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시리아 핵개발을 끝장낸 모사드의 컴퓨터 해킹과 폭격 작전의 전모(1)

역사를 바꾼 사진 한 장
⊙ 오스트리아 빈의 한 호텔, 시리아 원자력위원장 방에 침투한 모사드 요원들은 순식간에 노트북을 해킹하고 자료를 빼냈다. 여기서 결정적 사진이 발견되었다
 ⊙ 폭격을 말리는 미국과 강행한 이스라엘, 양국 수뇌부의 숨 막히는 갈등과 긴장
북한 영변 핵시설 책임자인 전치부가 이브라힘 오트만 시리아 원자력위원장을 시리아에서 만나는 모습(왼쪽). 북한 관리가 6자회담장에 참석한 모습(오른쪽). 미 정보 당국은 2008년 이 같은 사진을 공개하며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고 밝혔다. 출처=美 CIA 제작 동영상 유튜브 캡처
  2007년 9월 6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핵시설을 폭격한 며칠 후,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東亞太) 담당 차관보 겸 6자회담 특별대표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副相)을 만나 사진 한 장을 들이밀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입수한 사진이었다. 힐 차관보의 회고록 《미국 외교의 최전선(Outpost)》에 따르면 힐은 김계관에게 “내가 이 사진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겠느냐”며 “당신네 사람이 시리아에 가서 원자로 짓는 것을 도와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힐은 “이 사람(註·전치부)은 영변 시설의 책임자 아닌가? 이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다.
 
   김계관은 “사진들은 모두 가짜고 다 포토숍(조작)됐다”고 했다. 힐은 “이 정도라면 포토숍 작업을 너무 많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비웃었다. 힐은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김계관이 시리아 핵시설 프로젝트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여부는 불확실했다”고 썼다. 힐은 “어떤 비밀도 미국을 피해 숨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진을 보여줬다”고 회고했다. 힐 차관보는 전치부가 이날 이후 나타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시리아와 북한이 핵(核)협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북한은 가격만 적절하면 친할머니도 팔아넘길 것”이라고 말을 해온 사람이다. 힐은 김계관을 만나 사진을 들이밀고 창피를 줬지만 이후 시리아 핵시설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천영우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도 힐이 자신에게 이 사진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스라엘 모사드는 한국 국가정보원을 찾아와 사진을 공유하고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북한과 시리아의 비밀 핵시설 건설을 막아 세계사를 바꾼 이 사진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모사드의 해킹 공작
 
이스라엘 언론 《예루살렘 포스트》의 야코브 카츠 편집장이 최근 출간한 책 《그림자 공격(Shadow Strike)》.
  2007년 3월 초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의 ‘무지개 부대(Keschet Branch)’ 소속 요원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특수공작 임무에 나섰다. 이 부대는 대부분 이스라엘 방위군(IDF) 특수부대 출신으로 해외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데 특화된 조직이다. 대개 두 개 팀으로 나뉘어 작전을 수행한다. 한 팀은 특정 거주지에 침투해 공작을 수행하는 조(組), 다른 한 팀은 밖에서 작전 상황을 엄호하는 조이다.
 
  모사드 요원들이 침투한 오스트리아 빈의 호텔 방은 이브라힘 오트만 시리아 원자력위원장이 머무는 곳이었다. 요원들은 오트만의 노트북을 해킹하고 자료를 다운로드했다. ‘트로이 목마’ 바이러스를 심어 모사드가 언제든 이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오트만의 컴퓨터에는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 저장돼 있었다. 요원들은 순식간에 호텔 방을 빠져나왔다. 오트만은 모사드 요원들이 침입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작전 종료 몇 분 후, 빼낸 자료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모사드 본부로 전송(電送)되기 시작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그뿐 아니라 이스라엘은 심어놓은 바이러스를 통하여 시리아의 가장 중요한 컴퓨터에 입력되는 자료를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이 비화(秘話)는 이스라엘 언론 《예루살렘 포스트》의 야코브 카츠 편집장이 최근 출간한 《그림자 공격(Shadow Strike)》이란 책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책은 이스라엘이 2007년 9월 6일 시리아 북동부 데이르알조르 지역에 있는 알 키바르 핵시설을 폭격하기까지의 비화를 상세히 다뤘다. 저자는 이스라엘 및 미국 당국자들을 인터뷰하고 새롭게 공개된 정부 문서 등을 바탕으로 썼다. 당시 시리아는 북한의 도움으로 핵시설을 건설해, 비밀 핵개발에 나서고 있었다. 만약 시리아가 핵개발에 성공했다면 세계사는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한국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흐름을 뒤집은 것은 모사드의 ‘컴퓨터 해킹’ 공작이었다.
 
 
  파키스탄 칸 박사 추적 중 시리아 시설 포착
 
메이어 다간 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 출처=모사드
  시리아가 비밀리에 핵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정보를 처음 입수한 기관은 모사드가 아닌 이스라엘 군정보국(아만·Aman)이었다. 아만은 2006년 중반 시리아가 불법 비밀 핵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시리아가 핵개발에 나설 가능성은 당시만 해도 희박한 것으로 보였다. 아만의 아모스 야단 국장은 2006년 11월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가정보국장(DNI)을 만난 자리에서 시리아의 핵시설 존재 가능성을 우려했지만, 네그로폰테는 미국 정보기관은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시리아의 경우 영국 서리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따고 미국 원자력학회(ANS) 회원으로 활동한 오트만 외에는 고급 핵 과학자가 없었다. 갖고 있는 것은 소형 연구용 원자로로, 중국이 1990년대에 지어준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2003년 카다피의 리비아에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다고 밝힌 이후 시리아를 주시하고 있었다. 리비아가 핵개발 계획이 있었다는 사실에 이스라엘은 큰 충격을 받았고, 중동(中東) 지역의 핵확산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이 리비아의 핵개발에 관계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칸 박사가 방문한 여러 나라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시리아가 등장하였다. 칸 박사는 북한의 핵개발을 도운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만은 추적 위성을 통해 시리아 북동부 유프라테스강 인근 지역에 건물이 건설되는 것을 포착,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만은 이 건물의 정확한 목적은 알아낼 수 없었다. 쓰레기 처리 시설처럼 보이기도 했다. 근처에는 텐트도 보였다. 나중에 모사드가 알아낸 것이지만, 이 텐트는 북한인 근로자들의 숙소로 사용됐다.
 
  아모스 야단 아만 국장은 관련 정보를 입수한 뒤 메이어 다간 모사드 국장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 아만은 모사드보다 규모 면에서 훨씬 큰 조직이지만, 해외에서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역할은 모사드 몫이었다. 아만은 팔레스타인 등 인근 지역에서만 정보 수집 활동을 했다.
 
  모사드 국장은 처음에는 야단 아만 국장의 협조 요청을 거절했다. 인력을 이란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며 과거 오트만 시리아 원자력위원장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으나 특이 사항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간은 결국에는 야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간은 시리아의 핵개발보다는 오트만을 통해 이란의 핵시설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모사드는 오스트리아 빈 공작에 앞서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의 승인을 받았다. 이런 해외 작전은 대개 총리 승인이 필요하다. 작전이 실패 혹은 발각될 경우 이스라엘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메르트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빈 호텔 해킹 공작을 승인했다.
 
  모사드는 오트만의 컴퓨터에서 추출된 자료 분석을 아만에 맡겼다. 모사드가 왜 이를 직접 시행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지만 이에 따라 시간이 지연됐다. 2주 후인 2007년 3월 중순, 아만이 분석한 자료가 모사드에 전달됐다. 모사드 요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다간 국장은 바로 올메르트 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은 자주 만나는 사이였지만 통화 및 약속 장소 합의는 비서실장급을 통해 이뤄졌다. 다간은 올메르트에게 “긴급하게 만나야겠다”고 했고, 올메르트는 “알았다”고 했다. 다간은 올메르트를 만나 공작을 통해 입수한 시리아 핵시설 관련 자료를 내놓았다.
 
  아만은 이 무렵 위성사진을 통해 시리아가 갱도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 건물이 원자로이며 냉각 기능이 필요할 것이란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한 것이다. 올메르트 총리의 생각은 확고했다. 시리아의 핵무기는 이스라엘에 직접적인 위협이고, 제거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메르트는 원자로가 가동되기 전에 파괴해야 한다고 다간에게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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