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588호 법정에서는 북한에 억류됐다 탈북한 국군포로들이 북한 정권과 김정은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재판은 민사39단독 김도현 부장판사가 담당했다.
원고인은 80대 국군포로 한 모 씨 등 두 명이다. 이날 재판 원고인으로는 한 씨만 출석했고 피고측을 대리해서는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 씨 외에도 국군포로로 북한에 억류됐다 탈북한 두 명이 방청석에 자리했다.
한 씨 등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군의 포로가 됐고 정전 후에 송환되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한 씨 등은 1953년 9월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됐다가 1956년 6월까지 약 33개월간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하게 됐다. 원고들은 이 기간의 정신적, 재산적 손해 중 2100만 원씩을 김정은이 배상할 것을 청구했다. 총 소송가액은 4200만 원이다.
재판부는 김정은의 채무 상속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포로의 송환을 거부하고 강제 노역을 시킨 행위가 불법 행위임을 증명할 국제적, 법적 근거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국방부에서 지급받은 급여와 이번에 북한에 청구하는 손해배상금 사이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변호인측은 원고들이 김정은이 정권을 잡기 전에 탈북했지만 채무는 김정은에게 상속된다고 했다. 변호인은 “김정은이 정권을 잡기 전 원고가 귀환했다는 문제가 있지만 포로 송환은 제네바 합의 등에 정확히 명시돼 있다”며 “억류 자체가 불법행위이고 김일성부터 김정일, 김정은에 이어지기까지 계속 진행되는 문제다. 지금도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가 있고 김정은이 이들에게 불법행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원고는 “김정은이 정권을 잡기 전에 왔지만 채무는 김정은에게 상속된다”고 했다. 판사는 “이 문제는 여전히 정리가 돼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한 씨는 2001년, 또 다른 원고는 2000년에 탈북했다.
재판부와 변호인은 지난해 진행된 준비기일 과정에서 국정원을 통해 자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했다. 한 씨 등 탈북 국군포로들이 한국에 왔을 때 국정원이 이들을 조사했던 기록이다. 변호인은 국정원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 자료를 받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억류됐던 국군포로의 강제노역 문제가 자세히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유엔 보고서는 진술을 토대로 하지만 국정원의 경우는 검증 절차를 거친다”고 했다.
변호인측은 “국가보훈처가 원고들에게 귀환식을 해줬다”며 “국군포로가 억류됐다는 것은 이를 통해 증명됐다”고 했다. 또한 “탄광이나 강제노역 문제까지 가기 전에 제네바 협약에 따라 바로 송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범위에도 의문이 생긴다”며 “국방부 자료를 보니 급여 명목으로 상당한 액수를 받았다”고 했다. 변호인측은 재판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방부로부터 받은 금액은 급여였다”며 “전역이 안 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 기간의 급여를 받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북 국군포로들이 받은 급여가 왜 각기 다르냐는 질문에는, “사람마다 계급도 다 달랐고 전역 시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급여를 받은 것은 (대한민국) 군인 신분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변호인측은 33개월 동안의 강제노역 기간 중 발생한 위자료 및 재산적 손해는 6800만 원이지만 이중 2100만 원씩만을 청구한 것이라고 했다. 원고측은 한 씨 등의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하면 함께 국군포로로 생활했던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했다. 승소할 경우엔 조선중앙티비의 저작권료 등 국내에 있는 북한 자산에 대해 강제 집행 절차를 밟아 받아낼 계획”이라고 했다.
한 씨는 재판이 끝난 뒤 이번 소송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우리가 돈 몇 푼 더 받자고 하는 게 아니에요. 국가로부터 50년 동안 고생했다고 보상받았어요. 그런데 우리는 돈 몇 푼 더 받자고 소송한 것 아닙니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전쟁이 발발한 지 70년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아직도 북한에는 국군포로가 몇만 명 존재하고 있다는 것, 이 사실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이걸 물론 정부도…한다고 하는데 그런데 실제로 우리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거든. 그런데 그 사업을 누가 하는가? 결국은 이 물망초가 한단 말이야. 우리가 무슨 법을 알고…재판까지 걸고…이게 다 밑에서 지원들 해주시고, 변호사님들이 다 말이야. 그래서 정말 우리는 소원은 없어요. 고국에 돌아와 편하게 잘 살고 있는데. (사실 인정과 명예회복을 원하시는 거죠?) 네.>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는 탈북자들, 탈북 국군포로 등의 인권을 증진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