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의 미스터리한 일본 탈출극

WSJ “수개월간 계획 준비”…8일 기자회견 열기로

영화 같은 탈출극으로 일본 당국을 충격에 빠뜨린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에 대해 전세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카를로스 곤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하는 데 수개월간의 준비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곤의 측근들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레바논으로 향하게 된 이유는 그에게 조금 더 우호적인 재판부로부터 재판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레바논 정부 역시 지난 몇 달 동안 일본 정부에 곤을 자국으로 송환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곤은 레바논 시민권을 갖고 있다. 그는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레바논에서 자랐으며 프랑스와 레바논, 브라질 시민권을 갖고 있다. 닛산과 르노, 미쓰비시 세 회사 연합의 회장을 지난 곤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의해 구속됐다. 그는 10억 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석방됐다. 그는 한 달 뒤 재구속됐는데 추가 보석을 청구, 5억 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에 풀려났다. 그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고 출국 금지 상태였다.

곤의 집에는 감시카메라도 설치돼 있었다. 그는 이런 감시를 뚫고 개인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떠났다. 그는 터키로 향한 이후 레바논으로 계속 이동했으며 31일 오전 레바논에 도착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사법 당국이 곤이 낸 15억 엔의 보석금을 압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에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훌륭한 사업가로 대접받고 있다. 주일 레바논 대사는 곤이 수감됐을 때 자주 면회를 가기도 했다. 레바논 당국은 곤이 합법적으로 입국했으며 어떤 제한 조치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레바논의 고위 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레바논 정부가 곤의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곤의 계획을 사전에 알았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곤의 측근들은 그가 일본 법원으로부터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시나리오를 연구했다. 일본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곤이 받은 혐의의 재판 경우 99%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 곤의 가족과 변호인단은 프랑스 정부가 개입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와 브라질, 또는 미국으로 곤이 도망가게 되면 생길 시나리오를 연구했다.

곤이 정확하게 어떤 방법으로 일본을 탈출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일본 교도통신은 지인을 인용, 곤 전 회장이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악단이 가지고 있던 악기 케이스에 들어가 감시카메라를 피했다고 보도했다. 악기 케이스에 몸을 피한 뒤 대기하고 있던 트럭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도쿄에 있는 집에 거주했다. 이 집은 감시의 대상이었지만 곤은 집 밖에 나올 수는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출국은 금지된 상황이었다.

당일 비행기 운항 기록을 검토해본 결과 곤의 경로와 일치하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이 비행기는 오사카 인근에 있는 간사이국제공항에서 12월 29일 11시 10분 출국했다. 곤의 거주지에서 간사이 공항까지는 차로 6시간 정도 거리이다. 이 비행기는 30일 이스탄불의 아타투르크 공항에 도착했다. 곤은 여기서 작은 비행기로 갈아탄 뒤 베이루트로 떠난 것으로 보여진다.

슬레이이만 소이루 터키 내무부장관은 1일 현지 언론의 논평 요청에, 곤이 터키에서 경유했다는 공식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곤의 관계자에 따르면 곤은 프랑스 여권과 레바논의 신분증을 사용해 레바논에 입국했다. 곤의 일본 변호인단은 곤의 프랑스, 레바논, 브라질 여권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여권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프랑스 여권이 여러 개가 있는지, 변호인단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레바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8일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탈출 경위 등을 설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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