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고 이후에도 안전 개선 의지 보이지 않는 라이온에어’

NYT “印尼 정부와 유착해 과실 축소...조종사 근무 환경 심각”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4일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에 대한 심층 보도를 실었다. 라이온에어가 운항한 보잉 737 맥스 8 여객기는 2018년 10월 29일 추락해 탑승객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이 사고가 발생한지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뉴욕타임스는 라이온에어가 안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현직 라이온에어 관계자들 및 조종사들을 인터뷰해본 결과 조종사들의 근무시간이 너무 많았고 조종사 훈련 이수 증명서 등을 조작하기도 했으며 조종사들이 여객기 안전에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비행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항공당국은 여객기 추락사고 최종 보고서에서 추락 원인으로 7개를 꼽았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보잉이 737 맥스 8부터 새롭게 탑재한 자동실속방지시스템이다. 보고서는 이 시스템이 오작동한 것은 사실이지만 라이온에어 측에도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조종사들의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최종 보고서에서 명시한 라이온에어의 과실이 인도네시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정경유착과 부패 문제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라이온에어는 보고서에 명시된 라이온에어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안전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한다. 라이온에어는 보고서가 나온 뒤 낸 성명에서는 “라이온에어에서 근무했던 조종사와 정비사를 비판하려는 시도들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런 비난은 잘못됐고 (추락한) 여객기 사고의 원인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했다. 라이온에어에서 근무했던 조종사 지미 칼레보스는 라이온에어가 안전 문제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를 고치겠는가”라고 했다.

라이온에어의 안전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라이온에어는 1999년에 설립됐는데 이후 총 11건의 사고 및 결함을 일으켰다. 미국의 저가항공사인 스피릿 항공사는 1980년에 설립됐다. 그러나 이 항공사는 2건의 사고 및 결함만을 일으켰다. 사람이 죽은 적도 없었다.

전현직 라이온에어 관계자에 따르면 라이온에어는 정부 항공규제당국이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사고나 결함을 축소해서 보고해왔다. 2016년 당시에는 비행하는 여객기의 엔진오일이 완전히 바닥나 조종사가 비행 상황에서 엔진을 꺼야 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 항공규제당국은 공식 수사를 하지 않았다.

라이온에어 그룹은 1999년 루스디 카라나에 의해 만들어졌다. 인도네시아는 많은 섬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에 따라 비행기를 매일 타야 하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인 국가다. 키라나는 3만 명 이상의 사람을 고용했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그에게 많은 혜택을 줬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데 카라나는 기독교인이다. 그는 정부와 밀접한 이슬람 정치정당에서 높은 보직을 맡았으며 말레이시아 대사로 지명되기도 했다.

전현직 라이온에어 관계자들에 따르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조종사들을 충분히 채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라이온에어는 여객기 한 대당 기장 및 부기장 팀이 3.5개 존재한다. 일반 항공사는 이보다 두 배 이상을 확보해놓는다고 한다. 한 전직 조종사는 이것만 봐도 라이온에어가 안전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법에 따르면 조종사는 한 달에 110시간 이상 비행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라이온에어는 조종사들의 비행시간을 조작해 보고한다고 한다. 라이온에어 조종사 출신인 에키 아드리안샤는 한 달에 300시간 이상 비행을 했다가 정부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조사를 받을 당시 “왜 회사가 아닌 나를 잡으려 하느냐”며 “나를 이렇게 근무하도록 만든 건 라이온에어다”라고 했다고 한다.

라이온에어는 조종사를 고용할 때 20년 근무 계약을 하도록 하고 있다.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면 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현재 라이온에어에서 근무하는 조종사는 “우리는 모두 피곤하다”며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를 못한다”고 했다. 라이온에어 그룹 소속인 윙스에어에서 근무한 한 조종사는 2019년 11월 18일 자살했다. 항공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그 동안 훈련 받은 비용 50만 달러를 벌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통보도 받았기 때문이다.

전현직 라이온에어 관계자들은 이 항공사가 무슨 일이 있어도 비행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기상이 좋지 않거나 비행기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 비행을 할 수 없다고 해도 비행하도록 강요했다는 것이다. 한 전직 라이온에어 조종사는 공항 인근에 산불이 발생했음에도 비행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인도네시아의 항공사들과 안전규제 당국이 유착돼 있다고도 보도했다. 지난해 사고가 발생한 직후 인도네시아교통안전청의 누르카효 우토모 수사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여객기가 운항에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라이온에어는 이런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다음날 인도네시아교통안전청은 성명을 내고 우토모는 그런 말(적합하지 않다)을 절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우토모가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도네시아의 항공안전규제 당국자들이 항공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조종사 자격증 때문이다. 당국자들이 조종사 자격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행을 계속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항공사를 위해 비행을 하고 돈을 벌기도 한다. 이를 통해 버는 돈은 공무원 월급보다 많다. 당국자들이 항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 항공안전규제 당국으로 돌아가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2004년 라이온에어 여객기가 활주로를 벗어나 25명이 숨진 사고가 있었다. 당시 담당 수사관은 엘다다 라나가리였다. 그가 발표한 보고서 역시 라이온에어의 과실을 축소했다. 라나가리는 이 보고서를 발표한 4년 뒤 라이온에어 임원급으로 이직했다. 2012년에는 라이온에어를 나와 다시 정부의 항공수사관 자리로 옮겼다.

라이온에어 조종사 출신인 위카소노 부디라토는 “인도네시아는 부패한 국가인데 라이온에어의 부패가 가장 심각하다”고 했다. 부디라토 등 17명의 조종사들은 현재 라이온에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조종사들은 안전 우려로 인해 비행할 수 없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해고된 사람들이다. 부디라토는 “어떤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라이온에어의 권력은 너무 강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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