게 되면 참 안타까운 일이 뭐냐 하면 주한미군을 기왕에 철수할 바에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 좀 카드로라도 좀 써먹고 철수하면 괜찮은데 방위비 10~20억 달러 때문에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면 이거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이 철수한 이후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철수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주한미군이 없는 상태에서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이런 문제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우리 외교안보 부서들은 주한미군이 떠난 이후의 안보전략에 대해 지금부터 철저하게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