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헤닝거 월스트리트저널 부편집위원은 5일 '낸시 펠로시의 트럼프 3부작'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민주당이 중도좌파와 극좌 세력으로 분열되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트럼프'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관련 칼럼을 全文 번역해 소개한다.
///////////////////////////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시즌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아이오와에서 있던 일을 보면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쟁 구도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첫 번째 결론은 매우 깜짝 놀랄 만한 일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명의 도널드 트럼프로는 충분하지 않은지 두 명의 도널드 트럼프와 경쟁하고 있다.
하나의 트럼프는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인 유권자의 표를 받아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다.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며 그의 정책과 재선 캠페인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보여준 그 대통령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트럼프'가 있다. 민주당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트럼프다. 이 트럼프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악의 제왕 다스베이더 같은 사람이다. 이 사람의 연설문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고대 미신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렇게 저주를 보내 트럼프가 자신의 앞에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이 '트럼프'를 버니 샌더스는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마이클 블룸버그는 TV 광고에서 이 '트럼프'를 “화에 가득 차 있는 통제 불능의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지난 3년간 이런 상황을 지켜봐 왔다. 민주당과 워싱턴의 주류 언론은 미국의 대통령직을 스타워즈 3부작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선과 악의 대결구도를 만든 것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러시아 공모 이야기'였다. '트럼프'가 러시아 제국의 수장과 공모해 미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우리에게 남겨준 '사법 방해' 이야기다. 공모라는 영화가 일찍 막을 내리자 나온 영화다.
그러다 3부작의 마지막 편인 '탄핵' 이야기가 나왔다. 아담 시프(미 하원 정보위원장)와 제리 내들러(하원 법사위원장)가 주연으로 나왔다. '탄핵'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처참했다. 상원에서 52명이 이에 반대한다고 해 끝나버렸다.
과잉 투자로 만드는 속편이 나오는 할리우드에서처럼, 민주당은 '트럼프'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미국인을 설득, 대통령직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런 생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펠로시가 보란 듯이 트럼프의 연설문을 찢은 것은 '트럼프'를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동이었다. 그러나 펠로시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피해를 민주당에 끼쳤을 것이다. 펠로시는 오판을 했다.
‘찢기 전문’ 낸시는 이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 경제, 에너지, 보건, 무역, 이란 문제 등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설을 했다. 정치권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정치 문제는 민주당의 전략과 상관이 없어졌다.
펠로시의 행동이 얼마나 경솔했는지는 차치하고, 그녀가 부리는 광기에는 언제나 특정 방식이 있다(이런 면에서, 펠로시와 그녀가 만든 '트럼프'는 쌍둥이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자 펠로시는 분노로 펄펄 끓는 자신의 당의 모습이 남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봤다. 민주당은 '트럼프'라는 1차원적인 괴물을 만들어내야 했다. 자신의 당이 샌더스라는 극좌와 클린턴이라는 중도좌파로 아주 크게 분열됐다는 것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런 분열은 최근 아이오와에서도 볼 수 있었다.
5일 밤 기준, 카멜레온이라고 밝힌 피트 부티지지와 버니 샌더스가 공동 1등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는 2016년 경선에서 아쉽게 진 사람으로 미국 좌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다. 조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의 중도 세력은 아이오와에서 하위권에 머물렀다. 결함이 많았던 이 코커스 하나가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분열된 민주당에 내려진 교훈은 분명하다. 더 왼쪽으로 가거나 패배하는 것이다.
중도성향인 에이미 클로바허 상원의원는 이렇게 왼쪽으로 가는 움직임을 막으려 할 수는 있지만 반대 세력이 크게 늘어나는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이렇게 당이 왼쪽으로 향하는 엉망진창 같은 상황에서 블룸버그가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뉴욕시장을 지낸 블룸버그는 지난주 그가 추진하는 세금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이 정책을 '진보'라고 불렀다. 진보적인 정책이 맞을 것이다.
카본택스센터(탄소세)라는 홈페이지에 11월 올라온 글의 제목은 '기후 변화의 시기와 행동, 마이크 블룸버그'이다. 이 글은 환경 세금 정책을 다뤘는데 그린(친환경)에너지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비용이 필요한데 탄소세만으로는 이를 충당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경제학자 엠마누엘 사에즈와 가브리엘 주크만에 따르면, 아주 부유한 사람과 금융 거래에 대한 세금, 부동산세와 기업에 대한 세금 정책을 개선하면 부유한 미국 가정들로부터 수 조 달러를 걷어들일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비슷한 세금 정책을 발표했다. 기업과 고소득자, 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올리겠다고 했다. 그는 금융거래에 대한 세금인상 계획을 묻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급이 되기 위해서는 ‘중도적 민주당’이라는 말 자체가 매우 모순처럼 들리게 됐다. 이런 중도 성향의 후보들은 중도에서 진보로 가는 진화과정을 거치고 있는 정치 동물일 뿐이다. 유권자들은 이들 중도진보라는 종자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렇기 때문에 그들이 내린 결론은 '트럼프'를 만드는 것이었다. 탄핵된 대통령, 아니면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서 49% 지지율을 받은 대통령 둘 중 어느 것일까.
뉴햄프셔에서 만들 아이오와 속편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