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의 평양 공작 내막
이스라엘, “시리아에 미사일 공급 중단하라”
- 북한, “10년간 석유 지원해주면 중단”
1990년대 초 이스라엘은 북한이 시리아의 스커드미사일 제조공장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시리아의 독재자 하페즈 알아사드는 1974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다. 이후 북한은 시리아에 무기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나라가 됐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나 화학무기를 탑재할 수 있고 이스라엘을 사정권(射程圈)에 두는 스커드미사일을 두려워했는데, 북한이 미사일 제조공장 건설까지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이스라엘 모사드의 차장 에프라임 할레비(이후 국장 역임)는 유럽에 있는 인맥을 통해 북한 고위층과 접촉했다. 1992년 9월 이츠하크 라빈 총리를 만나 직접 평양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양국(兩國)의 미사일 협력을 막는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고위 간부를 시리아와 협력하는 북한에 보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라빈 총리는 허락했다. 할레비는 베를린에서 모사드 요원 한 명과 함께 북한이 제공한 항공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향했다. 북한 항공기의 승객은 둘뿐이었다. 모스크바에 기착한 항공기는 빈 좌석에 상자들을 실은 뒤 다시 출발했다. 항공기는 시베리아 한가운데에 위치한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에 기착, 북한 광산노동자들을 태운 후 다시 이륙해 10시간 후 평양에 도착했다. 평양까지 가는 데 48시간이나 걸렸다.
할레비는 3일간 평양에 체류하면서 북한 노동당 간부 및 외무성 관계자들을 만났다. 할레비는 “당신들이 시리아에 제공하는 스커드미사일이 이스라엘을 위협하고 있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북한 측은 ‘할레비 차장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며 시리아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할레비가 북한의 태도를 지적하며 평양을 떠나겠다고 하자, 북한은 ‘솔직한 대화를 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다음 날 아침, 북한 측은 시리아와 관계를 갖고 있으며 시리아에 미사일 기술을 비롯한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할레비는 “무기 공급 중단 대가로 무엇을 원하느냐”고 했다. 북한은 “향후 10년간 2000만 주민이 사용할 석유를 공급해달라”고 했다. 할레비는 “가능한 일이 아닌 것 같다”면서도 “상부에 보고해보겠다”고 했다.
할레비는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가는 항공기 내에서 이스라엘 외무부 국장인 에이탄 벤추르를 만났다. 벤추르 역시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것이다. 이스라엘 행정부 간 발생하는 불협화음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다. 북한의 금광 재개발 문제로 방문했던 벤추르는 “북한이 개발 자금과 기술을 필요로 하며, 이스라엘 외무부는 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인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북한이 시리아·이란과 맺고 있는 관계를 재고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은 할레비와 벤추르를 불러 보고를 받았다. 벤추르는 평양 방문이 긍정적이었다며 금광 공동개발사업이 결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할레비는 회의적(懷疑的)으로 봤다. 북한과 시리아 간의 미사일 거래로 얻는 이익이 금광 개발에서 나올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할레비는 북한이 미국에 적대 세력이고 이스라엘은 미국의 우방이므로 복잡한 외교문제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레스는 할레비와 벤추르를 미 국무부에 파견해 관계자들과 협의하도록 했다. 귀국한 벤추르는 “미국은 이스라엘이 북한과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을 그렇게 반기지는 않았으나, ‘공식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할레비는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등 뒤에서 미국 국익(國益)과 직결된 영역에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며 “미국은 미국의 허가를 우선 받지 않는 이상 북한과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을 원한다”고 말했다.
상반된 보고를 받은 페레스 장관은 1993년 6월 오스트리아 빈으로 직접 가 새롭게 임명된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 그는 할레비의 말이 맞다고 했다. 할레비와 벤추르가 추진하던 일들은 모두 무산됐지만, 이 공작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미사일 공급 라인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모사드의 평양 공작-이스라엘, “시리아에 미사일 공급 중단하라”
- 趙甲濟·金永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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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2-31, 1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