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탈출 곤 前 회장, 지난달 할리우드 제작자와 자전적 영화 논의”

NYT “주제는 구원(救援), 악당은 일본의 사법체계”

영화 같은 탈출극으로 일본 당국을 충격에 빠뜨린 카를로스 곤(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과 관련된 흥미로운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오늘 나온 새로운 보도는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화하는 방안을 사전에 검토했다는 것이었다.

2일 뉴욕타임스는 곤 전 회장이 일본 도쿄의 거주지에서 할리우드 제작자 존 레셔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레셔는 아카데미영화상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포함, 4관왕에 오른 ‘버드맨’ 제작자다. 곤 전 회장은 일본 사법당국에 의한 불공정한 구속 조치, 무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등을 영화화하려 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들이 논의한 영화의 주제는 구원(救援), 악당은 일본의 사법체계였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런 계획은 시작 단계에 머물렀고 큰 진척은 없었다. 

그러다 영화 줄거리에 큰 반전이 일어났다. 곤 전 회장은 올해 추가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일본을 탈출해 레바논으로 향했다. 할리우드 스타일에 딱 들어맞는 일이 생긴 것이다. 도망자가 개인 비행기를 타고 탈출했고 여러 개의 여권을 보유했으며 각종 루머가 난무하게 됐다. 곤의 계획을 사전에 알았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곤의 측근들은 그가 일본 법원으로부터 재판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시나리오를 연구했다. 닛산과 르노, 미쓰비시 세 회사 연합의 회장을 지낸 곤은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의해 구속됐다. 그는 10억 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석방됐다. 그는 한 달 뒤 재구속됐는데 추가 보석을 청구, 5억 엔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에 풀려났다. 그는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고 출국 금지 상태였다. 일본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곤이 받은 혐의의 재판 경우 99%가 유죄 판결을 받는다.

한편 터키와 일본 등 국가들은 곤의 탈출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 곤은 터키를 경유해 레바논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국영방송 등 보도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곤의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7명을 체포했다. 이들 중 4명은 사설 항공사에 근무하던 조종사 및 사설 물류회사 담당자였다. 터키 정부는 곤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레바논으로 경유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인터폴은 현재 곤에게 ‘적색 수배’를 내렸다. 적색 수배는 지명수배 명단과 같은 개념으로 검찰 기소 대상자나 형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내려진다. 그러나 이는 체포 영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터폴 회원국들은 이런 경보가 내려졌다고 해서 당사자를 무조건 체포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런 경보가 내려지면 곤이 레바논 밖으로 이동하는 데는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일본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된 국가라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레바논은 일본과 이런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다.

일본 정부는 공식입장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법당국이 2일 곤이 거주하던 자택을 수사했다. 이번 사건에 또 하나의 미스터리는 곤의 여권이 모두 압류됐는데 어떻게 프랑스 여권을 사용해 레바논에 입국했을 수 있느냐이다. 곤의 일본 변호인단은 곤이 프랑스, 레바논, 브라질 여권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 여권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져 프랑스 여권이 여러 개가 있는지, 변호인단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NHK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재판부가 곤이 잠긴 가방에 보관한다는 조건하에 프랑스 여권 사본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곤은 2일 성명을 발표, “나 홀로 출국을 계획한 것”이라며 “가족은 어떤 일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언론은 곤이 수개월 동안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탈출을 계획했고 이들 중에는 부인인 캐롤 곤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8일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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